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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풍요로운 구속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05-11-01 조회수1,273 추천수12 반대(0) 신고

            

                                 풍요로운 구속

 

 

시의 표현기법 중에 ‘역설법’이란 표현양식이 있습니다.

사전적 의미를 찾아보면 이렇습니다.

‘역설이란 겉으로 보기에는 앞뒤가 맞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말속에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 표현을 말하는 것이다.’


고등학교 때, 배운 시중에서 ‘찬란한 슬픔의 봄을...’ ‘아아 님은 갔지만, 나는 님을 보내지 아니 하였습니다.’ 라는 표현이 바로 역설법에 해당된다고 배운 기억이 납니다.


역설법의 의미가 이러하다면, 역설적인 표현은 비단, 시적인 표현 방식에서 뿐만 아니라, 우리 삶 안에 종종 보게 됩니다.

실제, 옳고 그른 표현뿐만 아니라, 역설적인 말과 행동을 하게 됩니다.


복음에 예수님께서 참된 행복인 ‘진복팔단’에 대해 말씀하십니다.

그런데, 진복팔단을 말 자체만 보고 판단해 본다면, 진복팔단 역시 많은 문제가 있는 말씀입니다.

어떻게 가난한 사람이 행복할 수 있겠습니까?

어떻게 슬퍼하는 사람이 행복할 수 있겠습니까?

물론, 하느님 나라가 그들의 것이기 때문이라는... 그들은 위로를 받을 것이라는 그 이유를 분명하게 말씀해 주셨습니다.


그러나, 저는 이렇게 말씀하신 이유를 역설적인 표현으로 묵상해 보았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진복팔단은 역설적인 표현보다, 은유적인 표현에 가까운 것 같습니다.

때문에, 어제 함께 합송했던 영성체송을 통해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주님께는 자비가 있사옵고, 풍요로운 구속이 있나이다.”


분명, 힘든 구속, 억압하는 구속이란 말은 자주 사용하고, 쉽게 이해가 되지만, ‘풍요로운 구속’ 이란 말은 잘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어떻게 주님의 자비가 풍요로운 구속이 될 수 있겠습니까?

왜, 하느님의 사랑과 자비, 돌보심을 풍요로운 구속이라 표현했겠습니까?


이스라엘 민족은 존재하는 모든 것이 하느님 안에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손오공이 아무리 날뛰어도 결국 부처님 손안에서 뛰놀았듯이, 자신들 역시 하느님의 품 안에서 살아가고 있음을 깨달았던 것입니다.

아무리 한님을 떠나려 해도.. 아무리 그릇된 행동, 잘못을 범한다 하더라도... 결국은 하는ㅁ의 손안에 있음을, 품안에서 살아가는 것임을 알았습니다.


언제 어디서나, 어떤 모습, 삶이라 하더라도 하느님 안에 살아가는 것!

늘 하느님과의 관계 안에서 살아가게 되는 그 구속을 바로 풍요로운 구속이라 표현한 것입니다.

바로, 필연적으로 하느님께 구속되어 있는 그 사실, 그 모습이 힘듦과 억압과 착취가 아니라, 풍요로운 구속이요, 아름다운 구속이라 표현한 것입니다.


진복팔단 역시 이런 의미가 아닐까 합니다.

마음이 가난한 사람이 행복한 이유는 바로 지난 레지오 피정 때, 피정 지도 수녀님께서 말씀해 주셨듯이, 그 가난이라는 이름으로 다가오시는 하느님을 모시고 있기에... 진정 좋고 완전한 모든 것을 지닐 수 있기에 행복하다는 것입니다.(GOOD-GOD=O : O+GOD=GOOD  : 좋은 것에서 하느님을 빼면, 아무 것도 아니요, 아무 것도 아닌 것에 하느님을 더하면 바로 좋은 것이 된다. 참 좋은 말씀인 것 같습니다.)


슬퍼하는 사람이 행복한 이유는 바로 자신이 당하는 슬픔과 아픔과 절망이 자신 혼자만 겪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 안에서... 하느님의 풍요로운 구속 안에서 함께 겪게 되는 것이기에 행복하다는 것입니다.


진복팔단이 참된 행복을 알려주는 이유는, 우리는 늘 하느님 안에서 살아가고 있고, 늘 풍요로운 구속을 받고 있기에 행복하다는 것입니다.

바로, 진복팔단에서 알려주는 사람만 행복하다는 것이 아니라, 모든 신앙인들이... 주님을 믿고 따르는 우리 모두가 행복하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바로 하느님의 풍요로운 구속을 받고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그 어떤 처지, 모습, 삶이라 하더라도, 하느님의 아름답고 풍요로운 구속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모든 성인의 대축일입니다.

성인은 우리에게 모범이 되는 여러 가지 모습과 삶과 순교로 하느님을 증거한 분들입니다.

곧, 하느님의 풍요로운 구속 안에서 살아갔고, 자신들이 받고 있는 하느님의 풍요로운 구속을 말과 행동으로 증거하며 사람들에게 하느님의 모습을 보여주신 분들입니다.


그 모습이 복되고 모범이 되기에, 우리는... 교회는 그런 분들을 성인이라 칭하며 특별히 공경하는 것입니다.

비록, 우리가 그분들처럼 살아가진 못한다 하더라도, ‘우리도 당신들처럼 하느님의 풍요로운 구속을 증거하게 하소서. 우리도 당신들처럼 성인이 되게 하소서.’라고 기도드리는 것입니다.


우리가 성인이 되는 길은 분명 여럿갈래가 있습니다.

삶의 여러 모습 속에서 행복을 느끼며 살아가는 것 또한 여러 가지의 삶의 방식이 제시되었습니다.

그 중 하나의 길과 하나의 표현 방식은 늘 하느님의 아름다고 풍요로운 구속을 받고 있다는 것을 느끼는 것입니다.

하느님 손안에 있다는 것이... 하느님의 품안에서 살아가는 것이... 단순히 억압이 아니라, 바로 우리만 느낄 수 있고, 지닐 수 있는 아름답고 풍요로운 구속임을 고백하는 것입니다.


“하느님의 풍요로운 구속을 느끼며 살아가는 사람은 행복하다. 그들은 성인들처럼 모든 이에 모든 것이 될 것이다.” 아멘

 

 ▒ 이찬홍 야고보 신부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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