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411) 아!~
작성자이순의 쪽지 캡슐 작성일2005-11-01 조회수975 추천수6 반대(0) 신고

2005년11월1일 화요일 모든 성인 대축일 ㅡ요한 묵시록7,2-4.9-14; 요한1서3,1-3; 마태오5,1-12ㄱㅡ

 

          아~!

                  이순의

 

 

 

 

 

하루종일 좁은 의자에 앉아서

손바닥 두 폭짜리 책과 씨름하다가

집에 돌아와 겨우 조금 쉬고 먹고

공부가 된다기 보다

집중이 된다기 보다

글씨가 눈에 보인다기 보다

포화상태의 머리통을 짓이기고 앉았는

입시라는 중압감에

혼을 놓는다.

 

시간이라는 열차는 달리고

또 달리고

승객인 아들은 내릴 수도 없고

승무원인 엄마는 목적지가 어디인지

물을 수도 없다.

달리던 열차가 도착하면

무조건 내려야 하고

내린 뒤에는

싫든지 좋든지 어디든지

찾아 들어야한다는

그런데도

덜컹덜컹 달리는 열차의 흔들림은

멀미가 난다.

승객인 아들도

승무원인 엄마도

열차에 타고 있는 모든 승객과

모든 승무원들도 메스꺼운 멀미에 구토가 난다.

 

어제밤에는

눈꺼풀이 풀어지고

동공은 촉기를 잃었는데

손에는

지긋한 묶음이 들려있고

흰 것은 종이요.

검은 것은 풀어야 할 문제다.

안스러움에

<좀 자둬. 그렇게 억지로 버티면 시험날에 아프게되요.>

그래도

그래도

시력 잃은 눈 뚜껑을 올리고 올리고 앉았다.

 

못 버티겠나보다.

<엄마. 10분 후에 꼭 깨워줘야되요. 꼭이요.>

차마 깨울 수가 없었다.

아침!

자명종 소리에 벌떡 일어난다.

시계를 본 아들의 탄식이

어미의 귓가에 머문다.

<아~! 누구를 원망하겠는가?!>

그래도 깨울 수가 없었다고

너무 고단할 때는

푸욱 자는 것이 보약이라고

말해 주지 못했다.

 

겨우 아침밥 한 숟가락

깔끄러운 입술에 밀어 넣고

좁은 의자에 앉아

손바닥 두 폭짜리 책과 씨름하러 갔다.

시간이라는 열차는 달리고 달리고

승객인 아들은 내릴 수도 없고

승무원인 엄마는 목적지가 어디인지

물을 수도 없다.

 

ㅡ알렐루야.

   고생하며 무거운 짐을 진 사람은 다 나에게로 오너라.

   내가 편히 쉬게 하리라.-마태11,28-

   알렐루야.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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