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거리 노 교수
높은 아파트 담을 따라 가지런히 심겨진 나무들 단풍 주에 잔뜩 취하여 잔 바람에 흔들거리며 길거리에 만취의 잎을 떨구고 있습니다.
시장 수레에 폐병과 폐지를 욕심껏 동여매고 수집소로 팔러 가는 할머니의 발길이 묵직하게 만취한 낙엽을 밟고 지나갑니다.
다정하게 손을 잡고 빨간 등산복을 입고 노란 모자를 쓴 중년 부부는 흥얼흥얼 노래 부르며 가볍게 뒹구는 낙엽을 보며 웃고있습니다.
사르트르 쇼펜하우어를 이야기하던 노 교수는 쓸쓸하게 절룩거리며 지팡이에 간신히 자신의 몸을 의지하여 떨어진 낙엽을 밟고 서서 당당하던 논쟁을 후회하며 세월의 무심함을 이야기합니다.
2005년 11월 4일 연중 31주간 금요일 김모세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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