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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너무 맛있어서 눈물이
작성자양승국 쪽지 캡슐 작성일2005-11-04 조회수1,101 추천수13 반대(0) 신고

11월 5일 연중 제31주간 토요일-루가 16장 9-15절


“하느님과 재물을 함께 섬길 수는 없다.”



<너무 맛있어서 눈물이>


가난이 때로 사람을 얼마나 비참한 상황까지 몰고 가는지 연세 드신 분들께서는 잘 알고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가난은 국왕도 어쩌지 못한다는 말도 있지만, 극심한 가난으로 인해 더 이상 내려갈 곳이 없는 심연의 바닥까지 내려간 이웃들의 고통, 내 일이 아니라고 외면만 할 수도 없는 요즘입니다.


한 소설가는 가난이 사람을 얼마나 힘겹게 만드는지에 대해서 이렇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굶주림이란 얼마나 사람을 치사하게 만드는가? 이틀만 굶으면 비참해져서 견딜 수 없었다.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이 모두 먹을 것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시내에 나가 불고기집이나 돼지갈비집을 지나쳐 갈 때면 군침이 돌아 더욱 비참함을 금할 수가 없었다. 오랜만에 돈이 생겨 떡라면이라는 것을 시켜먹었다. 너무 너무 맛있어서 눈물이 다 나올 것 같은 심정이었다(이외수, ‘들개’ 참조).”


오늘 복음의 강조점은 이것입니다.


“영원한 하느님 아버지의 나라에 들어가기를 원한다면 자신에게 잠시 맡겨진 세속의 재물을 사랑의 마음으로 잘 활용해야 한다.”


세속의 재물을 다루는데 충실한 사람은 어떤 사람이겠습니까?


취득한 재물 앞에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이 없는 사람입니다. 경리 장부 앞에 떳떳한 사람입니다. 재물에 초연한 사람입니다. 재물에 모든 것을 걸지 않는 사람입니다. 재물이란 있다가도 순식간에 없어지는 유한한 것임을 깨달은 사람입니다. 재물이란 잠시 우리에게 맡겨진 것임을 자각한 사람입니다. 하느님을 위해, 그리고 이웃사랑 실천의 도구로 재물을 사용하는 사람입니다. 하느님의 모상인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기꺼이 재물을 나누는 사람입니다.


우리는 너무 쉽게 부자들을 향해 손가락질합니다. 부모 잘 만난 탓에 한평생 호의호식하며 지낸다고 투덜거립니다. 가난의 서글픔, 인생의 고초를 체험해보지 못한 사람들, 그러기에 나눌 줄도 모르며, 없는 사람 무시하면서 안하무인격으로 지낸다고 욕도 합니다.


그러나 부자라고 해서 다 그렇지 않습니다. 하느님의 칭찬을 받을만한 근면한 부자, 성실히 노력해서 자수성가한 훌륭한 부자들도 많이 있습니다.


불철주야 노력하고 노력한 끝에 탄탄한 경제적 기반을 마련한 사람들, 남들보다 늘 한 발 앞서 나갔기에, 남들보다 더 절약했기에, 자신에게 주어진 달란트를 십분 발휘했기에, 하느님 은총의 선물로 부를 획득한 정직한 부자들도 얼마나 많은지 모릅니다. 그분들이 남몰래 베푸는 선행은 어려운 이웃들에게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모릅니다.


자신에게 주어진 부를 절대로 자기 것이라 여기지 아니하고 기쁜 마음으로, 관대하게, 그리고 겸손하게 가진 바를 나누는 부자들의 모습은 정녕 아름답습니다. 날개 없는 천사들입니다.


그분들은 재물을 평생의 보루, 영원한 ‘빽’, 최후의 의지처로 여기지 아니합니다. 이 세상 재물은 잠시 자신이 맡고 있는 것, 잠시 스쳐지나가는 대상으로 파악했기에 그처럼 관대하게 사회로 환원하는 것입니다.


우리에게 주어진 모든 것들은 다 하느님께로부터 온 것임을 기억하면 좋겠습니다. 부자들은 하느님으로부터 각별한 은총을 입은 사람들입니다. 아무나 부자 되는 것이 아니지 않습니까? 운도 따라야 합니다. 재주도 따라야 합니다. 타이밍도 맞아야 합니다. 하느님 사랑의 표시로 부가 주어진 것입니다. 그렇다면 그 부는 당연히 이웃과 나누어져야 하는 것입니다.


관대하게 우리의 가진 바를 어려운 처지에 놓여있는 이웃들과 나누면서 기뻐하고 행복해하는 오늘 하루가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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