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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펌) 40년을 넘게 울타리도 없이 살던
작성자곽두하 쪽지 캡슐 작성일2005-11-08 조회수646 추천수1 반대(0) 신고

40년을 넘게 울타리도 없이 살던

 

얼마나 주름이 깊은지 주름 사이에서 금방이라도 졸졸 시냇물이 흘러내릴 것만 같았습니다. 검게 그을린 할머니가 시멘트 바닥에 앉아 깊은 한숨을 몰아쉽니다. 담뱃불 같은 뜨거운 한숨이 추수가 한창인 들녘으로 달려 나갑니다. 한숨을 몰아쉬고 다시 한숨처럼 분노를 토해내십니다.


“신부님, 어제는 눈이 팅팅 붓도록 울었습니다. 40년을 넘게 울타리도 없이 살던 순이 어매가 이삿짐을 싣고 떠나는데, ‘대추리로 시집와서 이곳에 함께 묻힐 줄 알았는디’ 허면서, 둘이 부둥켜안고 엉엉 울었다 아닙니까.”


“하느님이 칼을 쳐서 보습을 만들라 했는디. ........악착같이 살아보겠다고 이를 악물고 이 땅을 개간했는디. 이제 옥토가 되어 마음 편안하게 살만 허니까. 다시 땅을 내놓으라고, 난 그렇게 못 해. 내 나이 80이 가까운데 고향 떠나 어디 가서 사르라는 겨. ”


“우리 순이 아빠가 다른 곳까지 암덩이가 전이 되어 병원에서 오래 못산다고 허는디, 순이 아빠 없으면 농사도 못 짓잖여. 나야 하는 수 없이 떠나지만 철이 어매는 고향 땅을 지켜야 혀. 그래야 순이 아빠 죽으면 이 땅에 묻을 수 있제.”

할머닌 다시 눈물을 훔칩니다. 전셋집을 얻어 대추리 주민들과 함께 사는 노사제의 눈동자에도 붉은 이슬이 맺힙니다. 황금벌판을 가로지르며 벼를 수확하는 콤바인도 볏짚을 삼키며 통곡합니다. 반백년 동안 폭격기 소음에 시달려온 쪽빛 하늘에서 금방이라도 파란 분노의 눈물이 뚝뚝 떨어질 것만 같습니다.


글:평화바람   사진:아세   

-름다운 상을 드는 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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