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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복종을 좋아하여요.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05-11-08 조회수1,213 추천수13 반대(0) 신고

 

                             복종을 좋아하여요.

 

 

 

사제 서품이나, 수도 서원 때, 장상에 대한 순명, 곧 복종 서약을 합니다.

왜 순명 서약을 하는 것 같습니까? 자기 멋대로 살아버릴 위험이 있기 때문에 이를 방지하기 위해 행하는 것일까요?


먼저, 한용운님의 “복종” 이란 시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남들은 자유를 사랑 한다지 마는, 나는 복종을 좋아하여요.

: 역설(원 의미 : 남들은 복종을 사랑한다지만, 나는 자유를 좋아하여요.)

자유를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당신에게는 복종만 하고 싶어요.

복종하고 싶은데 복종하는 것은, 아름다운 자유보다 더 달콤합니다.


그러나 당신이 나더러

다른 사람을 복종하라면, 그것만은 복종할 수가 없습니다.

다른 사람에게 복종하려면 당신에게 복종할 수가 없는 까닭입니다.”


이 시는 임에 대한 복종과 기쁨을 알려줍니다.

임은 절대자 또는 시를 쓴 시대적 배경이 일제치하이기에 국가일 수도 있습니다. 시에서 알려주는 것은, 이별이 더 큰 만남을 위한 전제 조건이 되듯이, 자발적인 복종은 진정한 의미의 자유와 행복을 위한 전제 조건이 된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함입니다.


그러나, 여기서 중요한 것은 복종의 대상이 아니라, 복종하는 이유입니다.

복종하는 것은 자신이 행복이자, 더 큰 자유를 얻기 위해.. 진정한 자유를 얻기 위해 그리 한다는 것입니다.


쉽게 생각하면 복종은 자신의 의지를 누군가에게 종속시키는 것으로서 자유롭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복종이 행복과 참된 자유를 얻기 위해서라니 잘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어떻게 복종하는 것이 참된 자유가 될 수 있겠습니까?


먼저, 참된 복종은 예속이나 속박된 상태가 아닙니다.

자신이 자유로운 의지를 갖고 기쁜 마음으로 자신의 모든 것을 복종하는 이에게 다 내어주는 행위입니다.

복종하는 이 안에서 자신의 삶의 보람과 가치, 존재의 의미를 찾는 것입니다

자신이 바라고 원하는 것을 얻으려 하는 것이 아니라, 복종하는 이의 뜻을 찾고 행하는 가운데 진정한 행복과 기쁨, 자유를 맛보는 것입니다.


역설적이지만, 복종하는 이에게 완전히 종속되어 살아갈 때, 진정 자유로워지게 되고, 자신의 원하는 것을 참되게 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어떻게 복종하는 것이 자유로움을 의미할 수 있겠습니까?

약간 어설픈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신학교에는 내규가 있습니다.

이 규칙을 자신의 자유와 의지를 억압하는 것으로.. 속박하는 것으로 여기며 살아간다면, 신학교 삶이 진정 힘들고 어려운 삶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늘, 외출할 수 있는 휴일과 집에 갈 수 있는 방학만을 기다릴 뿐입니다.


그러나, ‘~~하지 마라’는 내규를 잘 지킨다면, 참되게 복종하며 살아간다면, 그 나머지는 내규에 제시되지 않는 나머지 것들을 행할 수 있는 것입니다.

신학교에서 ‘~~ 하지 마라’는 것을 제외하고는 다 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곧, 자유롭게 하기 위해 더 자유로움을 주기 위해 내규가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복종은 사랑을 뛰어넘습니다.

사랑을 고유한 두 사람이 서로 동등한 입장, 위치에서 친밀한 관계에서 사랑을 나누는 것입니다.

곧, 사랑하는 사람에게 자신의 고유한 특성, 의지, 성격을 모두 예속시킬 필요는 없습니다.


그러나 복종은 자신의 의지, 모든 것을 복종하는 이에게... 사랑하는 이에게 내어 주는 것입니다. 복종된 이의 그 복종 속에서 삶의 보람과 존재의 의미, 참된 자유를 느끼는 것입니다.


복음에 예수님의 말씀, 곧 “저희는 보잘것없는 종입니다. 그저 해야 할 일을 했을 따름입니다.” 라는 말씀 역시, 이러한 참된 복종의 의미로 이해해야 참되게 예수님의 말씀을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종과 주인’ 이라는 상하관계, 주종관계가 아니라, 참된 순명, 복종의 관계이기에 그렇게 말할 수 있는 것입니다.


종이니까, 불평, 불만이 있다 하더라도, 어쩔 수없이 행하는 것이 아니라, 그렇게 하는 것이 바로 자신에게 기쁨이 되기에... 참된 행복과 자유를 맛볼 수 있기에 “저희는 보잘것없는 종입니다. 그저 해야 할 일을 했을 따름입니다.” 라고 말할 수 있는 것입니다.


우리에게 참된 복종은 어떤 것이고, 어떠한 자세로 복종을 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분이 계십니다. 그분은 말이 아니라, 몸소 스스로 참된 복종을 하며 알려주시는 분입니다. 바로, “이 몸은 주님의 종입니다. 그래도 제게 이루어지소서.” 라고 하느님께 고백한 성모님이십니다.


우리가 신앙생활을 하면서 주어지는 여러 계명들... 신앙인이기 때문에 복종해야할 많은 것들이 힘들게 하는 억압, 구속이 아니라 참된 기쁨과 자유를 누리게 하는 것을 깨닫게 된다면, 늘 체험하며 살아가게 된다면, 우리도 성모님처럼 온전히 주님께만 복종을 하고, 그분만을 바라보며 살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아멘

 

                                               ▒ 이찬홍 야고보 신부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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