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생활묵상] 냄비
작성자유낙양 쪽지 캡슐 작성일2005-11-10 조회수841 추천수5 반대(0) 신고

 

+ 우리 모두 평화.

오래간만에 맛난 갈치 무조림을 한다고 특별히 양념간장 만들어 놓은 것을 마지막으로 붓고 불위에 올려 놓았습니다.

 

정신머리는 어디다 팔아먹었는지 늘 불 앞에 있지 않으면 잊어먹기 일쑤인지라 속으로 꼭 잊어먹지 말아야지 하고 대추를 햇볕에 널러 뒷마당에 나갔습니다.

 

바깥 식탁위에 대추를 널고는 빨갛게 물들어가는 감나무 잎과 배나무 잎사귀들을 보며 아낌없이 버림으로써 봄이되면 반지르르한 새 싻을 돋아내는 나무들의 가르침에 빠지기도 하다 나머지 대추를 따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있었습니다.

 

집안에 들어오니 매캐한 냄새에 기침이 나왔습니다.
그래도 이게 무슨 냄새일까? 하기만 할 뿐 칼치조림이 타고 있는 줄도 모르고 대문을 연다음 부엌 창문을 열러 가서야 큰 일이 벌어졌는 줄 알았습니다.

 

냄비뚜껑을 무심코 열었더니 심한 연기와 탄내가 온 집안에 진동을 합니다. 더군다나 카펫으로 깔려있는 바닥인지라 냄새가 베어 지금까지도 탄내의 흔적은 지워지질 않고 있습니다.

 

잠시 묵상을 해 봅니다.

 

숯덩이가 되어버린 갈치조림을 스텐 숟가락으로 박박 긁어버리고 혹시나 싶어 식초를 부어놓았습니다.

오늘 아침에 탄 냄비를 쇠 수세미로 박박 닦아내며 온 몸의 기운을 다 쏟아부었습니다.

반짝반짝 하게는 닦아지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쓸만 할 것 같은데  힘을 뺀 생각을 하면 억울한 마음이 많습니다.

 

늘 묵상을 하면서 쏟아버리려는 마음이었지만 그동안 박박 긁어버리지 못한 앙금들은 쉽사리 떨어져 나가지 못한 것들이 흔적으로 남아 있음이 분명합니다.

 

진작에 하느님 섬기기에도 바짝 정신을 차렸더라면 언제 어느때라도 반짝이는 마음으로 떳떳할 수가 있을텐데 말입니다.

 

하지만 흔적이 남아있는 냄비가 쓸만하듯이 나도 좀 쓸만한 인간은 아닐까? 하는 스스로의 위안으로 또 다시 하느님을 향하여 제 발길을 가까이 해 봅니다.

다행입니다.

시건방진 이야기인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하느님사랑을 외면하지 않았기에 냄비뚜껑을 열때 나왔던 심한 냄새와 지독한 연기가 나오듯이 제 마음의 지독히도 불쾌한 썩은 냄시는 나지 않으리라 생각을 하니 참으로 다행이라 생각이 됩니다.

 

오늘 성서말씀을 읽으면서  아무리 정신머리 없더라도 하느님을 섬기는 일만큼은 무슨 일이 있더라도 잊어먹지 말아야지 하면서 세속적인 달콤함(욕심과 교만)에  빠지지 말아야겠다는 힘찬 다짐을 해 봅니다.

저쪽 거실에 있던 새들과 물고기들도 무지한 주인을 잘못 만나 기침을 했을 것만 같아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나의 주인이신 하느님께서는 언제고 제게 따뜻한 사랑만을 주시고 계시는데 이 무지한 인간은 스스로 딴청을 하느라 가끔은 기침을 해대며 받은 사랑을 내 뱉아 버리고  있는 것입니다.

 

딴청 부리다 억울해하는 시간을 갖지 않도록  노력을 해 보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주님의 따뜻한 사랑 전해드립니다.
사랑해요~~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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