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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415) 그 신부님하구 나하구
작성자이순의 쪽지 캡슐 작성일2005-11-11 조회수1,087 추천수7 반대(0) 신고

2005년11월11일 금요일 루르의 성 마르티노 주교 기념일ㅡ지혜서13,1-9;루가17,26-37ㅡ

 

     그 신부님하구 나하구

                             이순의

 

 

 

 

상당히 여러해 전에 명동을 나갔다.

성당으로 해서 가톨릭회관에서 공부까지 마치고 한마음 함몸 운동본부에서 운영하는 우리농 매장에를 갔는데 막 입구에 들어가려는데 로만카라를 하신 분이 혀를 낼름 하시면서 장난을 하시는 것이었다. 이거 들어갈 수도 없고 안들어 갈 수도 없고, 들어가도 눈에 뛸 것이요. 물러 나와도 눈에 뛸 것인데, 피차에 마주치면 민망하기는 매 한 가지일 것이고....... 그냥 가만히 있었다. 그거 참! 곤란하드라.

 

그런데 그 후 몇 년 뒤에 그 신부님이 우리 본당에 오셨다.

전신자 재교육차 오셔서 연속적인 교육 강론을 하시는데 얼매나 지독한 고뿔이 드셨는지? 땀을 땀을 비가 오게 쏟으시는 것이다. 이마에서 눈에서 턱에서 목에서 땀이 흐르고 뚝뚝 떨어지고......! 신부님들이 입으시는 회색 개량 한복 모양의 상의를 입으셨는데 그 옷이 젖을 정도로 땀을 흐르시고, 목소리는 잠기셨는데 우렁차게 짜내시느라고 얼매나 얼매나 짠시럽든지......!

 

그래서 중간 쉬는 시간에 손수건을 가지고 나갔다.

나는 이비인후과 계통을 전부 다 수술을 한터라 손수건을 두세 개는 기본으로 가지고 다녀야하고, 늘 콧물이 묻어있거나 이물질이 묻어서 축축하다. 그런데 그 날은 교육이라서 손수건을 더 여러장 준비해 갔었다. 그러니 깨끗한 손수건이 넉넉하게 있었고 당당하게 나서서 신부님의 땀을 닦아드리고 싶었다. 순전히 짠시런 마음이로.

 

그런데 신부님은 손수건을 내민 내 손을 거절하셨다.

독서대에 서 계시면서도 독서대 앞에 서서 손수건을 드리는 나에게 거절의 손짓을 하신 것이다. 그렇다고 당신이 손수건이 있으셔서 땀을 닦지도 않으셨다. 또 그냥 올라서서 드리고 돌아서자니 민망시럽고, 그렇다고 내민 손을 거두고 돌아서자니 그것도 민망시럽고. 신부님이 땀을 흘리든지 말든지 냅 둘 것을 뭐 할라꼬 손수건은 내밀어설라무네.......

 

명동의 매장하고는 달랐다.

매장에서는 가만히 서 있었더니 신부님과 눈이 마주쳤고 신부님도 민망하셨는지 혀로 낼름거리시던 동작을 멈추셨으며 나는 안으로 들어가 필요한 것들을 둘러볼 수 있었다 그런데 성당에서는 가만히 서서 있을 수도 없었다. 내 스스로 돌아서서 제 자리로 돌아가야 한다. 그래서 민망시러워도 그냥 돌아서서 제 자리로 왔다. 그리고 그 흐르는 땀을 계속 보면서 교육을 받았다. 그때 앞에 앉으신 우리 본당의 교우님들의 분심이 된 것은 순전히 그 신부님의 땀이었다.

 

그런데 사촌 올케언니네 오빠가 서울교구의 사제라는 소식을 종종 들었다.

소식만 간혹 전해 올 뿐 도대체 그분의 함자를 아시는 분은 아무도 없었다. 안면은 없어도 서울교구 소속이시라면 대충은 어느 신부님과 동기이신지 선후배 관계가 가까우신지 머신지를 가늠해 보고 어림짐작으로 꿰차고 있는 게 나다. 그런데 그 신부님의 성도 함자도 모른다면서 소식은 왜 들려오는지? 관심도 없는데 들려는 왔다. 그 사돈 신부님에 대하여! 그렇다고 중헌 일도 없이 직접 신부님이 누구신지 올케언니께 전화를 드려 쌩뚱맞게 여쭐 수도 없는 일이고.

 

그런데 얼마 전에 결혼식에 가서 올케언니를 만났다.

그리고 사돈 신부님의 함자를 여쭈어 보았다.   으헉?! 그 날름날름하신 혀를 나 때문에 거두신? 이 아짐씨가 짠시런 마음이로 드린 손수건을 전체 교우들 앞에서 보기 좋게 거절하신? 아하!  원수는 외나무 다리에서 만난다고..... 신부님허구 나는 원수도 아닌 사돈지간인데 워째 각본이 그렇게 되야뿌렀는지? 얼추 계산을 해 보니께 올케언니의 오빠가 아니고 동생이시구먼?!

 

그 신부님은 유학길에서 돌아와 지금까지 특수사목을 하신다.

교회의 특수사목에도 국가가 장려하는 관심분야의 특수 사목은 그래도 할만 하다. 그러나 국가가 제약하고 국민의 관심이 돌아서버린 소외분야의 특수사목은 한마디로 담당 사제의 고생길이 훤허다. 늘 그 신부님을 뵈면서 <그래도 잘 버텨내시는구나.> 라고 생각을 했었다. 실제로 신부님께서 강론 중에 <아무도 하기 싫은 일이라면, 그런데 누군가는 꼭 해야한다면 제가 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라고 말씀하셨던 적이 있다.

 

인간의 기본은 먹거리이다.

그 사돈 신부님은 문명의 이기와 편리주의에 익숙해져버린 이 시대에 넘처나는 먹거리 속에서 참 먹거리를 걱정해야만 하는 사목을 하신다. 쉽게 말을 하자면 라면 국물을 어떻게 버려야 할까?를 고민하셔야 하고, 대단하게 말을 하자면 수입해서 들어오는 유전자 변형 식품으로 부터 우리 대한민국 백의민족의 혈통을 순수로 지탱하여 줄 밥상을 어떻게 지켜낼 것인가?까지.

 

그 차이에는 엄청나게 방대한 인간의 기본권리가 내포되어있다.

먹거리가 먹거리라는 개념을 떠나서 다량생산이라는 공산품인 시대에, 생산자적 가치에서 먹거리를 귀하게 여기기보다 소비자적 가치로 구매자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먹거리와의 논쟁은 이미 원점으로 회전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해져버린 시대에, 돌아가자고, 돌아가자고, 창조의 시점으로 돌아가자고......! 먹는다는 것은, 입는다는 것 보다도, 산다는 것 보다도, 우위에 위치해 있으면서도 하찮아져버린 세상이 되었다. 그 하찮음을 사목의 목표로 사시는 그 신부님이 나하고 사돈이라니!

 

그란디 워짠당가요? 사돈!

남사시럽게도 사돈을 생각허면 혀를 날름날름하시던 모습이 재미있고요. 제가 드린 손수건을 거절허셔서 우리 본당의 전체 교우들 앞에서 쪼매 면구시런 생각이 먼저라서........ 워낙에 강심장인께 그라고도 열심히 성당에 다니지요. 약심장이었으면 손수건 거절당하고 성당에 못 나오제요. 뭐라구요? 강심장인지 알으셨다구요? 그럼 신부님은 제가 사돈인거 알고 계셨는감이유? 아니라구유? 아~! 강심장인께 대중 앞이서 손수건을 가져올 수 있었다구유? 맞습니다. 그 날에 여러 교우들의 측은지심이 발동하여 손수건을 드리고 싶었다는는데 못 드렸다고 하기는 하데요.

 

그런데 손수건을 드린 교우는 저 뿐이었으니께 강심장이 맞습니다.

사돈 신부님! 건강하시고요. 그거.... 신부님이 강론중에 하신 말씀! <아무도 하기 싫은 일이라면, 그런데 누군가는 꼭 해야한다면, 제가 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늘 가치있는 일 하신다고 생각을 합니다. 바위에 계란치기인데요. 그래도 신부님이 하셔야지 누가 허것습니까? 사돈 신부님. 정말 반갑습니다래. 앞으로 우리 만나면 <사돈!> 그래야 되지요? 히~!  우숩다. 히히히히!

 

그런데요. 사돈!

사돈 신부님이 하시는 일을 기가막히게 실천하고 사는 사람이 있습니다. 소개해 드립니다. 춘천교구 스무숲 성당 소속의 우리 큰언니요. 아마 모르긴 해도 그 보다 더 철저한 생명 운동가는 사돈 신부님도 본적이 없을 것입니다. 먹거리의 순수! 그 중노동의 고통을 달게 받으면서도 땅도 살고! 벌래도 살고! 사람도 사는! 삶을 실천하는 사람! 성당이름도 참생명적이라니까요. 스무숲? 스므숲? 아무튼 스 머시기 숲 성당에 가시면 진짜로 신부님의 노력을 중노동으로 실천하며 사는 사람이 있습니다.

 

혹시라도 만약에라도 -참 생명에 참 먹거리 운동하시는 신부님네는 실천을 안하더라.-는 소리 같은 것은 안들으셔도 됩니다. 사돈네 몇 촌 인지는 모르지만  참 생명에 참 먹거리의 대가가 가까이에 있으니 얼마나 주님의 뜻이 오묘하십니까?! 참 생명이나 참 먹거리를 산다는 것은 노동과의 결탁이지요. 그런데 인간은 편해지기 위해서 진화를 했고, 그 진화의 대가는 재앙으로 경고 되고있으니! 신부님이 갑자기 더 자랑스럽습니다. 진작에 성함을 알았더라면 땀을 비 오듯이 쏟고 섰는 독서대로 올라가서 제 이 따땃한 손이로다가 쫌 닦아드려도 되는건데......

 

으헉? 그럼 안된다구요? 왜요?

히히히히히히! 알았시유. 그래도 사돈 신부님의 그 날롬날롬은 안잊어지는디 워짠당가요? 히히히히히히! 원래 신부님들이 쪼매 동심이라서.....! 히히히히히히!

 

ㅡ만일 그들이 세계를 탐지할 수 있는 지식을 쌓을 능력이 있다면 어찌하여 세계를 만드신 분을 일찍이 찾아내지 못했는가? 지혜서 13,9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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