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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이 주의 강론 (2005. 11. 13)
작성자장병찬 쪽지 캡슐 작성일2005-11-13 조회수989 추천수3 반대(0) 신고
주님은 더욱 커지셔야하고 나는 작아져야 합니다. (요한 3,30)
예수님, 저는 예수님께 의탁합니다.
오소서, 성령이여. 저희 마음을 성령으로 가득 채우소서.
하느님을 아버지라고 부를 수 있는 우리는 얼마나 행복한 존재인가!
모든 성인들과 천사들의 기도와 선행도 한 대의 미사와 비교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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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주의 강론 (2005. 11. 13)]

위령성월과 평신도 주일에 어울릴만한 우스갯소리 하나 들려드릴까
합니다. 열심히 신앙생활
하시던 어느 한 신자분이 이승에서의 삶을 마치
고 하느님 나라에 갔더랍니다. 그런데, 교리시간에 
들어서 알던 것과는
다르더랍니다.
우선 천국 문 앞에서 영혼들을 맞아들이신다는 사도 베드로도
보이지
않았고, 자신이 천국문을 들어섰지만, 그 어떤 영혼이나 천사도 자신에
게 관심을 보이지
않더라는 것입니다. 스스로 생각하기를 "살아있을 때,
내가 다녔던 성당이란 비슷하구나" 했다죠..

그렇게 스스로를 위로하면서 하루가 지났습니다.

그런데 그 다음날 아침, "천국의 모든 영혼들은 천국 문 앞으로 모이십시
오"하는 방송이 나오더랍니다. 그래서 그 역시 다른 영혼들과 마찬가지
로 천국 문 앞으로 갔고, 이미 그곳에는 많은 영혼들이 모여서 천국문을
사이에 두고 양쪽으로 도열해 있더랍니다. 대체 무슨 일인데, 이러는 걸
까 하며 어리둥절해 하고 있는데 나팔 소리와 함께 누군가가 천국문으로
들어오더랍니다. 자세히 보니 로만칼라를 한 어느 신부님이셨다는군요.

어제의 우울한 기분과 오늘의 이런 분위기가 겹쳐지면서 마침내 그 신자
분은 화가 났답니다. 그래서 큰 소리로 투덜거렸습니다. "세상에서 사는
동안에도 항상 수도자, 성직자만 주인공이고, 신자들은 들러리 역할 밖
에 못했는데, 천국에 와서까지 이래야만 하는가"라고 말입니다.
그런데 그러자 옆에 있던 다른 영혼이 조용히 하라고 눈치를 주면서
작은 목소리로 말하더랍니다. "일반 신자들의 영혼은 매일 천국에 들어
온단 말이오. 그렇지만, 수도자 성직자의 영혼이 천국에 들어오는 것은
아주 드문일이라서 이렇게 성대한 환영식을 해 주는 것이오"

피정 강의때, 가끔 이 이야기를 들려드리면 모두들 아주 재미있어 하십
니다. 그렇지만, 이어서 한 가지 질문을 더 제시합니다.
"이야기의 두 주인공이 신자분과 성직자가 아니라 신앙인과 비신앙인
이라고 해도 이 이야기는 나름대로 설득력이 있지 않을까요?"라고 말입
니다.

오늘은 평신도 주일입니다. 그런데 평신도 주일이 따로 있다는 것은
교회 안에서 평신도의 자리매김이 아직 온전하지 못하다는 반증이 아닐
까 생각합니다. 흡사 "여성부"라는 국가 기관이 여성의 권익 증진을 위해
있는 것처럼 말입니다.

오늘 복음은 달란트의 비유입니다. 굳이 누가 더 많은 달란트를 받았을
까? 수도자?, 혹은 성직자? 아니면 평신도? 라는 것은 별로 중요하지
않습니다. 오늘 복음의 핵심은 각자의 달란트를 어떻게 잘 써서 더 많은
것으로 만들어가는가 하는 데 있습니다.

사도 바오로의 말씀처럼, 교회의 구성원 모두는 몸의 각 지체와 같습니
다. 어떤 것이 더 중요하고, 덜 중요하다고 말할 수 있는 성질이 아닙니
다. 각자가 그 역할에 충실할 때, 몸이 완전한 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듯,
교회 구성원 모두가 자신의 달란트와 직무에 충실할 때,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는 온전히 그리스도의 신비체요, 구원의 방주로서 제 역할을
다 할 수 있습니다.

때로 아는 분들에게 편지나 메일을 쓸 때, "조금 떨어져서 같은 방향으로
걸어가고 있는..." 이라는 표현을 씁니다. 수도자이건, 성직자건, 혹은
일반 신앙인이든, 우리가 걸어가는 길은 같은 목적지를 갖고 있습니다.
다만 지금 교회 안에서 수행하는 직무가 다를 뿐입니다.

모든 신앙인은 그가 자신의 신앙이 소중하고, 참되다고 생각하는 한,
분명 비신앙인들 보다 많은 달란트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그 달란트는 단순히 '더 많이 받았네' 자랑할 수 있는 것 이상으
로 자신이 받은 달란트에 대한 결과를 요구합니다.
그 결과는 다름 아닌 우리 각자의 삶일 것입니다.

공무원과 민간인, 혹은 군인과 민간인이 같은 죄를 짓더라도, 그 신분이
공무원이거나 군인이면 더 큰 처벌을 받는 것처럼, 만일 신앙인이
비신앙인과 같은 모습으로 살아간다면 설령 비신앙인은 하느님의 자비
로 구원된다 하더라도, 신앙인이 반드시 구원될 수 있다고 말 할 수 없을
것입니다.

모든 신앙인은 복음의 삶에로 불림받았습니다. 내 직무나, 역할이 다른
사람의 그것보다 낮아 보이거나 작아보인다고 게을리할 수 있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우리의 삶을 통해서 그리스도 왕국을 선포하고 하느님
나라를 완성해 갈 때, 비로소 우리는 온전히 그분의 몸으로, 그리고 그분
의 지체로 자리매김할 수 있습니다.

각자 삶의 자리에서 충실히 그리스도를 따르고, 주어진 직무를 통해
하느님 나라에 봉사할 수 있도록 노력하면서, 주님께서 이끌어주시기를
청해야하겠습니다.

(꼰벤뚜알 프란치스코 수도회)


( http://예수.kr  ,  http://www.catholic.to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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