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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악(惡)이 은폐되어 있는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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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황미숙 쪽지 캡슐 작성일2005-11-14 조회수571 추천수3 반대(0) 신고

 

 

 

 

공동생활의 핵심
A. 첸치니(A. Cencini)『화해를 살다』에서


 

공동체는 용서의 논리를 떠나서는 성립도 안되고 존속도 못한다. 공동체에 속하는 사람은 그같은 사고방식과 체험을 익혔어야 마땅하다. 용서야말로 단체생활의 심장이라 해도 무리가 아니다. 적어도 두 가지 이유가 있다.

 

 

1) 화해는 죄가 인간관계에 지장이 됨을 막아준다. 알다시피 악은 숨어 있으려는 경향이 있고 무의식이나 망각의 그늘 속에 감추어져 있고자 하며 밝히 드러나서 비교되고 파악될까봐 두려워한다.

 

 

겁을 주기 때문에 우리는 그것을 모르는 체하고 혼자서 간직하고 꼭꼭 묻어둔 채 숨기고서는 그 악을 완전히 해결했노라고 착각한다. 그런데 실은 정반대로 일이 생긴다. 은폐되어 있기는 하지만 의식층의 생활을 혼란시키지 않을 수가 없고 더구나 이웃을 상처 입히는 죄일 경우에는 필히 공동체의 균열과 파괴를 초래한다.

 

 

성사를 통해 용서받는 것으로 족하다는 환상을 품어서도 안된다. 형제에게 모욕을 끼치고는 아버지께만 용서를 청하기는 너무도 손쉬운 일일뿐더러 의미도 없는 것이다. 자기 잘못을 은폐해두려는 내면주의의 일환이라고까지 할 수 있다(하느님 앞에서만 그 잘못을 털어놓은 행위는 실상 당연히 용서받을 것으로 전제하고 자기 자신에게만 자백하는 행위가 아닌지 의심스럽다).

 

 

나를 상심시킨 사람에게도 내 속마음으로만 또는 하느님 앞에서만 용서를 베푸는 것으로는 족하지 않다. 어떻게든 그에게 이를 표명하여 알릴 필요가 있다. 그래야만 형제가 그 죄를 안고 혼자 괴로워함을 막아준다.

 

 

악이 은폐되어 있는 한, 공동체를 파괴하고 분열시킨다면 형제간의 용서로 그 악이 표면에 떠오를 때에는 그 사악한 위력을 상실할 뿐더러 우리를 성숙시키고 우리를 일치시키는 원리를 재발견하는 기회까지 된다.

 

 

2) 용서없이는 공동체가 안된다. 화해야말로 친교를 이룩하는 유일한 구체적 방도이기 때문이다. 타인과 함께 산다함은 자아의 진면모를 발견한다는 뜻이다. 사람이 혼자 사는 한, 자기는 선량하다는 착각에 빠질 수도 있고 자기는 타인을 사랑할 줄 알고 타인에게서 받은 모욕도 잊어줄 수 있다는 환상도 품는다.

 

 

그런데 타인과 같이 살다보면 이와는 전혀 다른 자기 모습을 차차 발견한다. 너무도 다르고 예측 못한 모습, 결점과 이기심 투성이요 채울 길 없는 욕심과 좌절로 뒤섞인 모습, 시기와 증오와 도전적 성격으로 가득한 모습에 눈뜬다.

 

 

공동생활이란 참으로 괴로운 '계시'이다. 자신의 약점과 어둔 면들, 우리 안에 숨어 있던 '괴물'이 예기치 못하게 모습을 드러내는 계기이다. "우리 존재의 깊은 상채기를 발견하고 그 상채기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법을 배우는 곳이다"(J. 바니에).

 

 

우리 각자가 이런 상처를 안고 태어났다면 우리 공동체 역시 각자의 상처를 서로 용납하는 데서 탄생을 본다. 이것 말고는 어떤 방식으로 친교를 찿든간에 궤도를 벗어난 것이요 착각이며 머지않아 실패를 보게 마련이다.

 

 

그같은 용납이 없는 한, 우리 모임은 정신적 귀족들이 모이는 사교클럽이며 다른 사람의 부끄러운 짓으로 내 손이 더러워지는 일은 결코 없으리라고 믿는다. 따라서 단체생활은 결국 지옥이 되어버리고 도저히 감당 못할 삶이 된다.

 

 

정반대로 형제답게 서로 용납하고 공동체 전체가 형제의 짐과 상처를 함께 짊어진다면 그 걸음이 한결 수월해진다. 자기 자신 그리고 서로 화해한 죄인들은 용서를 주고받는 가운데 공동체와 친교를 재발견한 이상, "좋기도 할시고, 아기자기한지고 형제들 오손도손 한데 모여 사는 것"(시편 133,1) 하는 말씀을 매일 실감할 것이다...!

 

    † 찬미 예수님, 초겨울로 접어들고 있습니다. 건강에 주의하시고, 행복한 한 주간 열어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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