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행열차
완행열차에서 만나는 할머니의 이마에 물결치는 수많은 주름살. 고난과 괴로움을 참고 이겨낸 표적인 주름살에서 나는 경건하게 머리를 숙이지 않을 수 없는 아름다움을 발견한다. 그리고 평화로움을 느낀다.
오직 참고 견디어 나가는 그들은 정말로 존경받을 만하다. 생계를 꾸러 나가기 위해 새벽잠도 물리친 채 완행열차에 몸을 실은 억척 아지매와 우리의 할머니들. 이들은 화려한 조명 밑에 앉아 손톱에 매니큐어를 칠하며 거드름을 피우는 도시의 사모님들이나 억대의 노름꾼, 손을 바르르 떨며 돈놀이와 땅 투기에 열을 올리는 복부인과는 너무나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완행열차에 몸을 싣고 삶을 꾸리는 사람들은 적은 수입에도 안도감을 느끼면서 가족들을 먹여 살린다는 마음에 가벼운 발걸음으로 귀가한다. 늘 반복되는 비전 없는 생활과 풍족하지 못한 가계가 그들 가슴 한구석을 짓누르기도 하지만 눈이 오나 비가 오나 하루도 빠짐없이 완행열차에 오른다.
해마다 봄이면 빈 들을 가득 채웠다가 가을이면 지고 마는 이름 모를 들꽃처럼 이들은 자기 이름마저 잊고 살지만, 사는 모습은 마냥 아름답다. 그들을 바라보면 고향집 이웃들이 떠올라 마음이 흐뭇해진다.
글:최민식<종이거울 속의 슬픈 얼굴>에서 사진:최민식
-아름다운 세상을 만드는 사람들 http://www.asemansa.or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