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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사제가 된 후에 읽어 보아라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05-11-16 조회수1,240 추천수10 반대(0) 신고

 

 

                       사제가 된 후에 읽어 보아라

 

 

                            
                                 

                      

 

어제그제 동창회가 있어 광주에 다녀왔습니다.

신학생 때, 유학을 가는 바람에 지난 7월에 서품된 새 신부님들을 포함한 모든 동창이 처음으로 모여 오랜 만에 옛 성질(?)과 본성을 드러낼 수 있었던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저마다의 삶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며 열심히 지내고 있었습니다.

복음에 ‘금화 1개 비유’ 말씀처럼 하느님께 받은 자신들만의 금화 1개를 잘 간직하며 충실하게 사용하는 모습이 좋게 느껴졌습니다.


그렇습니다.

오늘 복음은 “돈 관리 비유”로서 하느님께서 우리 각자에게 주신 ‘금화 1개’를 어떻게 관리하고 있는지 생각해 보게 하는 말씀입니다.

복음을 묵상하며 ‘나는 하느님께서 내게 주신 금화 1개’를 어떻게 사용하고 있는지 생각해 보았습니다.


생각보다 쉽지 않았습니다.

잘 관리하는 것 보다는, 관리하지 못 하는 것... 실수만 생각납니다. ‘과연 내가 금화 1개를 받긴 받았나?’ 라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제가 사제이기 때문에, ‘사제여, 그대는 누구인가?’ 라는 글을 통해 생각해 보았습니다.


“사제여, 그대는 누구인가?


그대는 그대로부터 온 자 아니니

그대는 무로부터 왔느니라.

그대는 그대를 향하여 있는 자 아니니

그대는 하느님께로 향하는 중개자니라.

그대는 그대를 위해 있는 자 아니니

그대는 하느님을 위해서만 살아야 하느니라.


사제여, 그대는 누구인가?

그대는 그대의 것이 아니니

그대는 모든 이의 종이니라.

그대는 그대가 아니니

그대는 또 하나의 그리스도니라.


그러면 그대는 무엇인고?

사제여, 그대는 아무것도 아니며 모든 것이니라.”


위의 글처럼 저에게서 그리스도의 모습이 보입니까?

저에게서 그리스도의 향기를 맡을 수 있습니까?

그렇다면 다행입니다만, 그렇지 못하다면 큰일입니다.

저의 모습이 위의 글에서 알려주는 사제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또한 그리스도의 향기를 풍기지 못하면, 저는 착하고 충성스러운 종이 아니라, 몹쓸 종이 되어 버리기 때문입니다.


맞습니다.

분명 저에게 착하고 충성스러운 종의모습과 몹쓸 종의 모습, 두 가지 면이 있지만, 요즘은 몹쓸 종이 모습을 자주 보게 되어 참 죄스럽습니다.

이러한 저의 모습을 미리 예견했는지... 신학교 2학년 때 적은 ‘찬홍아! 이 글은 사제가 된 후에 읽어 보아라!’ 라는 묵상 글이 있어 나누고 싶습니다.

묵상들을 정리하다보니, ‘내가 이런 생각을 했고, 글을 썼다니...’ 라는 느낌과 반성이 참 많이 들었습니다. 분량이 많아 끝부분만 간략히 나눕니다.


‘현대는 전문화 시대다. 과거와는 비교가 안 되게 어느 분야에도 모든 전문가가 있다.

이런 시대에 사제도 전문가가 되어야 하는가? 아니다. 사제는 전문가가 될 수가 없다. 단 기도와 봉사 외에는... 그래서 그런지, 오늘날 신자 분들은 정말 인간적인 사제, 기도하는 사제, 세상에 물들지 않으면서도 모든 사람을 가느다란 두 팔로 포근히 감싸 안아주는 사제, 이런 사제를 원하고 있다.(나 스스로 이러한 사제를 원하기에...)

그러나, 이런 모습보다는 다른 것에 많은 신경을 쓰며 살아가는 모습이 안타깝다. 물론 이런 삶이 쉽지 않으리라는 생각은 든다. 그 어느 때보다도 더욱 달콤하고, 자극적인 유혹이 만연하고 시시각각으로 다가오는 오늘날은 더욱 그렇다.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일반 사람들도 전문가가 되기 위해 몇 년을 피땀을 흘리며 고생하듯이, 그리고 남에도 뒤지지 않기 위해서 더욱 더 열심히 정진하듯이, 사제 역시 이러한 삶을 살아가기 위해 끊임없는 노력을 해야 한다.

왜, 자신이 그러한 삶을 선택했기에... 모든 것을 주님께 내어 맡기고 그렇게 살수 있도록 끊임없이 기도하기에... 이렇게 살면 안 되는데 고민하기에...

그런데, 막상 사제가 되면 자신도 어느 분야에 전문가가 된 듯, 모든 것을 잊어버리고, 남 보다는 자신, 주님의 뜻 보다는 자신의 뜻, 주님이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의지대로 살아가고, 또한 그렇게 살아가기에 더 큰 문제가 되지 않나 싶다.

삶은 치열하다. 삶은 기쁨이고, 행복이며, 축복이지만 그러한 삶이되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노력을 해야 한다. 그 무엇도 쉽게 주어지고.. 얻을 수 있는 것이 없듯이, 이러한 사제의 삶 역시 쉽게 주어지지 않는다. 다만 노력하는 자에게...끊임없이 자신을 버리고 주님께 의지하는 자에게... 한없이, 조건 없이 내려주는 축복이기에 그러하다. 삶의 행복과 불행은 타인이나 주님이 아닌 자신이 가꾸고 키우며 간직해 나가야 하기에 그러하다.

그러나, 자 역시 이러한 삶을 살지 못하는 그런 존재이기에, 문득 위선자라는 생각이 든다.

마음으로가 아닌 이성으로만 주님과 다른 사람들은 생각하기에...

‘네가 잘나서 사제가 된 것이 아니다. 내가(하느님) 너에게 특별한 의미를 두었기 때문에 사제가 된 것이다.’”


이 묵상 글을 오늘 복음과 연결시킨다면, 이런 내용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나는 네가 너에게 준 금화 1개를... 능력과 좋은 점을 잘 관리하고, 남을 위해 잘 사용할 것이라 생각하여 너를 나의 신부, 사제가 되게 하였다. 부디, 착하고 충성스럽게 생활하여 나의 생각이 잘못된 것이 아님을 증명해 다오.”

 

 

                                                  ▒ 이찬홍 야고보 신부님 ▒

 

     † 나의 죄 사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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