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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05-11-22 (화) "작고 소박한"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 신부님 강론 말씀)
작성자김명준 쪽지 캡슐 작성일2005-11-22 조회수718 추천수1 반대(0) 신고


2005.11.22 화요일 성녀 체칠리아 동정 순교자 기념일                        

다니2,31-45 루가21,5-11

 


                                  "작고 소박한"

 



2주간의 성지 순례와 3개월 동안의 로마 체류를 통해 체험한 감동은

저에겐 그다지 크지 않았습니다.

나중에는 무료하고 피곤하게 느껴질 뿐 이었습니다.

 

유럽의 수도원들에 대해서도 저는 희망적으로 보지 않습니다.
온갖 부(富)가 투입된 화려하고 거대한 성전이나 유적을 볼 때 마다

얼마나 많은 노예와 가난한 이들의 피와 땀이 배어있겠나 하는 생각이

저를 떠나지 않았습니다.

 

물론 중세 교회 신자들의 지극한 신심의 표현인 성전들임을 인정한다 할지라도

부정적으로 기우는 제 마음은 어찌할 수 없었습니다.

 

과연 저 거대하고 화려한 성전 안에

착한 목자 가난한 예수님이 계시리라는 확신을 지닐 수 없었습니다.

 

사실 현재 유럽이나 미국의 수도원이나 교회는

계절로 치면 대부분 늦가을이나 겨울로,

노쇠하여 죽어가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

 

우리나라 역시 냉담자의 증가와 신자들의 증가율 둔화로

이미 서서히 유럽교회를 닮아가고 있지 않나하는 생각도 듭니다.

 

정작 중요한 것은 외형이 아니라 복음적 삶의 내용입니다.

단순 소박한 삶에 형제애로 뭉친 공동체입니다.

 

오늘 복음에서도 사람들이

아름다운 돌과 예물로 화려하게 꾸며진 성전을 보며 감탄하고 있을 때,

예수님은 뜻밖에 충격적 말씀을 하십니다.

 

“지금 너희가 성전을 바라보고 있지만

저 돌들이 어느 하나도 자리에 그대로 얹혀있지 못하고

다 무너질 날이 올 것이다(루가21,6).”

 

예언대로 완전히 파괴된 예루살렘 성전이었습니다.

그 화려하고 거대했던 중세의 성전이나 수도원들

종교개혁시기와 불란서 혁명 시기에 대부분 파괴되지 않았습니까?

 

오늘 1독서 다니엘의 예언도 의미심장합니다.

겉모양은 웅장하고 화려한데 속은 텅 비어 있는

제국을 상징하는 사람의 모양을 한 괴물,

돌 하나에 산산조각 나 자취 없이 사라집니다.

 

꼭 오늘 날 현대 문명을 상징하는 듯합니다.

사회든 교회든 사람이든 외형의 화려함과 거대함을 추구하다보면

속은 텅 비어 허약하기 그지없습니다.

 

돌 하나에 와르르 무너질 수 있는 위태한 문명 같습니다.

정전 한번 되면 모두가 마비되지 않습니까?


이래서 복음적 단순함 삶에로 돌아감이 절실합니다.

자연과 조화된

작고 소박한 건축과 삶이, 공동체가 이 시대 구원의 표지 같습니다.

 

이런 면에서 여기 요셉 수도원이 만인의 사랑을 받는 것도 이해가 갑니다.

끊임없이 많은 이들 고향을 찾듯,

흙냄새, 시골냄새, 사람냄새 가득한 요셉 수도원을 찾습니다.

 

참으로 세속화에 역행하여 단순 소박하게 살아야 되겠습니다.

그 어느 때 보다도 순교자적 영성이 필요한 때 같습니다.

 

“죽기까지 충성을 다하여라.

내가 생명의 월계관을 너에게 씌워 주리라(묵시2,10ㄷ).”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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