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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종말을 위해 무너뜨려야 할 것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05-11-22 조회수1,035 추천수12 반대(0) 신고

                                          

                              

                        종말을 위해 무너뜨려야 할 것

 

 

 

 

어느 날 다윗 왕이 궁중의 한 보석 세공인을 불러 명령을 내렸습니다.


‘나를 위하여 반지 하나를 만들되 거기에 내가 매우 큰 승리를 거둬 그 기쁨을 억제하지 못할 때, 그것을 조절할 수 있는 글귀를 새겨 넣어라. 그리고 동시에 그 글귀가 내가 절망에 빠져 있을 때는 나를 이끌어 낼 수 있어야 하느니라.’


보석 세공인은 명령대로 곧 매우 아름다운 반지 하나를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적당한 글귀가 생각나지 않아 걱정을 하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그는 도움을 구하기 위해 솔로몬 왕자를 찾아갔습니다.


‘왕의 황홀한 기쁨을 절제해 주고 동시에 그가 낙담했을 때 북돋워 드리기 위해서는 도대체 어떤 말을 써 넣어야 할까요?’


솔로몬이 대답했습니다.

“이런 말을 써 넣으시오. ‘이것 역시 곧 지나가리라!’ 왕이 승리의 순간에 이것을 보면 곧 자만심이 가라앉게 될 것이고, 그가 낙심 중에 그것을 보게 되면 이내 표정이 밝아질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눈에 보이는 모든 아름답고 화려한 것들은 모두가 지나가 버립니다.

행복했던 삶과 좋은 추억들도 모두 지나가 버립니다.

우리 삶이 그러하기 때문입니다. 자연 법칙이 그러하기 때문입니다.

많은 꿈과 열정이 가득한 젊음도... 보지 못하면 숨이 머져 버릴 것만 같은 애절한 사랑도 모두 영원하기를 바라고 기원하지만 끝내, 세월에 흐름 앞에 무릎을 꿇고 맙니다.


분명, 우리의 분에 보이는 화려하고 좋은 많은 것들이... 살아가며 느끼는 행복과 기쁨이 아무리 잡으려 해도 언젠가는 다 사라지고 마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렇게 사라져 버리는 것임에도, 늘 간직하려 애쓰는 것임에도, 아이러니 하게도 우리가 그렇게 좋고 아름다운 것들을 미리 버려 버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행복하고 기쁜 삶을 스스로 없애 버리기도 합니다.


예전에 사촌 형과 이러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습니다.

남자답게 생긴 형이라 결혼 전에 여러 명의 여자와 사귀었었습니다.

물론, 결혼한 후에도 크고 작은 실수를... 친구들과 손장난(?)을 자주 했습니다. 부부싸움을 한 후에 답답했는지, 저에게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야고보는 결혼 안 해그네 좋으켜!’

‘형수님허고 싸웠지 예, 무사 결혼허난 구쑤과(나쁩니까?)’ 라고 물었습니다.

‘구진건 아니주마는, 가끔 싸우고 난 후에 전에 사귀었던 여자 친구는 이런 모습을 참아 주었는데... 그 여자 하고 결혼했더라면, 덜 싸우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은 가끔 들 주게..’


말하는 것이 좀, 주어진 삶에 만족하지 못하고 또한 저를 놀리는 것 같기도 해서.. ‘앞으로 싸우지 말젠 헙써. 지는 게 이기는 거 아니과’ 라는 말로 대화를 마쳤습니다.


강론을 준비하며 여러 번 생각해 보았습니다.

저의 사촌 형이 자신의 삶 안에서 행복을 만들고 가꾸어 가려 하지 않고, ‘아 전에 사귀었던 사람하고 결혼했더라면, 더 좋고, 더 행복했을 텐데...’ 라는 생각은 분명, 욕심이요 사람 안에 늘 내재하고 있는 욕망입니다.


제가 삶에서 행복감가 기쁨을 느끼지 못하다면, 그 이유의 99%는 욕심이요, 욕망 때문입니다.

지금 느끼는 행복보다, 지금 주어진 삶의 보람과 기쁨보다, 더 크고, 더 좋고, 더 아름다운 것을 얻으려 하고 구하려 하기 때문에, 지금 사람아가는 삶에 행복이 없는 것입니다.

지금 보고 느끼는 화려하고 아름다운 것에 의미가 없는 것입니다.


분명, 모든 것은 다 지나가 버립니다.

아무리 붙잡으려 애쓴다 하더라도, 아무리 그때 그 시절로 돌아가려 한다 해도, 지나가 버리는 세월이요, 청춘입니다.


때문에, 지금 주어진 삶 안에서 행복을 맛보고, 또한 행복하려 해야 할 것입니다. 지금 보이는 아름다음에, 느끼는 감동에 만족하며 살아야 할 것입니다.

그러지 않고 헛된 욕망과 욕심으로 마음을 채우게 된다면... 지나가는 헛된 것을 얻으려 애를 쓰며 살아간다면... 종말에 가서 우리가 버려야 할 돌이, 무너뜨려야 할 돌이 그만큼 더 많아질 뿐이기 때문입니다. 아멘

 

                                      ▒ 이찬홍 야고보 신부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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