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새벽을 열며 / 빠다킹신부님의 묵상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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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노병규 | 작성일2005-11-23 | 조회수939 | 추천수7 | 반대(0) 신고 |
2005년 11월 23일 연중 제34주간 수요일
제1독서 다니엘 5,1-6.13-14.16-17.23-28
그 무렵 1 벨사살 왕이 잔치를 베풀고 만조백관들을 불러 함께 술을 마신 일이 있었
다. 2 벨사살은 거나하게 되자 선왕 느부갓네살이 예루살렘 성전에서 약탈하여 온
금잔, 은잔을 내오라고 하였다. 왕은 고관들과 왕비들과 후궁들과 함께 그 잔으로 술
을 마시고 싶었던 것이다.
3 예루살렘에 있는 하느님의 집에서 약탈하여 온 금잔이 나오자 왕은 그 잔으로 고
관들과 왕비들과 후궁들과 함께 술을 마셨다.
4 이렇게 술을 마시며 금은동철이나 목석으로 만든 신상들을 찬양하는데 5 갑자기
사람의 손가락 하나가 나타나서 등잔대 맞은쪽 왕궁 벽에 붙어 있는 판에 글자를 썼
다.
왕은 글 쓰는 손을 보고 6 새파랗게 놀랐다.
그는 머리가 아뜩해지며 허벅지가 녹는 듯하고, 무릎이 떨렸다. 13 왕은 다니엘을 불
러내 그에게 물었다. “그대가 바로 유다에서 포로로 끌려온 다니엘이란 사람인가?
14 그대는 하느님의 영을 받은 사람으로서 머리가 명석하여 지혜가 대단하다는 말
을 들었다.
16 내가 들으니, 그대는 무엇이나 다 잘 알아내고 어떤 수수께끼든지 풀 수 있다던데
이제 그대는 저 글을 읽고 뜻을 풀이하여 보아라. 그리하면 그대에게 자주색 도포를
입히고 금 목걸이를 걸어 주며 그대를 이 나라에서 셋째 가는 높은 자리에 앉혀 주리
라.” 17 다니엘이 왕에게 대답했다. “임금님께서 주시겠다는 선물은 거두시고, 그 사
례는 다른 사람에게나 내리십시오. 그래도 저는 임금님께 저 글을 읽어 드리고 뜻을
풀이하여 드리겠습니다. 임금님께서는 23 하늘의 대주재를 거역하시고 그분의 집에
서 쓰던 잔들을 이 자리에 내어다가 대신들과 왕비들과 후궁들과 함께 그 잔으로 술
을 마셨습니다.
그러고는 금은동철이나 목석으로 만든 신상들, 보지도 듣지도 못하고 아무것도 알
지 못하는 신들을 찬양하셨습니다.
그러시면서 임금님의 목숨을 손안에 쥐고 계시는 하느님, 임금님의 일거일동을 지
켜보시는 하느님을 공경하지 않으셨습니다.
24 지극히 높으신 하느님께서 손가락을 내보내시어 저 글자들을 쓰게 하신 것은 그
때문입니다.
25 저기 쓴 글자들은 ‘므네 므네 드켈.’ 그 다음은 ‘브라신.’입니다. 26 그 뜻은 이렇습
니다.
‘므네’는 ‘하느님께서 왕의 나라 햇수를 세어 보시고 마감하셨다.’는 뜻입니다.
27 ‘드켈’은 ‘왕을 저울에 달아 보시니 무게가 모자랐다.’는 뜻입니다.
28 ‘브라신’은 ‘왕의 나라를 메대와 페르시아에게 갈라 주신다.’는 뜻입니다.”
그때에 예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12 “너희는 잡혀서 박해를 당하고 회당에 끌려가 마침내 감옥에 갇히게 될 것이며
나 때문에 임금들과 총독들 앞에 서게 될 것이다. 13 그때야말로 너희가 나의 복음을
증언할 때이다.
14 이 말을 명심하여라. 그때 어떻게 항변할까 하고 미리 걱정하지 마라. 15 너희의
적수들이 아무도 맞서거나 반박할 수 없는 언변과 지혜를 내가 주겠다.
16 너희의 부모와 형제와 친척과 친구들까지도 너희를 잡아 넘겨서 더러는 죽이기
까지 할 것이다. 17 그리고 너희는 나 때문에 모든 사람에게 미움을 받겠지만 18 머
리카락 하나도 잃지 않을 것이다. 19 그리고 참고 견디면 생명을 얻을 것이다.”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지요. 아마 적어도 50만 명 이상이 이러한 마음가짐을
가지고 있지 않을까 싶네요. 즉, 오늘 시험을 치루는 50만 명의 수험생들은 빨
리 시간이 지나서 시험에 대한 부담을 없앴으면 하는 마음일 것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수험생들에게 이런 동화를 하나 들려주고 싶네요.
한 젊은이가 있었습니다. 그 젊은이는 자기가 너무나도 좋아하는 연인을 기다
리고 있었지요. 그런데 아무리 기다려도 자기의 연인이 오지 않는 것이었습니
다. 이 젊은이는 초조했지요. 바로 그 때 어떤 회색의 난쟁이 노인이 갑자기
나타나서 이 젊은이에게 "무엇을 하고 있습니까?"하고 묻는 것이었어요. 이 젊
은이는 자기의 연인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지요. 그랬더니 이 노인이 단추를
하나 주면서 이렇게 말합니다. "이 단추를 옷에 붙여서 오른쪽으로 돌리면, 당신은 시간을 먼저 가질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는 거짓말처럼 사라졌어요. 이 젊은이는 너무나도 신기했고 꿈같았지
만, 혹시나 하면서 자신의 옷에 단추를 붙이고는 오른쪽으로 돌리면서, "사랑
하는 연인이여, 빨리 와다오."라고 말했습니다. 그랬더니 고대하던 연인이 웃
는 얼굴로 나타나는 것이었습니다. 이 젊은이는 너무나도 신기했지요. 그래서 이번에는 단추를 오른쪽으로 돌리
면서, "사랑하는 연인과 빨리 결혼하고 싶다."라고 말했더니, 말하기가 무섭게
성대한 결혼식 장면이 펼쳐지는 것이었습니다. 이 젊은이는 계속해서 말했습
니다. "집이 필요하다."라고 말하면 집이 세워졌고, "아이를 원한다."라고 하면 몇 명
의 아이들이 태어났습니다. 또 "포도밭이 있었으면……."하면 포도밭이 생겨났
습니다. 이 젊은이는 너무나도 신기하고 재미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계속해서
그 희망의 단추를 돌렸지요. 그런데 문득 정신을 차려보니, 자기는 이미 백발
노인이 되어서 자기 무덤 앞에 서 있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다시 시간을 되
돌릴 수는 없었지요. 성급하게 미래를 먼저 가진 그 동화 속의 젊은이는 처음에는 행운인 줄 알았지
만, 죽음까지도 먼저 얻게 된다는 사실은 미처 깨닫지 못했던 것입니다. 앞서도 말씀드렸듯이, 우리는 미래에 빨리 다가가고 싶지요. 그래서 가톨릭 신
자임에도 불구하고, 철학원 같은 곳에 가서 점을 보는 사람들도 많은 것이 아
닌가 싶습니다. 아마 오늘 이 새벽, 수능을 보는 수험생들, 그리고 그 수험생
들의 부모님들은 이렇게 자신이 원하는 미래로 빨리 다가서고 싶을 것입니다.
그래서 ‘희망의 단추가 하나 있으면 좋겠다.’라는 마음을 품을 지도 모르겠습
니다. 하지만 제가 말씀드린 그 동화의 이야기를 보았을 때, 우리에게 이러한
희망의 단추가 없다는 것 자체가 오히려 더 큰 행운이 아닐까요? 중요한 것은 결과 자체가 아닙니다. 그 결과를 가져오게끔 하였던 과정이 있기
에, 그 결과가 어떻든 의미를 가질 수가 있는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
께서는 ‘미리 걱정하지 마라.’라고 말씀하십니다. 아직 오지도 않은 미래에 대
해서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단지 지금 현재에 내가 얼마나 충실했는가가 중
요한 것이며, 나의 부족한 부분은 주님께 맡겨 드리면 그만인 것입니다.
그동안 노력한 것들이 주님 안에서 좋은 결실을 맺기를 기도합니다.
수험생을 위해 기도합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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