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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비가 올 것을 어떻게 아는가?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05-11-24 조회수901 추천수7 반대(0) 신고

 

 

                   비가 올 것을 어떻게 아는가?

 

                                            

 

 

복음에 예수님께서 세상이 끝나는 종말에 대해 알려주십니다.

곧, “전쟁이 일어나 예루살렘 대성전이 멸망하고, 지진이나 이상한 일들이 일어날 것이니 조심하여라. 그러나 그때에 사람의 아들이 구름을 타고 올 것이니, 재림하는 예수님을 바라보아라.” 라고 말씀하십니다.

오늘 뿐만 아니라, 어제그제도 세상이 끝나는 종말에 대해 알려주십니다.


그런데, 종말은 세상이 끝나는 무시무시한 날이요, 징벌과 전쟁이 끊이지 않는 시간일 뿐만 아니라, 우리 믿음의 결실을 맺는 구원의 날이요, 희망의 날이기도 합니다.

곧, 예수님께서 영광스럽게 나타나서 우리를 구원해 주실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기에, 오늘 복음과 세상 종말에 대해 알려주는 모든 말씀은 심판의 말씀과 구원의 말씀이요, 우리 삶에 대한 희망과 위로의 말씀이기도 합니다.


성서에서 알려주는 모든 종말론이 그렇습니다.

심판, 역경, 시련을 알려주는 것뿐만 아니라, 희망을 알려주기 때문입니다.

이 박해를... 시련을.... 억장이 무너지고, 모든 것이 끝나는 것 같은 고통, 삶, 역경을 잘 참아 견디어 내면, 예수님께서 구원해 주실 것이라는 것을... 하느님 나라로 이끌어 주실 것이라는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입니다.


종말이 이러하기에, 우리는 종말을 잘 준비하는 것은, 오시는 주님을 깨어 기다리는 것이 어떤 모습이고, 어떤 삶인지 잘 알고 있습니다.

삶의 지혜를 통해서, 많은 경험을 통해서 알고 있습니다.


한 가지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마농들 다 싱겄지 예!(마늘 모두 파종 하셨죠? 지난 늦여름에 싱거시난, 잘 컴실쿠다.(크고 있을 겁니다.)’

우리는 그 마농을 내년 봄경에 파서 마농과 대를 잘라 분리하여 마농을 햇볕에 말립니다. 그렇게 말리다가 비가 올 것 같으면 어떻게 합니까?

우리 할머니들 ‘비오젠허믄 팔 다리가 쑤시지 예!(비가 올 것 같으면, 팔다리가 쑤시죠?)’

그때, ‘아이고 비올거 닮앙, 마농 들여야켜 라고 생각허지예.(비가 올 것 같으니, 비 맞지 않게 마늘을 담아야겠다고 생각하죠?)’


또, 갑자기 싸늘한 기운과 함께 먹구름이 밀려 올 때도, 같은 생각을 합니다.

비록, 당장에 비가 오지 않는다 하더라도, 얼마 지나지 않으면 비가 올 것 같은 생각에, 느낌이 들 때, 비가 내리게 됨으로써 피해볼 것을 미리 방지합니다.


이렇게 마농이 비에 맞아 썩어 버리지 않게 하는 것처럼, 예수님이 오시는 때를, 세상이 끝나는 종말을 준비하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렇습니다.

세상이 끝나는 그 날이 언제 일지 모르니, 우리가 언제 어떻게 죽어 예수님을 만나게 될지 모르니, 우리 역시 마늘이 비를 맞아 상하게 하지 않는 것처럼, 우리도 그렇게 예수님을 만나는 그 날을 잘 준비해야 할 것입니다.

신앙생활을 하면서 죄를 덜 지으려고 노력하는 것이, 죄를 짓게 되는 장소, 행동을 미리 피하려는 것이, 종말을 잘 준비하는 것입니다.

이웃과 덜 다투려 하고, 덜 욕하려 하고, 주님을 생각하며 더 참는 것이 주님을 맞이하는 노력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떠한 잘못이나, 죄를 지었을 때, ‘뭐, 이만씩헌거고정, 나만 영햄서, 놈들도 다 허지 안햄서(뭐, 이만한 것을 같고, 나만 이렇게 하나? 남들도 다하는데...)’ 라는 생각으로 슬그머니 넘어가지 말고, 잘못한 이웃에게 ‘미안합니다.’ 라고 잘못을 인정하고, 하느님께 ‘죄송합니다.’ 라며 고해 성사를 보고 늘 새로운 마음으로 살아가려는 모습이, 오시는 예수님을 잘 맞이하는 모습니다.


‘가끔 본당 신부님이나 수녀님들께서 봉성체나 가정 방문을 허켄 허믄(한다고 하면), 집안을 깨끗이 정돈하고, 곱게 차려 입고 기다리지 예’

그런 마음으로 예수님을 기다리면 된다는 말씀입니다.


이제 며칠만 지나면, 예수님의 오심을 기다리는 대림시기가 됩니다.

이웃의 좋을 일에 함께 기뻐해 주고, 슬픈 일에 함께 슬퍼해 주고, 잘못한 일이 있으면, 서로서로 용서해 주며 오시는 주님을 기쁘게 잘 맞이했으면 합니다.


먼 훗날, 예수님을 만났을 때, ‘아이고, 주님, 만나그네 칭찬 받젠 노력했주마는 별로 헌게 어성 미안허우다.(주님을 만나서 칭찬을 받으려고 노력했지만, 별로 한 것이 없어 미안합니다.)’ 라고 말씀드리면, 예수님께서는 ‘아니여, 잘 했져. 그것만 해도 잘헌거여’ 라고 칭찬해 주실 것입니다.

그 칭찬을 들어야 허지 않으쿠과예(들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죄송합니다.

내일, 할아버지 할머님들이 많은 시골 본당에서 드릴 미사를 준비하다보니, 평소보다 사투리가 너무 많네요.

 

                                    ▒ 이찬홍 야고보 신부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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