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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사목일기] 하느님 심판대 앞에서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05-11-25 조회수841 추천수8 반대(0) 신고
 
 
하느님 심판대 앞에서
 
 
 
 
 
 얼마 전 한 어르신 임종을 지켜드리고 돌아오는데, 마지막 숨을 몰아쉬
 
면서 벌어진 입술 사이로 시퍼렇게 굳어져 가던 혀의 모습이 좀처럼 지워
 
지지 않았다.

 '저분의 혀는 하느님 대전에서 어떤 심판을 받게 될까. 그때 하느님께서
 
는 뭐라고 말씀하실까. 나도 언젠가는 심판대에 서게 될 것이고 그때 하느
 
님께서 오관으로 지은 죄악들을 조목조목 물어 나가실텐데….'

 
 이런 상념에 잠겨 과연 우리는 입으로, 눈으로, 코로, 손으로, 발로 어떻
 
게 생활했는지 성찰해 보았다. 우리 혀는 사랑과 따스함이 담긴 온유한 말
 
보다는 분노와 질투의 비꼬는 말을 자주 했을 것이다. 그리고 재빨리 남을
 
판단하고 단죄했을 것이다. 하느님과 이웃을 사랑한다고 말하기보다 돈과
 
명예와 학벌을 더 사랑한다고 말했을 것이고 기도하거나 성가를 부를 때는
 
기운없이 소리를 내다가도 노래방에서는 신이 나서 노래를 불렀을 것이다.

  영혼의 창문이라고 하는 우리 눈은 또 어떠했을까. 온유하고 사랑스런 눈
 
길보다 남을 깔보고 증오하는 눈길을 더 많이 보냈을 것이며, 십자가에서
 
피흘리시는 그리스도를 보기보다는 십자가 없는, 부활하신 그리스도만을
 
보기 좋아했을 것이다. 더럽고 지저분하고 초라한 것보다 화려하고 현란한
 
것들을 더 좋아했으며, 자신의 눈에 들어 있는 들보는 인정치 않으면서도
 
남의 눈에 들어 있는 티는 캄캄한 밤에도 곧잘 찾아냈을 것이다.

 
 늘 열려 있는 귀는 더했을 것이다. 하느님 소리에 맛들이기보다는 유혹
 
의 소리를 듣는 것이 체질화돼버렸는지도 모른다. 충고하는 소리에는 귀를
 
막으려 하고 정작 막아야 할 달콤하고 그릇된 아부의 소리와 우매한 군중
 
의 소리에는 귀기울였을 것이다.
 
코 역시 예외는 아닐 것이다. 맛있고 고급스런 요리냄새에 코를 벌름거리
 
 
고 고급 향수에 취하고자 했던 부끄러운 순간들도 많았을 것이다.

 
 두 마음을 가졌던 손도 빼놓을 수 없다. 한 손으로 원수와 악수를 하면서
 
다른 손으로는 증오의 손가락질을 음흉하게 해댔을 것이다. 이웃에게 사랑
 
을 전하는 것보다는 부정한 거래에 손을 더 많이 사용했는지도 모른다.

 
 주일미사까지 빠지면서 세상사에 바쁘게 쫓아다닌 발은 얼마나 또 불쌍
 
할까. 우리 발은 하느님 뜻보다는 사회적 체면을 유지하기 위한 세상 행사
 
에 더 바쁘게 쫓아다녔을 것이다. 고통 받는 이웃을 돕는 일에는 가까운 거
 
리도 멀게 생각해 가지 않으면서 먼 거리에 있는 소문난 요릿집은 한걸음
 
에 달려가지 않았을까.

 
 언젠가 우리 인생의 드라마도 끝이 날텐데 우리는 이 모습들에 대해 생
 
각조차 하지 않고 있으니 하느님의 심판대에 섰을 때 우리는 뭐라고 변명
 
할 것인가.
                 
                                      - 최성균 신부(서울 종로본당 주임, 노인복지위원회 위원장)
 
† 나의 죄 사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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