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한 마음

복음에 예수님께서 백인대장의 믿음을 칭찬하시며 그의 청을 들어주십니다.

예수님과 백인대장의 대화를 보며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특히, 예수님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이러저러한 말, 행동, 선행이 아니라, 진실하고 겸손한 마음이 아닐까하는 묵상과 함께 “곡예사”라는 예화가 생각났습니다.

성모님께서 아기 예수님과 함께 어느 교회 공동체를 방문하십니다.

예수님과 성모님께서 오신다는 소식을 듣고 많은 사람들이 큰 기대감으로 교회에 와서 기뻐합니다.

한번만 예수님을 안아 볼 수 있게 해 달라고 청하는 사람들에게 성모님께서는 이런 제안을 하십니다.

‘아기 예수님을 방긋 웃게 하는 사람에게 그 청을 들어주겠습니다.’

이 말씀에 사람들은 앞 다투며 예수님 앞에서 자신에게 있는 모든 것을 내보입니다.

특히,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과 존경을 받는 사람들까지도 예수님께 와서 자신들의 삶을 말씀드리는 것을 보며, ‘저 분들은 예수님을 안아 보겠지.’라며 부러워합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거의 모든 사람들이 예수님 앞에서 자신의 모든 것을 내어 보여 드리는데도, 예수님께서는 아무런 반응이 없는 것이었습니다.

기대감으로 가득 차 있던 사람들은 어느 덧 하나 둘 풀이 죽어갑니다.

그때, 성모님께서는 성당 구석에 앉아 가만히 예수님을 응시하던 사람에게 묻습니다.

그 사람은 사람들에게 무능하다는 평을 받는 사람이었습니다.

“왜, 당신은 아기 예수님께 아무 것도 보여 주지 않습니까?”

이 질문에, “저는 아기 예수님께 보여드릴 것이 아무것도 없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이 공 돌리는 것뿐입니다.”라고 대답하며 자신이 유일하게 할 수 있는 공 돌리기는 예수님께 선보입니다.

그 젊은이의 행동을 가만히 보던 아기 예수님께서 방긋 웃자, 성모님은 그 젊은이에게 약속대로 아기 예수님을 안을 수 있는 영광을 드립니다.

왜, 예수님께서 곡예사의 하찮은 공 돌리기에 웃었던 것일까요?

아기이기 때문에 유치한 장난이 마음에 들었던 것일까요?

아닙니다.

예수님께서는 곡예사의 마음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비록, 사람들에게 무능하고, 바보 같다는 말을 들었지만, 자신에 대해 속이지 않는 진실함과 겸손된 마음으로 예수님께 자신의 모든 것을 열어 드렸기 때문에 당신을 안을 수 있는 영광을 선물로 주신 것입니다.

백인대장도 마찬가지 입니다.

자신이 지닌 권력, 권위로 예수님께 다가가지 않습니다.

사회적으로 지위를 지닌 사람이었지만, 겸손된 마음으로 예수님께 자신의 참된 믿음을... 진실한 마음을 열어 보여 드렸기에, 치유의 은총을 얻을 수 있었던 것입니다.

과거와는 달리, 남을 믿지 못하는 세상이 되어버렸습니다.

먼저 남을 속여야만, 자신이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는 풍조가 만연하다보니, 진실함.. 겸손함을 지니는 것은 어리석은 모습이 되어버렸습니다.

적당히 잘 처신하며 살아가려면 당연히 버려야할 것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러나, 잊지 말았으면 합니다.

그 어떤 처지라 하더라도.. 그 어떤 삶... 환경이라 하더라도..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예수님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오직 진실과 겸손이라는 사실을 말입니다.

전에 말씀드렸던 소화 데레사 성녀의 말씀을 되새겨 봅니다.

“(성덕) 진실은 이러 저러한 덕행 실천이 아닙니다. 그것은 자신의 나약을 알고 작고 겸소하게 되어 하늘 아버지의 인자하심에 대범할 정도로 신뢰하는 마음가짐에 있습니다.” 아멘

                                           ▒ 이찬홍 야고보 신부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