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그 누구를 알고 있다 하더라도... /고구마 구워 먹으며...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05-12-01 조회수953 추천수7 반대(0) 신고

 

 

(강론1)

 

                   그 누구를 알고 있다 하더라도...

 

 

 

 

예전에 「천국의 열쇠」 라는 책을 통해 치셤 신부님의 삶에 대해 나눈 적이 있습니다.

저자는 책을 통해 함께 사제가 되었지만, 일생을 중국선교를 한 후에 병든 몸으로 고향에 돌아와 초라하게 살아가는 치셤 신부님과 소위 엘리트 코스를 밟으며 고향에 주교가 된 동료의 삶을 비교하며 이러한 말로 책을 마무리 합니다.


“과연 이 둘 중에 누가 천국의 열쇠를 갖고 있는 것 같습니까?”


책을 읽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치셤 신부님이라 생각할 것입니다.

‘주교님은 이렇게 저렇게 하지 못해서 천국의 열쇠를 갖지 못할 것이다.’ 라고 판단하는 것은 아니지만, 치셤 신부님은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을.. 늘 만나고 함께 살아가는 하느님을 사람들에게 드러냈습니다.

하느님의 사랑에 대해 말하는 것에 그친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말씀대로 살아가려고 노력했기 때문입니다.

곧, 말만하는 사제가 아니라, 머리로만 하느님을 전한 것이 아니라, 삶으로 드러냈고 실천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 힘 있고 영향력 있는 사람을 알고 있는 것은 삶의 조그만 도움이 됩니다.

우리나라는 남북이 대치된 상황이기 때문에, 민간인 통제 구역인 군사 지역이 많습니다.

제가 자라난 지역에만도 두 곳의 군부대가 있습니다.

그러데, 그 군부대는 아무나 들어갈 수 없습니다.

군인 외에는 그 누구도 갈 수 없습니다.

만약 제가 군부대가 어떻게 생겼는지 보고 싶어 들어가려 한다면, 정문 경비를 하는 헌병에게 저지를 당합니다.

신학생 때, 본당 신부님과 군부대에 테니스 치러 갔다가 헌병에게 저지를 당했습니다.


그러나, 그 군부대에 책임자나, 관계자를 알고 있을 대는 다릅니다.

그 사람의 이름으로, 그 사람의 힘으로 편안하고 자유롭게 군부대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계급이 높은.. 영향력 있는 사람을 알고 있다는 이유로 가능한 것입니다.


이러한 모습은 교회 내에서도 흔하게 볼 수 있습니다.

본당사제나 수녀, 사목회 임원을 알고 있다는 이유로.. 친하다는 이유로 불가능한 일이 가능해 질 수 있습니다.

큰 잘못, 커다란 스캔들이 야기되는 것이 아니라면, ‘좋은 것이 좋은 것이다.’ ‘이것이 사람의 정이요, 살아가는 맛이다.’ 라며 슬그머니 이루어집니다.


물론, 좋습니다. 살다보면 그럴 수 있습니다.

그만큼 인간관계가 좋기에 가능한 것입니다.

소위 힘 있고, 영향력 있는 사람을 많이 알고 있기 때문에... 백이 좋기 때문에 그럴 수 있는 것입니다.

우리의 시각으로 삶의 지혜를 빨리 터득하여 그만큼 여유 있고, 편한 신앙생활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오늘 복음을 통해 알려주는 중요한 사실이 있습니다.

우리가 사회생활을 함에 있어 힘 있고, 영향력 있는 사람을 많이 알고 있는 것이 삶을 편하게 해줄 수 있다 하더라도.. 심지어 신앙생활 역시 본당에 영향력 있는 분들을 알고 있어 쉽고, 편하게 하느님에 대해 알고 믿을 수 있다 하더라도...하느님 나라에 가는 것은 이와 다르다는 것입니다.


하느님에 대해 많이 알고 있고, 하느님의 사랑과 자비, 용서에 대해 많이 말하고 전하며, 늘 주님을 모시고 함께 살아간다 하더라도.. 그 이유 때문에 하느님 나라에 가는 것이 아니라, 바로 하느님의 뜻을 실천해야만 그 나라에 들어 갈 수 있다는 것입니다.

곧, “나에게 주님, 주님 한다고 다 하늘나라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다.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의 뜻을 실천하는 이라야 들어간다.”고 강조하십니다.


하느님의 뜻이 무엇입니까?

바로, 자신이 바라는 대로 남에게 해 주는 것입니다.

자신의 느끼고 있는 것을.. 배워 알고 있는 하느님의 사랑과 용서를 삶으로 드러내는 것입니다.

행동으로 실천하는 것이 바로 하느님의 뜻입니다.


우리가 많은 빽을 지닐 수 있다 하더라도, 그 빽으로 편하고 쉽고, 즐겁게 살아갈 수 있다 하더라도, 남들이 가지 못하는 특별한 지역, 장소에 갈 수 있다 하더라도, 우리가 지닌 빽으로 못하는 것이 있습니다.

이 세상의 그 아무리 힘 있고, 영향력 있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우리에게 줄 수 없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우리가 그토록 가고 싶어 하는... 가서 살고 싶어 하는 하느님 나라입니다.


그 나라는 뒷구멍으로... 빽으로 갈 수 있는 나라가 아닙니다.

하느님에 대해 많이 알고 있고, 많이 말하며 살아간다 해서 갈 수 있는 나라가 아니라, 알고 있는 하느님에 대해, 믿고 있는 하느님에 대해 조금씩 보여주고 삶으로 실천하는 모습 속에 갈 수 있는 나라입니다.


바로, 자신 스스로가 들어갈 수 있는 자격을 지녀야만 갈수 있는 나라입니다. 자신이 하느님 나라에서 힘 있고, 영향력 있는 사람이 되어야만 갈 수 있는 나라입니다. 아멘.

 


 

 

(강론2)

 

고구마 구워 먹으며...

 

원본 크기의 사진을 보려면 클릭하세요

 

복음에 예수님께서 첫 사도들을 부르는 장면이 소개됩니다.

복음을 묵상하다보니, 예전에 읽었던 예화가 생각나서 함께 나눕니다.


“만약 한 회사가 유능한 신입사원을 뽑기 위해 예수님의 열두 제자를 대상으로 인물분석을 했다고 가정하자. 회사가 이들의 학력 경력 적성을 종합해 컴퓨터에 분석을 의뢰했다면 아마 이런 결과가 나왔을 지도 모른다.


야고보와 요한은 매우 이기적인 사람이다. 도마는 매사에 의심이 많고 부정적인 성격의 소유자다. 베드로는 성격이 급해서 실수할 가능성이 높다. 안드레는 너무 내성적이어서 매사에 추진력이 떨어진다.


야고보는 혁명가적인 기질이 있어 위험한 존재다. 세리 출신 마태는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이기적인 사람이다. 제자들 중 적격자는 가리옷 유다뿐이다. 그는 학식과 경험을 겸비한 인물이며 실업가의 감각과 사교성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그리스도교 역사를 변화시킨 사람은 실격자로 판정난 제자들이었다. 세상적 판단으로 가장 유능한 가리옷 유다는 배신자로 낙인찍혔다. 하느님은 교만한 자를 택하지 않는다. 우리의 겸손과 부족함을 들어 사용하신다.”


그렇습니다.

가끔 저 자신이 무능하고 한심스럽게 느껴질 때, ‘왜 하느님께서는 나를 사제로 부르셨을까? 나보다 더 훌륭하고, 좋은 것을 많이 가진 사람이 아닌 나를 부르셨을까?’ 라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지난 주일에도 마찬가지고요.


많은 학생들이 활동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성당 중고등부 주일학교는 여건이 좋습니다.

그 ‘좋다’의 기준이 무엇인지 명확하진 않지만,  근 50여명은 그래도 교리를 받고 있고, 그 50명이 신앙학교와 피정에 참가합니다.

물론, 이 보다 더 많은 숫자가... 미사에 참석하는 100명이 함께 하면 저 좋을 텐데... 라는 인간적인 생각을 자주 하지만, 그래도 변함없이 참여하는 그 50명이나마 줄지 않음에 감사하고 있습니다.


그런 학생들이 너무 기특하고, 고맙고 대견스러워 많은 것을 주고 싶지만, 내가 줄 수 있는 것은.. 내가 가지고 있어 나눠줄 수 있는 것은 별로 없습니다.

이런 생각을 한 적이 있습니다.

‘내가 공부를 잘 했더라면, 성당 내에 공부방을 열고 그들에게 지식을 나눠주어 서로가 풍요롭게 했을 텐데... 내가 음악적 재능이 갖고 있다면, 기타 교실이나, 성가를 부르며 하느님을 찬양했을 텐데..’


그러나, 뭐하나 잘 하는 것이 없습니다.

그래서 학생들에게 지식과 지혜를 나눠주지 못한다 하더라도, 좋은 추억, 성당에 다니면서 학창 시절에 아름다운 추억을 나눠주어야겠다는 생각에 지난주에 고구마와 감자를 구워먹으러 갔습니다.


학생들에게 직접 구워먹을 감자를 캐라고 하고 남자 아이들과 함께 말똥을 주었습니다.

‘에이, 이 더러운 것을 어떻게 주워요? 신부님, 성체를 만지는 손으로 그 말똥을 집습니까?’ 라며 투정부렸지만, 그래도 참 참고 함께 주워주었습니다.

감자 구워먹기 초기 작업이 끝나자, 학생들을 송악산에 다녀오라고 하고, 몇몇 선생님과 함께 말똥을 밑에 깔고, 고구마와 감자를 올린 후에, 그 위를 다시 말똥으로 덥고 불을 피우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갖고 간 신문지가 다 타 버릴 때까지 말똥에 불이 붙지 않는 것입니다.

‘어렸을 때, 구워먹었던 소똥이 아니라, 말똥이어서 서툴러서 그런가? 아니면, 마른 말똥을 주었다 하더라도, 어제 밤에 내린 비에 말똥이 젖어 있어서 그런지 좀처럼 불이 붙지 않았습니다.


어쩔 수없이 호미(낫)로 새(초가집 지붕으로 쓰이는 것)를 잔득 베어다가 수북이 쌓아올리고 ‘이 정도면 붙겠지’ 라며 불을 붙이다가, 마른 새가 확 타오르는 바람에 저의 머리카락을 상당히 태워버렸습니다.

머리카락 타는 냄새가 코를 심하게 자극했지만, 저는 이를 의식하지 못했습니다.

어느 정도 말똥에 불이 붙자, ‘됐다. 이젠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며 선생님들하고 잠깐 쉬고 있는데, 한 선생님이 ‘아이고 신부님, 머리카락 타버렸습니다.’ 라고 말하자, 속으로는 ‘그래도 없는 머리털인데...’아쉬워하며 털어 달라고 했습니다.


그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왜 나는 학생들을 데리고 이곳에 왔는가? 단순히 내가 어렸을 때에 이런 놀이를 하며 자랐다고 자랑하기 위해서인가? 자랑할 것이 없어 이것을 자랑하는 것인가? 못하는 것에 대한 피해 의식인가? 아니면, 더 좋고, 더 교육적인 것이 무수히 많은데, 왜 하필 이런 체험을 하게 하는가? 라는 생각에 저 자신이 초라하고 무능하게 느껴졌습니다.


정말, 할생들에게 도움이 되고, 이로움을 주는 것들을 전해 주지 못하는 저를 바라보다가, 문득, ‘왜 하느님은 나를 사제로 부르셨을까? 나보다 더 똑똑하고 좋은 사람이 사제가 되었다면, 학생들에게... 그리고 신자 분들에게 더욱 많은 도움과 이로움을 주었을 텐데..’ 라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물론 이는 저의 삶에 만족하지 못해서 하는 말이 아닙니다.

‘왜 사제가 되었나?’며 후회하는 것이 아닙니다.

사제로 불러주심에 늘 감사하고, 또 감사드리며 살아갑니다.

시편 139편의 말씀처럼, “제가 있다는 것에 놀라움, 하신 일에 놀라움, 그저 당신께 감사하나이다.” 라고 고백하며 살아갑니다.


그런데, 함께 공부했던 신학생들이... 정말 좋고, 훌륭한 동료들이 신학교를 떠나는 모습을 볼 때, 또한 그런 말을 들었을 때, 이러한 느낌과 부르심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보곤 합니다.


오늘은 안드레아 사도 축일입니다.

서두 예화에서 사도들의 삶을 소개해 드리며 저의 부족한 모습을 나눠 말씀드렸습니다.

이처럼, 하느님께서는 우리에게 많은 선물, 은총을 거저 내려 주실 때, 그 결실을...바로 따먹을 수 있는 열매를 내려 주시는 것이 아닙니다.

그 씨앗을, 어떠한 가능성을 내려주시어 우리가 가꾸고 키워 나가야 하듯이, 우리의 부르심 역시 이와 같지 않을까 합니다.

신앙인으로서 살아감에 있어 우리의 완성된 모습, 좋고 훌륭한 면만을 보고 부르시는 것이 아닙니다.


비록, 자신에게 있는 것이 초라하게 보인다 하더라도, 무능력하고 아무것도 할 수 없이 여겨지더라도, 이에 굴하지 않고, 하느님께 받은 것을 잘 키워 나가며 사람들에게 나눠주어 풍요롭게 할 수 있다면, 그 모습이 바로 하느님께의 부르심에 잘 응답하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당신의 사도를 부르시는 예수님의 모습을 통해 알려주는 것을 잊지 맙시다.

우리가 하느님께 이미 다 완성된 선물, 은총을 받는 것이 아니라, 이작 완성되지 않는 은총과 선물 속에서 살아가듯이, 우리의 모습, 삶, 행동 역시 아직 완성되지 않았습니다.

많이 부족하고, 무능력한 모습이 체험됩니다.

그런, 무능하고, 부족한 모습을 잘 키워나가며 우리 역시 예수님의 사도요, 제자로 살아가도록 합시다.

완성된 모습으로가 아니라, 부족하고 언제나 주님을 필요로 하는 모습으로 말입니다.


그리고, 주일 행사를 마치고 돌아오다가 한라산 중턱에 소 키우고 있는 목장을 봐 두었습니다. 내년에는 소똥으로 다시 시도해 볼까 합니다.^^

 

                                    ▒ 이찬홍 야고보 신부님 ▒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