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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그럼, 언제 주님의 길이 보입니까?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05-12-04 조회수772 추천수8 반대(0) 신고

 

 

                    그럼, 언제 주님의 길이 보입니까?

                                   

 


지난 월요일에서 수요일까지 사제 연수가 있었습니다.

연수 때마다 아침기도를 신부님들을 조로 나누어 성서를 읽고 묵상하고, 묵상한 것을 나누는 “렉시오 디비나”를 합니다.

지난 연수 ‘렉시오 디비나’에서 묵상한 말씀이 오늘 복음입니다.


기도시간에 연세 지극하신 신부님이 묵상하고 나눠준 말씀이 “주님의 길”이란 구절입니다.

‘요즘 정신없이 지내며, 신경 쓸 일이 많아서 그런지, 아무리 생각하고 또 생각해도 주님의 길이 어떤 길인지 보이지 않는다.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다.’며 삶을 누워주었습니다.

신부님의 말씀을 주의 깊게 듣다가, 말씀이 끝나가기 무섭게 ‘신부님, 저는 신부님 연세쯤 되면 주님의 길이 보일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는데, 35년 사제생활을 해도 주님의 길이 보이지 않는다면, 언제 주님의 길이 보입니까?’ 라고 물었습니다.

신부님께서는 빙그레 웃으시면서, “죽을 때!” 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복음을 묵상하며 그 때 일이 생각나 함께 나눠보았습니다.


복음에 이사야 예언자가 예언한 대로 세례자 요한이 나타나, 죄의 용서를 위한 회개의 세례를 베풀며, 주님의 길을 마련하고 그 길을 곱게 냅니다.

‘주님의 길’, 과연 주님께서 바라시는 길은... 그리고 우리에게 곱게 내라고 하시는 그 길은 어떤 길일까요?


우리가 살아가면서 하는 모든 일은 사람을 위한 일이 아닐까 합니다.

남을 도와주는 것도... 남에게 바라는 대로 해주며 존중해 주는 것도 모두 사람을 위해서 그런 것입니다.

환경을 강조하고, 동물들의 가치를 언급하는 것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환경파괴가 그 자체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결국 사람이 설수 없는 여건이 되어 버리기 때문입니다.

사람이 더 이상 살아갈 수 없는 환경이 되어 버리기에 환경을 보호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하느님이시요, 사람이신 예수님을 잘 맞이하기 위해 준비하고 닦아나가야 할 길은 바로 사람의 존엄성을, 고귀함을 회복하는 것입니다.

창세기에서 세상창조가 사람을 중심으로 시작되었고, 사람의 창조가 창조의 절정임을 알려 주듯이, 모든 것이 사람을 위해서 창조되었기 때문입니다.

사라보다 더 고귀하고 존엄한 존재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사람 이외의 것은 모두 존엄하지 못한 존재고, 사람의 편리, 이익, 만족을 위해 마음대로 해도 된다는 기계론적 세계관에 입각한 설명은 아닙니다. 함께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 것입니다.

사람과 자연 중 어느 하나가 없어지면... 오염되어 버리면 결국 둘 다 살 수 없는 환경이 되어버리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 우선순위는 있습니다.

사람이 창조물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모든 것이 사람을 위해서 존재하는 것입니다.

비록, 공존 공생의 관계라 하더라도, ‘누가 우선이냐’ ‘누가 더 고귀하고 소중한가?’ 이를 망각해서는 안 됩니다.

모든 사람은, 비록 그 처지가 비참하게 느껴지더라도, 아무런 가치가 없이 여겨지더라도, 다를 창조물과는 다른, 다른 피조물에게는 없는 품위와 고귀함이 있습니다.


바로 모든 개개인은 많은 창조물 중에서 유일하게 하느님의 모상대로 창조되었기 때문입니다.

하느님께서 손수 우리를 빚어 만드시고 코에 숨을 불어넣어주신 후에, 기뻐하시고 사랑하시는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주님께서 준비하며 닦으라는 길은 바로 자신의 존엄함을... 인간의 고귀함을 깨우쳐 소중히 간직하라는 것입니다.

함부로 생명을 없애 버리거나, 스스로를 학대, 비관하지 말고 소중히 간직하는 것이 바로 주님의 길을 잘 닦는 것입니다.


자신의 몸과 마음을 소중히 간직하여 함부로 대하지 않는 것!

상대방을 자신처럼 대하며 존중해 주고 사랑해 주는 것!

세상 만물을 소중히 여기며 아끼고, 가꾸고, 보존하는 것!

이 외에 우리가 준비하고 마련할 길이... 아니, 이 길보다 더 중요한 길이 없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모든 사람은 다 평등하고 그 무엇보다도 고귀하며 소중하다는 것을 알려주고 늘 잊지 말고 살아가기 위해 교회는 오늘 대림 2주일을 ‘인권주일’로 정했습니다.

비록, 사람이 사람을 믿지 못하는 세상이 되어버렸다 하더라도, 사람이 생명의 가치, 존엄성이 많이 퇴색되어 버렸다 하더라도, 자신이 몸과 마음을 함부로 대하는 풍조가 만연해 버렸다 하더라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사람은 다 고귀한 존재이며, ‘하느님의 영원한 생명에 참여할 가능성을 지닌 고귀한 존재’ 라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 인권주일을 제정한 것입니다.


하느님이신 주님께서는 몸소 자신을 비우고 낮추셔서 사람이 되셨습니다.

사람으로 살아가면서 사람을 위해 봉사하고, 사람을 돌보았습니다.

사람에게 영원한 생명을 주기 위해, 영원히 죽지 않게 하기 위해, 당신의 몸과 피를 생명의 양식으로 내려 주셨습니다.


이를 통해 사람이 어떠한 존재인지를 알려주셨습니다.

수많은 창조물 중에서 오직 유일하게 주님의 몸과 피를 받아 모시는 인간이 걸어가야 할 길이.. 주님을 기다리며 준비하고 닦아야 할 길이 어떤 길인지 몸소 보여 주시고 알려주셨습니다.


우리가 고쳐나가고 개선해야할 허물, 잘못은 많습니다.

갈수록 유혹이 심해주고 더욱 노골적인 오늘날은 더욱 그렇습니다.

그에 따라 회개해야할 모습이...되돌려 놓아야할 마음이 많습니다.


그러나, 이런 그릇된 모습, 행동 속에서도 먼저, 되돌아보아야 할 것은, 나는.. 모든 사람은 귀한 존재라는 것! 그럼으로써 함부로 대하면 안 된다는 것! 소중히 간직하며 살다가 생명의 주인이신 하느님께 다시 되돌려 드려야할 의무와 책임이 있다는 것을 잊지 말고 살아가며 주님의 오심을 기다리는... 주님의 길을 잘 준비하고 닦는 삶이 되었으면 합니다. 아멘.

 

                                       ▒ 이찬홍 야고보 신부님 ▒

 

 


              

♬ O Holy Nigh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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