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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마음속 깊이 간직하며...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05-12-08 조회수1,067 추천수3 반대(0) 신고

 

 

                           마음속 깊이 간직하며...

 

 

                                        

 

‘왜 예수님께서 사람이 되셨나?’ 라는 물음에 안셀모 성인은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사람이 죄를 지어 영원하신 하느님께 잘못을 저질렀다. 이에 사람이 죄를 값을 보상하기 위해서는... 곧 하느님의 의분을 달래기 위해서는, 사람의 힘으로는 부족하다. 피조물인 인간은 영원하신 하느님의 마음을 달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하느님과 같은 분이 인간의 죄를 대신하는 보상, 보속이 필요하다. 때문에, 하느님께서는 예수님을 세상에 보내시어, 사람을 대신하여 십자가상의 죽음을 맛보게 하셨고, 그럼으로써 사람이 하느님께 범한 잘못, 죄에 대한 합당한 값을 치르게 하셨다.”


이러한 설명을 ‘보상설’ 이라 합니다.

곧, 사람이 죄를 보속할 방법이.. 값을 치룰 방법이 없기 때문에, 예수님으로부터 그 값을 치르게 하셨다는 설명입니다.


물론, 이 설명은 ‘그럼, 사람이 죄를 짓지 않았다면, 예수님께서는 사람이 되지 않으셨나?’ 라는 반론이 제기될 수 있는 완벽한 설명은 아닙니다.

무엇보다도, 예수님께서 사람이 되신 이유는, 우리에게 영원한 생명을 주기 위해, 스스로 자신을 비우고 낮추는 자기 비움의 행위로 인간이 되신 것입니다. 우리가 온전히 이해할 수 없는 신비적인 측면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셀모 성인의 설명은 우리 신앙과 구원에 많은 도움과 이해를 주는 가르침입니다.


그렇습니다.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아들 예수그리스도를 사람이 되게 하셔서, 그 예수님을 믿는 모든 사람을 구원해 주셨습니다.

하느님의 의분을 달래기 위해 하느님과 같은 존재의 희생, 보속이 필요했듯이, 아무런 흠도 죄도 없는 분을 이 땅에 모시기 위해서는 그에 상응하는 존재가 필요했습니다.


교회의 믿음은 모든 사람은 다 원죄를 갖고 태어납니다.

곧, 원죄를 짊어지고 태어나지만, 원죄에 물들지 않은 사람이 필요했습니다.

그 존재가 바로 성모 마리아이십니다.


성모님의 원죄 없으신 잉태는 하느님의 놀라운 섭리요, 은총의 결과입니다. 성모님께서 스스로 그런 능력을 지니신 분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그렇게 해주신 것입니다.


그런데, ‘천사나, 다른 신적 존재가 아니라, 왜 하필 마리아인가?’ 라는 물음이 제기될 수 있습니다.

이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하느님의 마음이기 때문입니다.

우리와는 다른 영원하신 하느님께서 그렇게 하신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성모님의 삶을 되돌아보면, ‘왜 성모님이 아니시면 안 되는가?’를 알 수 있을 것도 같습니다.

성모님께서는 우리와 똑같은 인간이면서도 우리와는 다른 마음을 지니셨고, 다른 생각을 하고, 다르게 보며 살아가신 분이신 것 같습니다.


15세의 어린 나이에 천사가 나타나, ‘아기를 잉태할 것이다.’는 말을 전해 주었을 때, 놀라움을 생각해 봅니다.

굳이, 당시 사회적 풍습이 처녀가 임신하면 어떠한 벌을 받게 될지를 생각해 보지 않더라도, 또한 천사의 방문이 단순한 망상이 아니라, 예수님의 어머니가 된다는 것을 굳게 믿기 위해서는 대단한 결단이 요구되는 것입니다.

우리 인간을 대표하여, 지금 중학교 2학년 학생들이 이 말을 들었다면, ‘과연 몇 명이나, “네” 라고 답할 수 있을까요?’

과거처럼, 돌에 맞아 죽지는 않는다하더라도, 그 추문을... 스캔들은 무시 못 할 것입니다.


장난으로 ‘내’ 라는 대답을 할 수 있을지 몰라도, “보십시오.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라는 대답은 어느 한 순간에 할 수 있는 대답이 아닙니다.

늘, 하느님을 생각하며, 그리워했고, 하느님의 뜻만을 찾으며, 하느님의 종으로 살아가려고 노력했기에 가능한 대답입니다.

철없는 어린애의 대답이 아니라, 하느님과 자신의 관계가 어떠한지를... 어떠해야 하는지를 늘 추구하며 찾았기에 가능한 것입니다.

아무리 화려하고 행복을 주는 것들도, 하느님 없이는.. 하느님 밖에서는 아무런 의미와 가치가 없음을 알았기에 가능한 대답입니다.


쉽게 변하는 것이 사람의 마음입니다.

우리가 하느님을 처음 만나 나눴던 사랑도... 처음 지녔던 마음도... 은총의 감동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서서히 사그라지는 것이 우리의 모습입니다.


그러나, 성모님께서는 이러한 응답을 하신 후부터, 자신에게 일어나는 모든 일들을 무심히 지나쳐 버리는 것이 아니라, 늘 마음속에 간직하며 그 의미에 대해 곰곰이 묵상하며 살아가셨습니다.

엘리사벳을 만나고 나눴던 대화와 하느님을 찬양하는 모습을...

아기 예수님을 등에 업고 에집트로 도망쳐야 했던 사건과 예수님을 봉헌하기 위해 성전에 갔을 때, 시므온과 안나 예언자들의 말을....

아들 예수님을 잃었다가 다시 찾았을 때의 일과 ‘내가 아버지 집에 있어야 할 것을 몰랐습니까?’ 라는 예수님의 대답을....

예수님과 함께 살아가며 느끼는 행복과 여러 감정들...

예수님이 활동하는 모습과 예수님을 찾았을 때, 하신 말씀을...

자신의 아들이 사형선고를 받고 심한 고통을 당했으며, 결국 십자가에 돌아가시는 것을 보며 느끼는 것들을 모두 마음속깊이 간직하며 그 의미에 대해 묵상하며 살아가셨습니다.


그 묵상은 여기서 끝나는 것이 아닙니다.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나고 또한 사도들과 함께 모여 기도하는 모습 속에서, 늘 마음속에 간직한 하느님의 뜻, 의미를 찾고 또 찾으며 살아가셨기에, 또한 이를 늘 우리에게 알려주시기에, 예수님의 어머니일 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의 어머니요, 교회의 어머니가 되시는 것입니다.


이는 하느님의 놀라운 은총의 결과보다도, 성모님의 삶이... 마음이 늘 하느님을 향해 있기 때문에... 하느님의 뜻 안에서 살아가시는 모습이 우리에게 모범이 되기에 복되다고 칭송하는 것입니다.

 

 Behold, I am the handmaid of the Lord.
May it be done to me according to your word.

 

 

우리는 지금 거룩한 성전에 모여 원죄 없이 잉태되신 복되신 성모 마리아 대축일을 기념하며 경축하고 있습니다.

이 은총의 날! 하느님께, ‘왜 우리에게는 성모님 같은 은총을 내려주시지 않습니까?’ 라며 하느님께 떼를 쓰는 것이 아니라, ‘당신의 어머니 마리아처럼, 우리도 늘 당신의 뜻을 찾고, 당신만을 향해 나아가게 하소서.’ 라는 기도를 드리며 살아가겠노라고 고백합시다.


어머니 마리아께 늘, ‘당신처럼 하느님만을 바라보며, 그분 안에 삶의 보금자리를 펴게 하소서. 당신의 손을 잡고 예수님께로 나아가게 하소서.’ 라는 기도를 드리며 살아가겠노라고 다짐합시다.

그리한 고백과 다짐이 우리 삶과 신앙에 유익이 될 것입니다.


다음 성가에 우리의 마음을 담아 우리 신심을 표현하고 전해 드리며, 성모님처럼, 하느님의 뜻만을 마음에 간직하려고 노력하고, 성모님과 함께 항구하고 깨끗한 마음으로 하느님께 나아가도록 합시다. 

                  

 

 


                     CHERCHER AVEC TOI, MARIE(음악을 들려준다.)


외국곡/ 마리아니스트 역사


마리아 당신과 함께 찾으리 하느님의 발자취를

당신 통해 받아들이리 하느님의 선물들은

당신은 우리와 함께 주를 찬양하오시니

부활로 이끄소서 말씀대로 행하오리

마리아 당신과 함께 찾으리 하느님의 발자취를

당신 통해 받아들이리 하느님의 선물들을

당신은 우리와 함께 고통을 나누시니

오늘의 십자가를 당신 손에 맡기리다.

 

 

제주 광양성당에서 ▒ 이찬홍 야고보 신부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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