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내가 사랑하는 사람
작성자장병찬 쪽지 캡슐 작성일2005-12-11 조회수733 추천수4 반대(0) 신고
주님은 더욱 커지셔야하고 나는 작아져야 합니다. (요한 3,30)
예수님, 저는 예수님께 의탁합니다.
하느님을 아버지라고 부를 수 있는 우리는 얼마나 행복한 존재인가!
모든 성인들과 천사들의 기도와 선행도 한 대의 미사와 비교할 수 없다.
언제 어디서나 항상 저와 함께 계시는 예수님, 저의 전부가 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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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랑하는 사람]


우리는 지금 대림시기를 보내고 있습니다.
 ‘대림(待臨)’이란 ‘오시기를 기다린다’는 뜻입니다.
주님이 오시므로 기다리자는 시기가 대림시기입니다.

기다림. 기다림의 모습은 여러 가지입니다.
3시에 애인을 만나기 위해 2시부터 약속 장소에 나가 있는 사람의
기다림은 가슴 설레이는 행복입니다.
임신한 여인이 아기를 품에 안을 그날을 손꼽는 기다림은 가슴 벅찬
희망입니다.
집나간 자식이 언제나 돌아올까, 하고 한숨 쉬는 부모의 기다림은 가슴
찢어지는 아픔입니다.
회복불능의 선고를 받고 시한부 인생을 사는 환자의 임종을 기다림은
가슴 무너져내리는 절망입니다.

기다림. 그러면 신앙의 기다림은 어떠합니까?
심판의 날에 다시 오실 주님을 기다리는 우리의 모습은 어떠합니까?
가슴 설레이거나 가슴 벅찬 기다림입니까? 아니면 가슴 찢어지거나
가슴 무너져내리는 기다림입니까? 그도 저도 아니면 그저 ‘오면 오는가
보다’ 하는 가슴 무감각한 기다림입니까?

저는 주님의 오심을 자주 상상해봅니다. 어떤 모습으로 오실까 마음속으
로 그려봅니다.  구름을 타고 찬란하게 오시는 주님.
오셔서 “얘야, 그동안 고생 많았지? 이제부터 나와 영원토록 기쁘게
살자꾸나”하고 말씀하시며 제 목을 끌어안아주실 주님.
상상만 해도 기뻐서 눈물이 나려고 합니다.
때로는 검은 도포자락, 검은 갓을 쓰고 저승사자처럼 나타나실 주님을
상상해봅니다. “얘야, 너는 아무리 시간을 줘도 변화가 없구나, 이제
그만 가자”하고 차갑게 말씀하실 주님의 모습.
상상만 해도 무서워 식은땀이 납니다.

천국과 지옥을 오가며 살아온 나날들.
오늘 내가 천국의 삶을 살아도 내일이면 지옥의 삶 속에서 허우적댈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습니다. 우리가 경험으로 잘 알지만, 우리가 착한
맘을 먹는다고 해서 우리의 기다림이 항상 밝은 빛 속에 있는 것은 아닙
니다. 살다보면 자신도 모르게 어느새 어둠 속에서 길을 잃곤 합니다.
인간적이란 말은 바로 실패와 고통의 가능성이 항상 있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가장 인간적인 것은 가장 신적인 것이 됩니다.
하느님은 실패도 고통도 없는 완전한 존재, 즉 신(神)이시지만 밑바닥까
지 실패하시고 고통의 마지막 한 방울까지 다 삼키신 분이십니다.
인간의 머리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이 엄청난 모순이 현실로 드러난
것이 바로 사람이 되신 하느님,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이십니다.

영광 중에 다시 오실 예수님을 마음에 떠올려봅니다. 언제 오실지 궁금
합니다. 십 년 기다리면 오실지, 늙고 늙어 이 다 빠지고 걸음도 못 걸을
그때 오실지, 저는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저는 감사하게도 우리 가운데
이미 와 계신 주님을 발견하곤 합니다.
시련과 고난, 소외와 실패 속에서 눈물 흘리고 있는 사람에게서 주님의
사랑이 싹을 틔우고 있음을 봅니다. 삶의 어두운 그늘을 지닌 사람이 또
다른 사람의 어두운 눈물을 닦아주는 모습에서 영원히 솟아나는 하느님
의 생명력을 봅니다.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여러분은 지금 무엇을 기다리고 있습니까?
눈에 보이는 이 세상은 사라져가고 새로운 세상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시련과 고통을 통해 세상을 다르게 볼 수 있게 된 사람은 행복합니다.
그 사람은 불신앙의 이 현대 광야에서 회개를 외치는 소리가 됩니다.
눈을 뜨고 잠에서 깨어나도록 소리지르는 주님의 선구자가 됩니다.
그런 이를 통해 모든 사람이 하느님의 구원을 보게 됩니다.
이 모든 일이 이루어지게 하는 것은 은총입니다.
하느님의 크신 은총이 여러분 삶 속에서 완성되기를 바라며 끝으로
정호승 시인의 시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들려드리겠습니다.


나는 그늘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그늘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한 그루 나무의 그늘이 된 사람을 사랑한다
햇빛도 그늘이 있어야 맑고 눈이 부시다
나무 그늘에 앉아 나뭇잎 사이로 반짝이는 햇살을 바라보면
세상은 그 얼마나 아름다운가

나는 눈물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눈물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한 방울 눈물이 된 사람을 사랑한다
기쁨도 눈물이 없으면 기쁨이 아니다
사랑도 눈물 없는 사랑이 어디 있는가
나무 그늘에 앉아
다른 사람의 눈물을 닦아주는 사람의 모습은
그 얼마나 고요한 아름다움인가

(베네딕토 요셉수도원 최형근)


( http://예수.kr  ,  http://www.catholic.to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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