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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멈춰 버린 자동차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05-12-13 조회수878 추천수11 반대(0) 신고

 

                                     

                                                      

                                                         멈춰 버린 자동차

 

 

 

                            


 

 

어제 예수님께서는 자신들이 하느님께 받은 권한을 올바로 사용하기 보다는, 오히려 예수님께 “당신은 무슨 권한으로 이런 일을 하시오?” 라고 묻는 수석사제와 백성의 원로들을 질책하셨습니다.


오늘은 어제 말씀에 이어서 “세리와 창녀들이 너희보다 먼저 하느님 나라에 들어간다.”고 말씀하시면서 그들의 잘못과 그 결과를 알려주십니다.

세례자 요한이 사람들에게 와서 의로운 길을 가르칠 때, 세리와 창녀들은 믿었지만, 그들은 믿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복음을 묵상하며, ‘왜, 수석사제들과 백성의 원로들은 요한의 말을 듣지 않고 믿지 않았을까?’에 대해 부족한 설명이지만, 어제 저의 체험을 통해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어제 한적한 숲 속 길에 하얗게 내리는 함박눈을 맞으며 걷고 싶은 마음에 제2횡단도로 어리목을 향했습니다.

유명한 도깨비 도로를 지나자, 눈이 내렸을 때, 차량을 통제하는 임시 검문소에서 경찰관 아저씨를 만났습니다.


‘위에 도로가 얼어버려 올라가지 못합니다.’ 라는 말씀에, 저는 ‘저 위에만 갔다가 금방 올 겁니다.’ 라고 말하며 경찰관 아저씨의 말을 무시했습니다.

오히려, 저 뒤를 따라오다가 경찰관 아저씨의 말을 듣고, 방향을 돌리고 돌아가는 차들을 보며... 그리고 길가 옆에 차를 세워놓고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을 보며, ‘쯔쯔... 겁은 많아가지고..’ 라며 거만한 모습을 비웃었습니다.


검문소를 지나, 일방통행으로 들어서니, 눈발이 거세지고 도로가 많이 얼어 있었습니다.

‘이왕에 온 거, 그래도 천왕사까지는 가야한다.’며 욕심을 냈습니다.

그런데, 일방통행에 접어들어 한 300M쯤 가다보니, 차가 빌빌거리는 것이었습니다.

‘이러면 안 되는데...’ 내심 걱정하는 순간, 차가 멈춰버렸습니다.

더 이상 올라가지 못하고 헛바퀴만 돌았습니다.

금방이라도 뒷걸음칠 상황이었습니다.


다행히 바로 뒤따라오는 차가 없었기에 망정이지, 정말 큰일 날 뻔했습니다.

앞으로는 가지 못하고 뒤로 가야하는 상황이 내심, 걱정도 되고 참 막막했습니다.

차가 오래 되어 힘이 없는 것은 알았지만, 그래도 평소에 어느 정도 속력을 내어주기에, 별 걱정 없이 빙판길을 올랐는데, 이 정도 일 줄은 몰랐습니다.


어쩔 수 없이, 바싹 긴장하며 후진으로 왔던 일방통행 길을 천천히 내려갔습니다.

그런데, 조금 가다보면, 저처럼 경찰 아저씨의 말을 듣지 않고 올라오는 차들이 있어서 옆으로 비켜서야 하기에 이 또한 쉽지 않았습니다.

더 위험한 것은 산을 깎아 만든 도로여서 커브길이 참 많았습니다.

한 두 세 번 차가 빙글빙글 돌며 구덩이에 빠질 것 같은 위험함 상황을 맞게 되었을 때, 머릿속으로 경찰관 아저씨가 떠올랐습니다.


분명, 내 의지대로 이곳에 와서, 이런 위험한 상황을 맞이했습니다만, ‘안 됩니다. 가지 못합니다. 돌아가십시오.’ 라고 강하게 반대하지 않은 그 경찰관 아저씨가 못내 야속하기만 했습니다.

순순히 차를 돌려 되돌아간, 그 힘 좋은 고급 승용차들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습니다.


다행히, 아무 탈 없이 무사히 내려왔습니다만, 다음부터는 경찰관 아저씨의 말을 잘 들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 소중한 체험이었습니다.


생각해 봅니다.

제가 경찰관 아저씨의 말씀을 무시한 것은, 어쩌면, 운전에 대한 자신감 때문입니다.

운전을 좀 잘한다는 교만한 마음과 도로 상태를 잘 파악하지 못하고, ‘뭐 이정도 얼어붙은 것, 쯤이야!’ 라는 안일함 때문입니다.

그런, 교만함과 안일함이 어제와 같은 위험한 상황을 초래했던 것입니다.

(어제, 제가 얼마나 운전을 못하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그렇습니다.

복음에 수석사제들과 백성의 원로가 요한의 말을 듣지 않고 믿지 않은 이유 역시, 자신들에게 있는 교만함과 안일함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하느님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있다는 교만함, 적어도 이름모를 촌뜨기 요한보다 더 많이 배은 사제요, 원로라는 교만함이 요한의 말을 듣지 못하게 한 것입니다.


이런 교만함은 우리 삶에서도 종종 체험됩니다.

성당에 더 오래 다녔다는 교만함... 하느님에 대해 남보다 더 많이 배워 알고 있다는 교만함... 남들보다 더 오래, 더 많은 기도를 드린다는 교만함...

자신에게 좋은 말이나, 필요한 충고를 하는 사람보다 예수님에 대해 더 많이 믿었고, 더 많이 생각했고, 더 많은 체험이 있다는 교만함이 우리의 눈과 귀를 막아버려 예수님에 대해 올바로 보지도 듣지도 못하게 하는 것입니다.


예수님을 맞이하기 위해... 참되게 예수님을 바라보고, 참되게 예수님을 말씀을 듣기 위해 우리도 귀와 눈을 막고 있는 교만함과 안일함을 조금씩 걷어내는 노력을 해야 하겠습니다.

늘 복음의 큰 아들로 살아가지는 못한다 하더라도, 매번 둘째아들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하겠습니다. 아멘.

그리고 경찰관 아저씨의 말씀을 잘 들읍시다.^^

 

                                       ▒ 이찬홍 야고보 신부님 ▒

 

 




♬ Intro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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