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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종말의 표상
작성자이인옥 쪽지 캡슐 작성일2005-12-13 조회수844 추천수7 반대(0) 신고




복음: 루가 7,18ㄴ-23

감옥에 갇힌 세례자 요한은 자기 제자 두명을 예수께 보낸다.
그분이 정말 누구신지 알아보기 위해서다.
“오실 분이 선생님이십니까? 아니면 저희가 다른 분을 기다려야 합니까?”

'오실 분'은 물론 백성들이 수백년동안 고대하던 메시아다.
그런데 이 메시아에 대한 像이 각각이라는 것이 문제다.

요한도 자기가 그리던 메시아 상이 있었다.
그런데 예수님의 하는 일은 그 像과는 너무 달랐기에 이런 질문을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요한의 메시아 상은 어떠했을까?
그가 고대한 메시아는 '성령과 불로 세례를 베푸실 분'(3,16)
'손에 키를 들고 타작마당의 곡식을 가리듯 밀은 곳간에 모아들이시고

쭉정이는 꺼지지 않는 불에 태우실 분'(3,17)이었다.
여기서 '불'이라는 표상이 가르쳐주는 바는 곧 심판과 정화이다. 

요한은 바로 그 심판과 정화의 불을 염두에 두고, 이렇게 말했다.
"독사의 족속들아, 닥쳐올 진노를 피하라고 누가 너희에게 일러주더냐?"(3,7)
"도끼가 이미 나무 뿌리에 닿았으니, 좋은 열매를 맺지 않는 나무는 다 찍혀 불 속에 던져진다."(3,9)
메시아가 오시면 곧 불의 심판이 이루어지리라 생각했던 것이다.

그.러.나.
예수께서 오셔서 한 일들은 무엇이었나?
"눈먼 이들이 보고 다리저는 이들이 제대로 걸으며,
나병 환자들이 깨끗해지고 귀먹은 이들이 들으며,
죽은 이들이 되살아나고 가난한 이들이 복음을 듣는" 그런 일만 하셨던 것이다.
말하자면 이사야 예언서가 말하던
메시아 시대의 일들이 눈 앞에서 실현되고 있었다.
(이사 29,18; 35,5-6; 42,18; 26,19; 61,1...)

"주님의 날"이 오면 심판이 있을 것이란 메시지도 있었지만
그러나 그에 못지않게 구원에 대한 메시지도 성서엔 많이 있었다.

그렇다면 세례자 요한은 왜 그것들을 몰랐을까?
몰랐다기 보다 백성들이 하는 짓들을 보면
구원보다는 심판이 더 마땅할 것 같았다.

우리 시대에도 기막히고 암울한 현상들을 보면 그러하지 아니한가?
생각 같아선 이유없이 남을 짓밟고 자기 이익만 추구하는 악인들,

어린이와 부녀자와 노인들을 학대하는 그런 나쁜 놈들은

이 세상에서 싹쓸이 없어져야 할 것 같기도 하다.


예수님이 오시기전, 세례자 요한 뿐만 아니라
이스라엘 백성 모두는 '사람의 아들'이

악의 세력과의 투쟁에서 멋지게 승리를 거두고 자기 백성들을 구출하고는

그밖의 사람들에게는 최후의 심판을 내리시리라 여겼다.

그러나 그분은 심판 보다는 구원을.
투쟁보다는 화해를.
승리의 월계관이 아니라 고통의 가시관을.
영광이 아닌 십자가를.
그들만이 아닌 온 세상 모두에게
복음을 전하러 오셨다는 사실을 너무 싱거워서
너무 억울해서 받아들일 수 없었다.

 

사람의 아들, 그리스도의 재림은 종말에 실현될 것이다.
현대 신학은 종말을 '희망'으로 설명하고 있다.
종말은 과거의 두려움과 공포의 대상으로서가 아니라
새롭게 우리에게 다가오는 희망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그리스도의 재림을 '기쁨과 희망'으로 기다릴 수 있는 것이다.

일전에 종말에 대한 새로운 신학적 입장에 대해 글을 올렸었다.
그러나 과거의 끔찍한 표상들이 더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는 것 같아 놀라웠다.

꼭 그렇게 생각하고 싶은 이유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렇다면 그런 마음으로 '그리스도의 재림'을 희망차게 기다릴 수 있는지 되묻고 싶다.

마지막 날에 모든 사람이 구원되지 않을지 모른다해도

악인들이 마땅한 벌을 받을지 모른다해도
적어도 모든 사람들이 구원되는 그런 날을 희망하며 기다리고 기도하며 노력하는 것이 
희망적인 종말을 기다리는 올바른 신앙인의 자세가 아닐는지.

오늘 복음에서 예수께서는 마치 이렇게 말씀하시는 듯하다.
만인에게 베푸는 구원의지에 대해 "의심을 품지 않는 사람은 참으로 행복하다."
때가 되면 내릴 심판에 대해 "의심을 품지 않는 사람은 참으로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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