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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부각과 쇠락
작성자양승국 쪽지 캡슐 작성일2005-12-14 조회수992 추천수8 반대(0) 신고
12월 14일 수요일 십자가의 성 요한 사제 학자 기념일-루카 7장 18-23절


“오실 분이 선생님이십니까? 아니면 저희가 다른 분을 기다려야 합니까?”



<부각과 쇠락>


루카복음사가는 오늘 복음에서 세례자 요한의 입장에서 바라볼 때 슬프고 쓸쓸하고 허전한 현실을 가감 없이 소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세례자 요한은 자신에게 다가온 받아들이기 힘든 현실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고 있습니다.


오늘 복음구절은 이처럼 예수님의 부각과 동시에 세례자 요한의 쇠락이 명백하게 대조되고 있는 내용입니다.


예수님께서 오랜 침묵을 깨고 구세사의 전면에 등장하시던 무렵, 세례자의 요한의 인생은 그야말로 절정기를 구가하고 있었습니다.


자신이 주도했던 세례갱신운동은 당시 백성들 사이에서 한줄기 신선한 바람 같았습니다.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그를 찾아가 지금까지 그 누구에게서도 들어보지 못했던 소중한 가르침을 전해 들었습니다. 그로부터 받은 감동과 회심의 마음은 자연스럽게 세례로 연결되었습니다. 당대 지도자들, 그리고 예수님조차도 세례자 요한을 찾아가 세례를 받았습니다.


그뿐이 아니었습니다. 유능한 사람들로 구성된 튼튼한 제자단이 구성되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세례자 요한을 존경하고 흠모했습니다. 헤로데 왕마저 그의 세를 두려워할 정도였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의 등장과 더불어 세례자 요한은 직감합니다. 물러날 때가 왔다는 사실을.


세례자 요한은 자신의 제자들을 예수님께 보냅니다. 이미 자신은 그분이 누구신지를 잘 파악하고 있었지만, 다시 한 번 자신이 알고 있던 바를 확증하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그 사실을 자신의 제자들도 알게 하고 싶었기에 예수님께 보낸 것입니다.


이제 곧 제자들마저 세례자 요한에게 탈당계를 낼 것입니다. 그리고 예수님께로 갈 것입니다. 그 동안 자신에게 열렬한 환호와 박수갈채를 보내던 군중들도 예수님께 매료된 나머지 세례자 요한을 잊게 될 것입니다.


머지않아 세례자 요한은 헤로디아의 간계에 한낱 노리갯감으로 전락하고 말 것입니다. 허무하고도 비참하게 이 세상을 하직할 것입니다. 한때 대단했던 명성을 뒤로 한 채 초라한 모습으로 무대 뒤로 사라질 것입니다. 철저하게도 고독하고 쓸쓸한 최후만이 남아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례자 요한은 슬프지 않습니다. 허전하지 않습니다. 억울하지 않습니다. 자신의 인생 안에서 언젠가는 주님께서 점점 커지셔야 하고 자신은 한없이 작아져야 한다는 사실을 명백히 자각하고 있었기에, 자신에게 다가온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앞으로 자신에게 남아있는 길이 비록 고통의 가시밭길이지만, 달릴 곳을 다 달린 사도의 길, 하느님께서 맡겨주신 사명을 무사히 수행한 예언자의 길이었기에, 그리도 기꺼이 무대 뒤로 사라질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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