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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펌) 아이들이 나를 가르칩니다. 나를 키웁니다.
작성자곽두하 쪽지 캡슐 작성일2005-12-14 조회수766 추천수3 반대(0) 신고

아이들이 나를 가르칩니다. 나를 키웁니다.



어느 가을 날, 한 소년이 신발도 신지 않고 팬티 차림으로 걸어가기에 뒤따라 가보았습니다. 산모퉁이 다 쓰러져가는 초막집, 문 앞을 서성이다 용기를 내어 들어가 보니, 술에 취해 누워있는 아버지와 먹다 만 밥상위에는 반찬도 없는 라면 찌꺼기가 널려 있었습니다.

엄마의 가출과 술주정뱅이 아버지의 폭행에 시달리며 살아가는 아이의 일상은 차마 눈뜨고 볼 수 없었습니다. 청년은 소년의 아버지에게 허락을 받아 아이를 집으로 데리고 왔습니다. 목욕도 시키고, 옷도 사서 입히고, 학교도 보내며 자식처럼 키우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점심 도시락을 준비해서 주면 밥과 반찬을 반만 먹고 남겨오는 것이었습니다.


“왜 귀한 밥과 반찬을 남겨오는 거야?" 못된 버릇을 고쳐주기 위해 눈물을 찔끔거릴 만큼 호되게 소년을 꾸짖었습니다. 그러자 소년은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울먹였습니다.


“굶고 계실 아버지 생각에 도시락을 먹을 수가 없었어요. 아빠가 술 먹고 때릴 땐, 아빠가 빨리 죽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근데 아빠가 잘 계시는지 궁금했어요. 학교에 가면서 문을 살짝 열고 도시락을 문틈으로 들여놓고 학교에 갔어요. 도시락을 드신 아빠는 그 자리에 도시락을 놓았어요. 아빠와 마주치면 혼날까봐 몰래 가져왔지만 아빤 저를 위해 밥과 반찬을 반절씩 남겨주신 거였어요. 그러나 집으로 돌아오는 길, 그 어디에서도 도시락을 먹을 만한 곳이 없었어요. 점심시간에 수돗가에서 물을 마시면서 아빠가 맛있게 드시는 모습을 상상하면 저도 배가 불렀어요. 아빠랑 살 때 하루에 한 끼 먹는 날도 있었어요. 그래서 배고픈 것을 잘 참아요.”



글: 라디오에서   사진: 다운

-름다운 상을 드는 람들
  http://www.asemans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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