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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부족함이 주는 의미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05-12-14 조회수1,053 추천수5 반대(0) 신고

                    

                               

                                   부족함이 주는 의미

 

 

                        

 

 

신학교에서 성인전을 읽을 때, 처음에는 ‘야 대단한 분이다. 나도 이분들처럼 살려고 노력해야지!’ 라는 순수하면서도 좀 교만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학년이 높아감에 따라, 그리고 기대하고 품었던 삶과는 그릇된 모습을 계속 보게 될 때마다, 성인의 삶은 제에게는 너무 멀게만 느껴졌습니다.

‘어릴 때부터 아무런 잘못도, 흠도 없었다.’는 내용을 접할 때마다, ‘에이, 설마! 좀 과장되지 않았나?’ 또는 ‘그러니, 성인이 되었다.’라는 생각을 하곤 했습니다.

저와는 상관없는 오르지 못할 큰 나무와 같은 분처럼 느껴졌습니다.


성인전과는 달리, 우리가 매일 접하는 살아계신 하느님의 말씀인 성경이 구원의 기쁜 소식일 뿐만 아니라, 우리에게 또 다른 희망과 위로,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해주는 이유 중 하나는, 등장인물들의 잘못과 허물을 숨기지 않고 그대로 보여준다는 것입니다.


예수님의 최고의 제자들이라 할 수 있는 베드로 사도는 그렇게 큰 소리를 쳤음에도, 세 번이나 예수님을 모른다고 부인하는 잘못을 범했습니다.

야고보와 요한 형제는 높은 자리에 앉고 싶은 욕망에, 어머니를 통해 예수님께 청탁을 합니다.

그리고, 오늘 복음에서 알려 주듯이, 예수님께서 구약의 마지막 예언자요, “사람의 몸에서 태어난 사람으로서 그보다 더 위대한 인물은 없었다.” 라는 칭찬을 들은 요한 역시, 그러합니다.


그렇게 메시아의 길을 닦으며 준비하고, 메시아가 이미 와 계심을 알려 주셨음에도, 예수님에 대한 확고한 믿음을 갖지 못합니다.

복음을 보면, 제자들을 예수님께 보내어 “오실 분이 선생님이십니까? 아니면 저희가 다른 분을 기다려야 합니까?” 라고 여쭙게 합니다.


물론, 이는 요한이 메시아와 예수님이 서로 다름을 인정하는 모습이지만, 동시에 예수님께 이러한 기대에 해주기를 권하는 것입니다.

곧, 이제는 예수님이 메시아의 활동을 하시라고 촉구하시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예수님께서는 이러저러한 대답을 하시는 것이 아니라, 메시아로서의 활동과 모습을 보여 주십니다.

곧, 요한의 제자들에게, 질병과 병고와 악령에 시달리는 사람들을 고쳐주시고 눈먼 이를 보게 해주시면서, “요한에게 가서 너희가 보고 들은 것을 전하여라.” 라고 말씀하시며 믿음을 촉구하십니다.


그렇습니다.

신앙생활을 하면서 ‘과연 하느님께서는 계시는가? 계시다면, 왜 나는 이런 일, 고통을 겪어야 하는가? 과연 나는 하느님의 사랑을 받고 있는가?’ 라는 의문이 들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문제에 대해서는 다음에 나누기로 하고, 오늘을 신앙인으로 살아감에 있어, 하느님의 제자요, 백성으로 살아감에 있어 체험되는 부족함에 대해 나누고자 합니다.


성서에서 알려주듯이, 우리는 자주 많은 허물, 잘못을 체험하며 살아갑니다.

우리가 흠도, 티도 그 어떤 허물, 잘못 없이 주님을 믿고 사랑하며 살아가기를 바라면서도 이런 기대와는 달리, 죄를 체험합니다.

어쩌면 “나는 내가 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나는 내가 바라는 것은 하지 않고 오히려 내가 싫어하는 것을 합니다.”(로마서 7, 15) 라는 바오로 사도의 고백이 우리의 솔직한 고백입니다.


분명, 죄 체험은 우리를 힘들게 합니다.

무기력하게 하고, 자신감과 열정을 없애버려, 자신 안에 숨어버리게 합니다.

그런데, 더 황당한 것은 이를 알고 있음에도, 늘 체험하면서도, 또 다시 쉽게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행한다는 것입니다.

또 다시 괴로워하고, 하느님까지도 피해서 숨어버립니다.


그러나, 죄 체험 무조건 나쁜 것이고, 우리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일까요?

만약, 그렇다면 우리에게는 더 이상 죄 체험이 없어야만 합니다.

그런데, 죄 체험은 계속 됩니다.

때문에, 반복되는 잘못, 허물을 체험할 때마다, 괴로워하며 자신의 나약함을 탓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다시는 같은 죄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다짐에만 머물며 하느님의 용서를 청하는 것이 아니라... 깊은 성찰을 통해 자신에 대해 명확하게 알고, 더욱 더 하느님께만 의지하고 매달리며 도움을 청하게 된다면, ‘하느님 제가 이렇습니다. 제발 좀 도와주십시오.’ 라고 간절하게 기도드리며 더 이상 자신을 믿지 말고, 하느님만을 믿게 된다면, 우리가 경험하는 허물, 잘못 등에도 그 어떤 의미를 찾게 되지 않을까 합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죄 체험이 언제나 필요하고, 언제나 유익하다는 것은 아닙니다.

‘하느님을 더 찾게 되고 만나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이구나...’고 말씀드리는 것은 아닙니다.

분명, 반복되는 악습을 반듯이 끊으려고 부단히 노력해야 합니다.

그런데, 그 노력을 스스로, 혼자 힘으로 하려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도움으로 행하는 것입니다.

‘하느님, 이것이 저를 힘들게 하고, 하느님과 사랑의 관계를 단절시키며, 하느님과 멀어지게 하는 잘못이요, 악습입니다.’ 라고 고백하고, 그 허물을 하느님께 내어 드리며 고쳐 나가야 하는 것입니다.


살면서 느끼는 것은 하지 않으려는 다짐이 1이라 할 때, ‘해도 돼!’ 라며 달콤하게 유혹하는 것은 2라는 것입니다.

때문에, 하느님께 매달리며 도움을 청하지 않는다면 극복하기가 결코 쉽지 않습니다. 또 다시 악습이 반복될 뿐입니다.


우리는 노력하는 사람들입니다.

자신의 허물, 잘못보다, 하느님의 크신 자비와 사랑을 굳게 믿고 확신하며 조금씩 고쳐 나가도록 노력했으면 합니다.

무엇보다도, 성탄 판공을 통해 우리의 허물, 잘못, 죄에 대해 명확하게 고백하여 사함을 받고, 다시금 힘차게 살아가겠노라고 고백하며, 오시는 주님을 기쁘고, 설레는 마음으로... 진정 세상과 우리의 죄를 없애시는 하느님의 어린양으로 맞이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아멘.

 

                                               ▒ 이찬홍 야고보 신부님

 

 




♬ 하얀 성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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