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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속이 터져서...
작성자이인옥 쪽지 캡슐 작성일2005-12-15 조회수940 추천수10 반대(0) 신고








독서: 이사 54,1-10
복음: 루카 7,24-30

예비자 교리를 맡은지 일년 반이 되었고,
그동안 새로 영세를 받은 사람들이 90명은 넘은 것같다.

얼굴과 이름 외우기에는 정말로 재능이 없는 나로서는
그 많은 사람들의 얼굴과 이름, 새 본명들을 다 기억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그럼에도 한 기수에 몇명씩은 선명히 인상에 남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전에 맡은 예비자들 가운데 처음부터 유난히 눈에 띄는 자매가 있었다.
얼굴이 목석처럼 굳어 있어서 말 걸기도 민망했던 자매.
차를 권해도, 말을 걸어도 말없이 고개만 움직였던 자매.
그래서 유난히 기도 중에 많이 생각났던 자매.

그런 자매가 육개월간의 교리 교육기간 동안,
차차로 표정이 풀리고, 씨익 미소를 짓기도 하고, 건네는 말에 대답도 하는
그렇게 변화되어가는 과정을 바라보는 것이 얼마나 보람이 있었던지.


그런데 그 자매가 마지막 찰고를 앞두고 주저앉고 만 것이다.
봉사자들의 끈질긴 설득과 격려도 무산되고 마지막 약속도 취소하고 말았다.

자식이 죽고나서는 세상과 결별을 하고 산다는 이야길 동네 사람들에게 들었다.
스스로 성당을 찾아왔다던 자매는 이제 겨우 세상 밖으로 얼굴을 내밀었다가
결국에는 자기가 세상에 받아들여질 리가 없다는 잘못된 판단을 내려버린 것 같았다.

나는 전에도 비슷한 자매를 본 적이 있다.
사랑스런 딸이 죽고 나서 대낮에도 커튼을 내려치고 검은 옷만 입고 다니고
얼굴에 웃음기도 없이, 사람들과 어울리지도 않고 살아가던 사람을.


도대체 무슨 낯으로 세상의 즐거움을 누리냐는 것이었다.
하루 빨리 자기도 하느님께 가고 싶은 생각 뿐이라는 그 자매가 생각났다.
딸이 죽은 지 오래되었는데도 여전히 그렇게 살아가고 있던 자매였다.
결국 자기 스스로를 폐쇄시켜놓고 자기 스스로 용서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오늘 바로 이렇게 스스로를 어둠 속에 가두어두고 사는 사람들을 향해
이사야는 목청 터지게 외치고 있는 것같다.

"너의 천막 터를 넓혀라. 네 장막의 휘장을 아낌없이 펼쳐라."
"두려워하지 마라. 네가 부끄러운 일을 당하지 않으리라.
수치스러워하지 마라. 네가 창피를 당하지 않으리라.
네 부끄러움을 잊고, 네 치욕을 네가 다시는 회상하지 않으리라."


너무나 속상한 일이다.
그렇게나 목청 터지게 주님의 사랑을 외쳤는데..
구원의 손길이 바로 눈 앞에 있다고 그렇게 외쳤는데..

"내가 잠시 너를 버렸지만, 크나큰 자비로 너를 다시 거두어들인다.
분노가 북받쳐 내 얼굴을 잠시 너에게서 감추었지만, 영원한 자애로 너를 가엾이 여긴다.
네 구원자이신 주님께서 말씀하신다."
"산들이 밀려나고 언덕들이 흔들린다 하여도, 나의 자애는 너에게서 밀려나지 않고,
내 평화의 계약은 흔들리지 아니하리라. 너를 가엾이 여기시는 주님께서 말씀하신다."

아, 이런 성경의 구절들을 그 자매의 귓속에 퍼붓고 싶다.
겨우 육개월 공들였는데도 이렇게 속이 터지는데
이런 사람들을 바라보는 주님의 마음 속은 얼마나 피투성이랴?

얼마나 애가 타시면 이렇게 말씀하시랴?
"너희는 무엇을 구경하러 광야에 나갔더냐?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냐?
아니라면 무엇을 보러 나갔더냐? 고운 옷을 입은 사람이냐?
화려한 옷을 입고 호화롭게 사는 자들은 왕궁에 있다.
아니라면 무엇을 보러 나갔더냐? "

"보라, 네 앞에 나의 사자를 보낸다."
들어라!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환성을 올려라, 기뻐 소리쳐라, 즐거워하여라"

구원이 정말로 네 앞에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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