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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 신부님 강론 말씀)
작성자김명준 쪽지 캡슐 작성일2005-12-18 조회수1,171 추천수3 반대(0) 신고

2005.12.18 대림 제4주일                            
사무하7,1-5.8b-12.14a.16 로마16,25-27 루가1,26-38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매년 나해 대림 4주일의 화답송 후렴을 부를 때 마다 늘 새롭고 흥겹습니다.
“하느님의 사랑을 영원토록 노래하리라.”

우리 모두 하느님의 사랑을 영원토록 노래하기 위해
이 거룩한 미사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우렁찬 화답송 후렴 노래에 추위도 따뜻이 녹는 듯합니다.

마침내 오늘 대림 4주일,
네 개의 영롱한 촛불이 기쁨으로 우리 마음을 환히 밝히면서
주님 탄생이 가까이 다가왔음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어둠을 환히 밝히면서, 추위를 따듯이 녹이면서,
임기다리는 기쁨으로 빛나는 삶을 살라는 가르침을 주고 있습니다.

 

그저께가 보름이었고 계속되는 강추위였지만
요즘 며칠 동안 밤하늘은 더없이 맑았고 환한 둥근 달은 온 누리를 환히 비추었습니다.

문득 몇 해 전에 써놓은 ‘환한 사랑 둥근 달’이란 시가 생각났습니다.


 

푸르른 밤하늘
휘영청
밝은 달 하나
온 누리 환히 밝힌다.
푸르른 고독이
휘영청
환한 사랑 둥근 달 하나
낳았구나.
푸르른 고독이!


 

푸르른 고독이 상징하는 바, 침묵과 고독의 고요한 내적 삶입니다.
고요한 호수에 그대로 담기는 하늘이듯
고요한 마음의 호수에 떠오르는 하느님의 얼굴이요,
고요한 마음의 귀에 들려오는 하느님의 말씀입니다.

마음 시끄럽고 어지러우면 도저히 하느님 뵈올 수도,
하느님의 말씀을 들을 수도 없습니다.

 

현대인의 심각한 영적 질병 둘에는
가만히 머물지 못하는 것과 말하지 않고는 못 견디는 것이라 하는 데
이 또한 내적 불안과 혼란을 반영합니다.

 

눈 밝은 하느님, 이런 마음 고요한 이를 찾아 당신 사람으로 쓰십니다.
언제 어디서든 준비만 되어있으면 하느님 천사를 통해 몸소 찾아오십니다.

몸소 가브리엘 천사를 통해 마리아를 찾아 주신 하느님의 겸손에서,
하느님의 무한한 사랑을 배웁니다.

“은총이 가득한 이여, 기뻐하여라. 주님께서 너와 함께 계신다(루가1,28).”

 

마리아뿐 아니라
누구나의 고요한 마음의 귀에 들려오는 가슴 벅찬 천사의 음성입니다.

이런 내적 체험 있어야 삭막한 광야 인생, 풍요롭게 살아 낼 수 있습니다.
마치 푸르른 하늘에 휘영청 밝은 달 하나 떠오르듯,
푸르른 고독의 마음 하늘에 환한 달처럼 떠오른 주님의 얼굴이요 천사의 전갈이었습니다.

“두려워하지 말라. 너는 하느님의 총애를 받았다(루가1,30b).”
마리아뿐 아니라 깊은 내적 삶을 사는 이들 모두를 향한 천사의 말씀입니다.

 

그러나 은총에는 언제나 그에 맞갖은 사명이 부여됩니다.
이어 전개되는 천사와 마리아의 대화가 참 긴박합니다.

“보라, 이제 네가 잉태하여 아들을 낳을 터이니 그 이름을 예수라 하여라(루가1,31).”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청천벽력 같은 충격적 말씀에
동정녀 마리아의 내적 갈등과 혼란은 얼마나 컸겠는 지요!

“저는 남자를 알지 못하는데,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겠습니까?”

그러나 서두르지 않고 인내를 다하여 마리아와 대화하는 하느님입니다.

기도란 바로 하느님과의 대화를 뜻합니다.
얼마나 잘 듣는 마리아인지, 그의 침묵의 깊이를 능히 헤아릴 수 있습니다.
막연한 진공 상태의 침묵이 아니라 하느님의 말씀을 잘 듣기 위한 침묵입니다.

진정 기도의 사람인 관상가, 마리아처럼 침묵의 사람이자 들음의 사람입니다.
“성령께서 너에게 내려오시고 지극히 높으신 분의 힘이 너를 덮을 것이다.
그러므로 태어날 아기는 거룩하신 분, 하느님의 아들이라 불릴 것이다(루가1,35).”

 

마리아에 대한 하느님의 신뢰가 얼마나 깊은 지 부럽기조차 합니다.
하느님으로 부터든, 사람으로 부터든 신뢰를 받는 것보다 더 큰 재산은 없을 것입니다.
명예, 돈, 건강은 잃어도 살지만 신뢰를 잃으면 못삽니다.

“보십시오.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루가1,38).”

 

그러자 천사는 마리아에게서 떠나갔다 합니다.
이 대답이 나오기 까지 하느님은 얼마나 조마조마 했을까요?

하느님의 겸손과 인내가 놀랍습니다.
마리아가 거절하면 하느님도 강요할 수 없기에 구원 역사는 좌절 될 수뿐이 없습니다.
일방적 하느님이 아니라
상대방 인간의 동의와 협조가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능한 하느님입니다.

마치 자식을 맘대로 할 수 없는 부모의 마음과 흡사합니다.
그래서 부모는 자식의 종이라 하지 않습니까?


어찌 보면 불쌍한 부모들이듯 불쌍한 하느님입니다.
결국 사랑 때문에 무능이요, 무능할 정도로 전능한 하느님이라 함이 맞습니다.

그러나 우리 믿음의 어머니 마리아,
하느님의 마음을 너무나 잘 헤아렸기에,
하느님과 완전히 코드가 맞았기에, 온전히 하느님의 뜻에 순종했습니다.

하느님, 참으로 마리아의 순종이 고마웠을 것입니다.
마침내 마리아의 순종의 응답을 통해 메시아의 탄생으로
나단을 통한 다윗에의 예언이 실현되게 되었습니다.

“너의 집안과 나라가 네 앞에서 영원히 굳건해지고,
네 왕좌가 영원히 튼튼하게 될 것이다(사무 하7,16).”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오늘은 대림 4주일, 주님 성탄의 날도 일주 남았습니다.

푸르른 밤하늘에 둥근 달, 환한 사랑 떠오르듯,
순종하는 내적 고요의 마음 안에 둥근 달 환한 사랑 아기 예수님 태어납니다.

하느님은 오랜 세월 감추어 두셨던
주님 탄생의 신비로 여러분의 힘을 북돋아 주실 것입니다(로마16.25).

예수 그리스도의 이 은혜로운 성체성사를 통하여
홀로 거룩하신 하느님께 영원토록 영광이 있기를 빕니다(로마16,27).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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