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 미역이야?”
성탄 전야미사 시작 전이다. 부족한 것을 살피다가 아기 예수님 강보
옆에 미역이 한 다발 놓여있는 것을 발견했다. 전례봉사 자매님에게 물
어보니 안나 할머니가 툭 던져놓고 가셨단다.
조용히 기도하시는 할머니를 찾아가 연유를 물었더니 안나 할머니 왈,
“애기 낳느라 성모님 고생했잖여! 그래서 미역 잡숫고 몸 푸시라고 놓
은 거여.”
아니 이런 깊은 뜻이! 정말 쓰러질 지경이다. 성체를 분배하고 제단에
오르는데 강보 옆에 1000원이 놓여있었다.
“이건 또 뭐야? 누가 여기다가 돈을 갖다놓았어?”
“안나 할머니가 헌금하면서 갖다놓으셨어요.”
미사 뒤에 안나 할머니를 또 찾아가 연유를 물었다.
“할머니, 돈 1000원은 또 뭐여?”
“그거 아기 예수님 기저귀 값이여. 구유예물은 따로 했응께 기저귀나
잘 갈아줘요. 그러고, 아까 그 미역 성모님 드시고 남는 것 신부님 드
셔. 알았지?”
성탄 구유를 철거하기까지 주일마다 나는 미역국도 먹고 기저귀 값도
받아서 예수님 똥 싼 기저귀를 빨아야만 했다. 미역국 먹고, 예수님 기
저귀 빨라는 안나 할머니의 가르침은 무슨 뜻일까? 잘 먹고, 성모님 고
통 이해하고, 예수님께 헌신하라는 말씀으로 들려온다.
“내 애인 안나 할머니! 너무 예뻐요, 그지요! 사랑합니다.” †
* 윗글은 시골 성당의 정취가 물씬 풍기는 어느 촌 신부님의 이야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