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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Fiat
작성자이인옥 쪽지 캡슐 작성일2005-12-20 조회수610 추천수5 반대(0) 신고

'에큐메니컬 마리아론의 기본 입장'

 

오늘날 가톨릭 교회는 마리아의 구세사적 역할의 정수를 그가 일생에 걸쳐 그지없이 충실하게 걸었던 '신앙의 길'에서 찾을 수 있다고 본다. 교회는 하느님 아들이신 그리스도를 낳으신 어머니 마리아의 위대함을 단순히 그분의 혈연적 모성에서가 아니라 그분이 평생토록 살았던 '신앙'의 위대함에서 보고 있다.

 

하느님 아들의 육화는 성령의 현존역사 안에서 이루어지는 인류구원을 위한 하느님의 주도행위이다. 그러나 구세사 안에서의 하느님의 활동은 인간의 자유를 무시하지 않는다. 하느님은 마리아와 자유로운 관계를 맺으면서 신앙에서 나오는 그녀의 응답을 기다린다.

 

그러기에 마리아의 신앙적 응답을 통해서 성취되는 하느님 아들의 모친성은 단순히 생물학적 사건발생만이 아니라 온 인류와 세계를 위한 구세사적 사건이었다. 이제 관건이 되는 것은 마리아께서 당신의 구세사적 직무를 어떻게 수행하는가이다.

 

루가복음서에서 마리아는 하느님 아들의 생물학적 어머니라는 사실보다는 신앙의 '이루어지소서', 즉 'Fiat!'을 통하여 부각된다. 엘리사벳은 자신의 남편 즈가리야의 회의(懷疑)와는 대조적으로 마리아가 보여준 신앙을 찬탄하고 있다. "주님께서 약속하신 말씀이 꼭 이루어지리라 믿으셨으니 정녕 복되십니다."(루가 1,45)

 

자유롭게 발해진 이러한 인격적 동의는 마리아가 단지 수동적으로만 하느님의 아들을 잉태하고 출산한 모친일 뿐만 아니라 하느님의 결정적 행위에 대하여 자신의 자유로운 처신을 통해서 능동적으로 하느님 아들의 모친이 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마리아의 신앙적 동의는 아브라함의 신앙이나 시나이 반도에서의 계약체결보다 더한 공식적인 구세사의 사건으로 간주될 것이다. 여기서 마리아는 모든 신앙인의 모범으로도 나타난다.

 

마리아가 은총으로 가득하게 된 것은 자기 개인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온 인류에게 확산되어 작용하기 위한 것이다. 이를테면, 마리아는 인류를 위하여 '피앗', 곧 '예'라고 응답한 것이다. 마리아의 구세사적 역할은 무엇보다도 신앙에서 나오는 참여로 이루어진다. 이 점은 이미 교부 시대에 인지되어서 성 아우구스티노는 '마리아가 신앙으로 충만하여 몸으로보다 먼저 영신으로 그리스도를 잉태하였다'고 진술하였다.

 

개신교회측에서도 하느님 말씀의 육화가 마리아의 신앙적 동의를 통하여 이루어진 구세사적 사실임을 인정하고 있다. 이를테면 루터나 바르트와 같은 인물들은 동정녀로서 예수를 잉태하여 낳으신 어머니로서 마리아를 단순한 개인으로서만이 아니라 구세사 안에서의 공적 기능을 수행하신 분으로 대하고 있다. 그래서 이들에게서도 마리아는 동정녀 탄생교리로부터 구원의 표징으로서 나타난다.

 

하느님께서는 자신을 철저하게 비우고 당신께 전적으로 의탁하는 마리아를 은총으로 충만케 하여 당신 말씀을 잉태케 하시고 그 어머니가 되게 하신 것이다. 여기서 이루어지는 일의 유일한 원천은 하느님의 역사이고 마리아는 하느님의 주도적 은총으로부터 발해지고 그 가운데에서 성장하는 순수한 수용 안에서 이 엄청난 구세사적 기능을 '자유로이' 수행한 것이다.

 

하느님의 아드님을 수태하고 잉태하게 되리라는 사실 통지는 그리스도를 기다리는 마리아의 믿음의 정점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하느님께 향하는 그분의 전 여정', 그분의 신앙의 순례가 시작되는 출발점이기도 하다.

 

마리아의 모든 여정에서 드러난 '순종하는 믿음'은 아브라함의 믿음과 유사함을 보여준다. 아브라함과 마찬가지로 마리아도 자녀다우면서도 어머니다운 '피앗'의 순례 동안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믿은 것이다.' 특히 이 여정의 특정한 단계에서 '믿는' 마리아에게 주어진 축복이 생동감 있게 드러나게 된다.

 

믿는다는 것은 '하느님의 판단이 헤아릴 수 없으며 그분이 하시는 일을 이해할 수 없음을'(로마 11,33) 겸손하게 인정하고서 살아 계신 하느님의 말씀이 주는 진리에 '자신을 맡기는 것'을 의미한다. 하느님의 '이해할 수 없는 일'과 '헤아릴 수 없는 판단'의 한가운데 서 있다고 할 수도 있는 마리아는 하느님의 계획 안에 들어 있는 모든 것을 준비된 마음으로 온전히 받아들이면서 희미한 믿음의 빛 안에서 자신을 하느님의 이해할 수 없는 일과 헤아릴 수 없는 판단에 내맡기는 것이다.

 

마리아는 믿음을 통하여 영보의 순간에 자신이 '메시아의 왕'의 어머니라는 사실을 인식했음에도 불구하고 '이 몸은 주님의 종입니다. 지금 말씀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루가 1,38) 하고 대답하였다. 첫 순간부터 마리아께서는 '순종하는 믿음'을 고백하였으며, 영보의 말씀을 들려주신 하느님께서 친히 그 말씀에 주신 의미에 자신을 내맡겼던 것이다.

 

마리아는 당신 아들과의 친교를 보존하면서 그의 유년기와 소년기, 청년기를 거쳐 십자가의 처형에로 이끄는 공생활에 접어들기까지 온갖 시련과 고통 속에서도 한결같은 자세로 '신앙의 여정'을 걸었다. "마리아는 십자가 밑에 - 당신의 아들은 단죄받은 자로 십자가 나무 위에 달려 고통받고 계신 밑에 - 증인으로 서 게신다. 하느님의 이 '헤아릴 수 없는 뜻' 앞에서 마리아가 보여준 순종하는 믿음은 얼마나 위대하고 얼마나 영웅적인가? 마리아는 그 하시는 일을 이해할 수 없는 분께 지성과 의지의 온전한 순종을 드러내고 서슴없이 온전히 자기를 하느님께 의탁하신 것이다."

 

마리아는 이 신앙을 통하여 자신을 온전히 낮추고 비우신 당신의 아들 그리스도와 온전히 일치한다. "십자가 밑에서 마리아는 믿음을 통하여 자신을 비우는 충격적인 신비에 참여한다. 이것은 아마도 인간 역사에서 가장 심오한 신앙의 '케노시스(Kenosis, 자신을 비움)'일 것이다. 믿음을 통하여 마리아는 당신 아들의 죽음, 구원을 이루어 주는 죽음에 참여하신다. 도망친 제자들의 믿음에 비할 때 마리아의 믿음은 한층 빛나는 것이었다."

 

마리아가 자유로운 신앙의 동의를 통해서 하느님의 아들을 잉태하고 동정녀로서 출산함으로써 온 인류와 세계를 위한 구세사적 기능을 수행하고, 일생에 걸쳐 당신 아들과 일치를 이룩하는 가운데 신앙의 순례여정을 항구하게 걸어간 사실이 정당하게 이루어지는 마리아 공경의 타당한 근거라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 이상은 심상태 몬시뇰의 논문, '에큐메니컬 마리아론의 기본 입장'에서 임의적으로 발췌하고, 약간의 편집을 한 부분도 있습니다. 이 글의 " " 부분은 회칙 "구세주의 어머니"에서 인용한 내용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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