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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연인이자 친구"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 신부님 강론 말씀)
작성자김명준 쪽지 캡슐 작성일2005-12-21 조회수774 추천수3 반대(0) 신고


2005.12.21 대림 제4주간 수요일
                                                      
아가2,8-14 루가1,39-45


                                              


     "연인(戀人)이자 친구(親舊)"



강추위 속의 하늘 향한 겨울 배나무들,
부활의 봄을 간절히 기다리는 기도하는 나무들, 그리움의 나무들 같습니다.

마침 하늘에서 내리는 흰 눈들, 은총과 위로의 따뜻한 임의 손길 같습니다.
눈 내리면, 몇 해 전에 써놓은 ‘임의 편지’라는 시가 생각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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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쏟아지는
흰 눈발들
임 보내시는 천상(天上) 편지
하얀 그리움
가득 담겨 있는
임의 편지
잔잔히 물결치는 마음
글씨 보이지 않아도
다 알아 보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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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인이자 친구인 하느님이어야 풍요로운 영성생활입니다.
오늘 새벽 독서기도 시
시편에서 소개되는 하느님이 얼마나 좋은지 그대로 인용합니다.

“내 영혼아 하느님 찬양하라,
주님의 온갖 은혜 하나도 잊지 말라.
네 모든 죄악을 용서하시고,
네 모든 아픔을 낫게 하시는 분.
죽음에서 네 생명 구하여 내시고,
은총과 자비로 관을 씌워 주시는 분.
한 평생을 복으로 채워 주시니,
네 청춘 독수리마냥 새로워지도다(시편103,2-5).”

이런 하느님을 연인이자 친구로 삼아 믿고 사랑할 때 참 기쁨이요 행복입니다.

얼마 전의 강한 느낌 잊혀 지지 않습니다.
어느 순간 노(老) 자매님들이 여자로 보이지 않고
인간으로 보인다는 것이었습니다.

젊었을 때는
매력 넘치는 여성미에 싱그러운 향기를 발하는 자매님들이었을 텐데
세월 흘러가면서 시들어가는 꽃처럼
점점 여성미는 사라지고 한계들만 지닌 본래의 인간으로 남는다는 것이지요.

비단 노 자매님들만 아니라 노(老) 형제님들도 역시
세월 흘러가면서 남성미는 사라져가면서 점차 약한 인간으로 자리 잡아 갑니다.

바야흐로 원숙한 인간미가 들어나야 할 때이기도 합니다.
여성 없이 성숙한 인간으로서의 남성은 불가능합니다.
남성 없이 성숙한 인간으로서의 여성은 불가능합니다.

성숙을 위해 반쪽짜리 인간이,
즉 남성이 여성을 그리워하는 것은, 여성이 남성을 그리워하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럽고 당연한 하느님 주신 본능입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영화나 문학, 예술의 주 소재가
이성(異性)간의 사랑을, 성(sex)을 다루고 있지 않습니까?

이성(異性)을 그리워한 연정(戀情)의 체험이 있으십니까?
사랑하는 연인에게 연애편지 써보거나 사랑의 고백을 하신 적은 있으십니까?

연인으로서의 하느님 사랑에 도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저의 매일 강론, 마치 매일 하느님 연인에게 연애편지 쓰는 마음으로 씁니다.

오늘 1독서의 아가서 얼마나 감미로운 연정의 고백입니까?
“내 연인의 소리!
보셔요, 그이가 오잖아요.
산을 뛰어오르고, 언덕을 뛰어 넘어 오잖아요. 
내 연인은 나에게 속삭이며 말했지요.
나의 애인이여 일어나오.
나의 아름다운 여인이여, 이리 와 주오(아가2,8.10).”

이렇게 연인처럼 하느님을 그리워하고 사랑하라는 이야기입니다.
내로라하는 신비가들의 하느님 사랑이 이러했습니다.
이런 연정의 사랑 있어 저절로 거친 마음은  부드러워지고,
어둡던 마음은 밝아지고, 차가워졌던 마음은 따뜻해집니다.

결국 만병의 근원은 사랑 결핍에 있음을 새삼 깨닫게 됩니다.
연정의 사랑에 이어 친구 간의 우정(友情)도 인간 성숙에 필수입니다.
연인이자 친구 간의 부부관계라면 더할 나위 없는 행복이겠습니다.

오늘 복음의 마리아와 엘리사벳의 우정이 참 부럽습니다.
친구란 다른 하나의 나입니다.
이런 친구 하나만 있어도 쓸쓸한 광야 인생 충분히 살아갈 수 있습니다.

표현하지 않고는 살 수 없는 인간이요,
잉태 예고에 주님의 종으로 순종할 것을 약속한 마리아였지만
역시 가슴 한없이 답답했을 것입니다.

그리하여 즉시 찾아 나선 것이 영적 친구 엘리사벳이었습니다.
엘리사벳의 대답이 너무나 고무적이고 감동적입니다.
가슴 답답한 마리아에게 무한한 위로와 격려가 되었을 것입니다.
영적 안내자 역할까지 겸할 때 진정한 친구입니다.

“당신은 여인들 가운데에서 가장 복되시며 당신 태중의 아기도 복되십니다.
내 주님의 어머니께서 저에게 오시다니 어찌 된 일입니까?
보십시오, 당신의 인사말 소리가 제 귀에 들리자
저의 태 안에서 아기가 즐거워 뛰놀았습니다.
행복하십니다.
주님께서 하신 말씀이 이루어지리라고 믿으신 분(루가1,42-45).”

하느님 주신 최고의 선물이 완전히 코드가 맞는 이런 친구입니다.
엘리사벳 친구를 통해 완전히 스트레스를 해소한 마리아였습니다.
근심의 구름은 말끔히 걷히고

주님의 은총 햇살 가득한 마음 하늘이 되었습니다.
눈에 보이는 친구와의 만남과 대화는 필수입니다.

신뢰하는 이에게 속내를 표현하면서

마음은 치유되고 변화되고 자유로워지면서 참 나를 발견합니다.
나의 정체성을 공고히 합니다.

그러나 이런 인간 연인과 인간 친구,
궁극의 목표가 아니라, 영원한 연인이자 친구인 하느님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하느님이 진정 연인이자 친구가 되어가면서
참된 인간 연인도, 참된 인간 친구도 나타날 것이며,
아무리 세월 흘러도 여전히 여성미, 남성미와 더불어 인간미 지닌
전인으로 살 수 있을 것입니다.

이 복된 성체성사 시간,
주님과의 연정과 우정을 더욱 깊이 하는 시간입니다.
세월 흘러가면서 우리의 주님과의 미운 정, 고운 정도 더욱 깊어갈 것입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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