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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무염시태
작성자이인옥 쪽지 캡슐 작성일2005-12-22 조회수652 추천수3 반대(0) 신고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래 가톨릭 교회는 전통적 마리아론에 대한 프로테스탄트 측의 비판을 수용하면서, 마리아 공경이 성서적. 전례적. 교회적. 인간학적 통찰에 입각하여 이루어져야 한다는 입장을 천명하였다.

 

이에 개신교회측의 비판을 고려하면서 마리아에 관한 주요 교리들, 곧 마리아의 하느님 모친성과 교회 일치 문제에서 쟁점이 되고 있는 성모 무염시태와 몽소승천 교리에 이어 마리아의 동정성과 같은 마리아 교의의 구세사적이고 구원적인 의미들을 살펴보기로 한다.

 

마리아의 무염시태 교의는 19세기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믿을 교리로 선포되었다.

 

교의 확정 과정:

 

1854년 12월 8일 교황 비오 9세는 교서 '무량하신 하느님 INEFABILIS DEUS'을 통하여 마리아가 잉태되는 첫 순간부터 원죄와 그 과실에 오염되지 않았다는 무염시태를 교의로 선포하였다.

 

"복되신 동정녀 마리아는 잉태된 첫 순간부터 인류의 구세주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공로와 전능하신 하느님의 유일무이한 은총의 특전으로 말미암아 원죄에 물들지 않고 순수하게 보전되었다."(DS2803)

 

이 교리가 가톨릭 교회 안에서 하나의 명백한 계시 진리로 인정 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교부시대에 서방 교부들인 암브로시오와 아우구스티노를 통해서 마리아의 성성(聖性)과 무죄성에 대한 사유가 전개되기 시작하여 시간이 경과하면서 서방과 동방교회에서 대체적으로 인정되기에 이르렀다.

 

중세에 이르러서는 인류의 일반적인 죄악성에 예외를 인정하여 그리스도를 필요로 하지 않는 한 사람이 생김으로써, 그리스도의 구원 역사의 보편성이 손상된다는 이유에서 무염시태를 부인하는 입장들이 대두되면서 논란이 일게 되었다.

 

그런데 스코투스와 같은 대표적 신학자는 마리아의 무원죄성을 열렬히 옹호하였으며, 1439년 바젤 공의회는 무염시태 명제를 신앙조항으로 선언하였다. 하지만 이 공의회는 당시 교황과 유대 관계를 맺지 않아 합법적으로 인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 선언이 효력을 발휘하지는 않았다.

 

15세기 말에 교황 식스토 4세는 로마에서 무염시태에 상응한 축일을 정식으로 허가하기도 하였으나 반대자들의 입장도 만만치 않아 공식적 결정이 내려지지는 않았다.

 

트리덴티노 공의회에서는 교부들의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믿을 교리로 판정하는 데 이르지 못했고, 19세기에 이르러서야 교황 비오 9세에 의해 확정 선포된 것이다.

 

신학적 의미:

 

하느님의 모친이 된다는 것은 예수 그리스도의 인간성에 완전히 참여함을 의미한다. 이러한 참여란 다른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인격적 사랑인 은총 안으로 들어서고 하느님과의 공동체 안으로 들어서는 것을 뜻한다.

 

마리아가 그리스도의 존재에 완전히 참여한다는 것은 은총으로 충만해짐을 뜻한다. 마리아는 은총이 가득한 분이다.(루가 1,28)  '은총을 가득히 입는다'는 것은 구체적 역사 안에서 '구원되었음'을 뜻한다. 마리아 역시 인간으로서 원죄의 과실에 연루되어 있으며, 자기 스스로의 힘으로 이 상태를 벗어날 수 없다. 그녀 역시 "구원을 필요로 하는 모든 사람들과 더불어 아담의 혈통에 결합되어 계신다."(교회헌장 53항) 교회는 마리아가 이 속박으로부터 해방된 것은 온전히 그리스도에 힘입어 하느님의 선물인 구원은총에 의하여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의식하고 있다.

 

죄는 하느님의 뜻을 거스르는 인간의 배역행위로서 하느님보다 자신의 뜻을 앞세우는 것인데 비해, 성성이란 자신의 뜻을 하느님의 뜻과 온전히 부합시키는 처신이다. 마리아를 하느님의 모친으로 간택한 것은 하느님의 은총이 마리아에 의해 자유롭고 스스로 책임을 지며, 인격적으로 온전히 받아들여졌음을 전제로 한다.

 

은총의 수용자가 하느님의 원의와 일치하려는 온전한 자세를 갖춤으로써 은총이 수용이 이루어진다. 이러한 고도의 자유는 현실적인 역사 상황에서 인간 스스로의 힘만으로는 불가능하고 하느님의 은총이 불가결하게 요청된다. 하느님게서 인간이 처해 있는 죄의 연루를 분쇄하면서 자유의 공간을 먼저 마련하심으로써 마리아의 인간적 자유가 계발되고 이로써 하느님으로부터 제공된 은총을 수락하는 인류사에서 결정적인 의미를 지닌 결단이 이루어질 수 있게 된다.

 

마리아가 원죄에 물들지 않고 깨끗하게 잉태되었다는 것은 동정녀 출산에 의한 하느님 아들의 모친성의 내적 귀결로 간주될 수 있다고 보아 믿을 교리로 결정된 것이다.

 

마리아는 하느님의 충만한 은총에 힘입어 하느님을 그지없이 닮은 순수한 인간 본연의 모습을 간직하였으며, 결국 육화한 하느님의 말씀의 어머니가 되실 수 있었다. 아담과 하와가 인간 본연의 순수성을 상실한 것과는 대조적으로 인간으로서의 순수함을 간직하였다. 이것이 '원죄없이 모태에 잉태되신 분'이라고 일컬어질 때의 처지로 이해될 것이다.

 

그래서 이 교리는 칼 라너가 표현하듯이 '한분이고 유일한 중재자 예수 그리스도의 구원론의 핵심에서부터 나온 한 신앙조항'이라고 볼 수 있기도 하다. (Die Unbefleckte empfangnis p237 참조)

 

 

-심상태 몬시뇰, '에큐메니컬 마리아론의 기본입장' 에서 발췌하여 편집하였음-

 

ps. (이미 '하느님의 어머니' 는 어제 올린 글에서 살펴보았습니다. 무염시태는 오늘 글에서, 그리고  몽소승천 교리는 또 기회되는 대로 올려드릴 것입니다. 이에 대해 최근의 신학은 어떻게 설명하는가 하고 물으신 분이 있어서 혹시 관심이 있는 분이 있을까 하여 올립니다. 

 

위의 교리 확정 과정을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19세기에 느닷없이 교황의 단독적인 결정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초세기부터의 오랜 하느님 백성의 '신앙감각Sensus fidelium'에 따른 교의 확정이라고 배웠음을 첨가드립니다. Sensus fidelium은 비록 성경에는 나와있지 않으나 하느님 백성의 총체가 계시 진리라고 인정해왔던 것을 말합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에서 교의를 확정하는 하나의 요체로 공식인정된 것이고 이에 관해서는 공의회 문헌, 교회헌장 25항을 참조하십시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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