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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레지나의 이야기
작성자박영희 쪽지 캡슐 작성일2005-12-23 조회수880 추천수8 반대(0) 신고

레지나의 이야기

사랑스러운 레지나는 우리 유치원의 유아반에 다니고 있는 어린이입니다. 레지나가 새로 생긴 아파트로 이사를 해서 차량 코스를 조절하기가 어려워 제가 아침에 차량으로 등원을 시켜주고 있습니다.

어느날 함께 차를 타고 다니는 한 어린이가 제게 "애니 타임" 이라는 사탕을 몇개 주었습니다. 저는 함께 동승한 레지나에게 사탕을 한개 주고 나서 무심코 사탕을 먹었습니다. 성지순례를 다녀온지가 얼마 안되는데, 그 때 자매님들이 이 사탕을 주길래 잘 먹었던 기억이 나서 아무 생각 없이 사탕을 먹었습니다.

레지나는 사탕을 먹지 않고 있었습니다. 제가 왜 사탕을 먹지 않느냐고 물어보아도 아무 말없이 사탕을 가방에 잘 두는 것 같았습니다. 그 이튿날 레지나에게 사탕을 먹었느냐고 물어보았더니 먹었다고 하였습니다. 언제 먹었느냐고 물었더니 유치원이 끝나고 차에서 내려 집으로 들어갈 때 먹었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참 놀랐습니다. 그리고 제가 부끄러웠습니다. 이렇게 어린 유아반 어린이도 자기가 먹고 싶은 사탕을 먹지 않고 잘 두었다가 일과가 모두 끝나고서야, 그것도 다른 친구들이 보지 않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먹었다는 것이 놀라웠습니다.

이것은 상당한 능력입니다. 만족 지연 능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미룰 수 있는 만족지연 능력은 아주 바람직한 능력입니다. 미국의 어느 학자의 종단적인 연구입니다. 어린이들에게 초코파이를 한 개씩 나누어주고 이것을 20분간 참았다가 먹는 어린이에게는 초코파이를 한 개 더 준다고 하였습니다. 노래를 부르거나 책을 보면서 20분 후에 먹은 어린이들은 고교 진학 무렵이 되었을 때, 아주 우수하고 품성이 좋은 청소년으로 성장하였고 그 때 참지 못하고 초코파이를 바로 먹은 어린이들은 학업성적도 부진하고 문제를 지닌 청소년들이 많았다고 합니다.

이 만족지연 능력은 우리가 살아가면서 겪게 되는 여러가지 고통들 앞에서도 잘 대처할 수 있는 능력으로 여겨집니다.

레지나는 그 후에도 대화를 해보면 언니가 입던 옷이나 신발들을 신는 것에 대해서도 소중하게 여기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그만한 시절엔 언니 오빠가 입고 신던 것들을 입고 쓰면서 불만을 가지는 것이 보통인데 레지나의 이러한 생활태도를 보면서 더욱 사랑스러웠습니다. 그리고 저는 자연스럽게 레지나의 할머니와 어머니의 평소의 가정교육을 미루어 알 것 같았습니다.


새벽미사후에 성당에서 기도하고 계시는 할머니와 직장에 다니면서도 가끔 새벽미사에 나오시는 레지나 어머니를 뵙게 되는데 신앙의 정신을 삶으로 보여주시기 때문이라는 것을 미루어 알 수 있었습니다.


레지나가 새해에는 더욱 튼튼해지고 지혜가 자라서 총명해지리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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