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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어떤 모습으로 오셨나?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05-12-25 조회수692 추천수5 반대(0) 신고

 

                    

                                어떤 모습으로 오셨나?

 

 

                          

 

 

드디어 긴 대림시기가 끝나고, 그토록 애타게 기다리던 아기 예수님께서 탄생하셨습니다.

아기 예수님께 축하인사 드렸습니까?

아직 못 드렸다면, 함께 인사를 드렸으면 합니다.

예수님의 탄생은 단순한 것이 아니라, 우리를 위해 태어나신 놀라운 사건이니, “태어나 주셔서 감사합니다.” 라는 인사가 좋은 듯싶습니다.

자 모두 함께 큰 소리로 외칩시다.

“예수님, 태어나 주셔서 감사합니다.”

(에구.. 새근새근 주무시는 아기 예수님께서 우리의 큰 소리에 깨어나 버리셨네요.^^)


오늘 요한 복음사가는 마구간의 식통을 의미하는 구유에 태어난 예수님이 어떠한 분이신지 자세하게 알려주십니다.

아기 예수님은 말씀으로 현존하시는 분이요, 그 말씀으로 세상이 창조되었고, 빛으로서 우리 가운데 다가와 함께 살아가기 위해 태어나셨음을 분명하게 알려주십니다.

때문에, 오늘 우리 가운데 오신 아기 예수님을 어떻게 맞이해야 하는지..어디에 모셔드려야 하는지 생각해 보셨으면 합니다.


예수님의 성탄은 우리에게 엄청난 축복이요, 기쁨임에도, 솔직히 저에게는 커다란 감동과 기쁨이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기분이 그래서 그런지, 참 우울한 성탄 전야였습니다.

강론을 위한 묵상이 되지 않았습니다.

아기 예수님을 모실 구유를 정성스럽게 준비하시는 자매님들께 물었습니다.

‘어떤 성탄을 맞이하고 싶습니까?’

‘예수님을 잘 모시는 성탄을 맞이하고 싶습니다.’

‘어떻게 하면 예수님을 잘 모시는 것입니까?’

‘마음 안에 모시는 것이 아닐까요?’

‘어떻게 하면 예수님을 마음에 모실 수 있을까요?’

‘그러게요, 저도 마음이 어지러워 잘 모르겠습니다.’

‘네 저도 마음에 모시고 싶은데, 이번에는 잘 모르겠네요. 수녀님, 어떻게 하면 예수님을 마음에 모실 수 있을까요?’

‘회개하면 되요?’

‘네에 그러네요.’ 라고 답을 했지만, 그 순간 저는 마음속으로 이런 말을 했습니다.

‘아니, 누가 그걸 모릅니까? 그리고 사순시기뿐만 아니라, 지난 대림 시기 내내, 회개, 회개를 외쳤는데, 예수님의 탄생을 기뻐하는 오늘도 회개를 외쳐야 합니까? 그럼, “탄생을 축하드립니다.”라는 인가가 아니라, “주님, 회개해야겠습니다.” 라는 말씀을 드려야겠네요.’ 라며 투정을 부렸습니다.


성탄 때만 되면 떠오르는 신학생 때의 체험을 있습니다.

그 체험이 너무 강렬해서인지, 지금도 ‘과연 예수님께서는 나에게 어떠한 모습으로 다가 오시는가? 그런 예수님을 어떻게 맞이해야 하는가?’ 라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출신 본당에서 성탄 예술제를 할 때, 조명을 켜기 위해 자동차 건전지를 사용했습니다.

리허설 때, 건전지가 다 되어버리자 충전을 하기 위해 카센터에 가서 맡겼습니다.

한 10시간 후에 찾으려 가보니, 사장님은 계시지 않고, 나중에 알았지만, 고3 졸업 예정자가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습니다.

‘충전하기 위해 맡겼던 건전지 찾으려 왔습니다.’ 고 말하며, 학생과 함께 건전지 충전하는 곳에 따라갔습니다.

건전지에 붙여 놓았던 충전선을 빼려고 하자, 잘 안되었던지, 드라이버를 건전지에 대고 망치로 쳤습니다.

몇 번 치더니 갑자가 “광” 하고 수류탄이 퍼지는 굉음이 들려 습니다.

순간, 귀가 멍하고 정신없이 밖으로 나왔습니다.

‘이게 무슨 소리인가?’ 라고 생각할 때쯤에, 그 학생이 한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밖에 나와 벌러덩 드러누우면서 이런 말을 했습니다.

‘나, 눈 하나 터진 것 같습니다.’

옆에 있던 동료가 눈을 살피며, ‘눈 있다’ 고 말하는데, 저의 눈에 계란 흰자 같은 액체가 바닥에 떨어진 것이 보였습니다.


맞습니다.

망치로 건전지를 치는 순간 스파크가 일면서 건전지가 터졌고, 건전지 액체인 황산이 눈을 덮치면서 눈동자가 터져버렸습니다.

그 때만큼 참담한 심정은 없었습니다.

다른 것도 아니고, 성탄 예술제 준비를 위해 건전지를 충전하러 왔다가 그런 엄청난 사건을 체험하게 되자, 아무 생각이 없었습니다.

성탄 내내 예수님께 물었습니다.

“왜 제게 이런 일이 발생되었습니까? 저의 죄를 알려주기 위해서입니까? 저의 눈의 죄를 알려 주기 위해서 그런 엄청난 일이 제 앞에서 이루어진 것입니까? 라고 묻고 또 물었습니다.


그런 제에게 ‘학사님이 다치지 않은 것이 참 다행입니다. 예수님의 은총입니다.’ 라는 신자분들의 말을 들을 때는 더 찹찹했습니다.

그런 큰 사건을 두고, 아직 고등학교도 졸업하지 않은 어린 10대는 평생 눈 하나 없이 살아가야 하는 그 사건을 두고, ‘나는 아무 일 없으니 다행이다.’ 는 말을 참 이기적이고, 예수님을 더 우롱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러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 올해는 아기 예수님께서 나의 도움을 받기 위해, 상처 난 학생이 모습으로 오셨구나? 그러나, 나는 그렇게 예수님의 오심을 기다리고, 또 기다린다고 하면서도 정착 나에게 오신 예수님을 올바로 맞이하지 못했구나...’


그렇습니다.

세례자 요한이 활동하며 많은 시선을 끌 때, 예수님께서는 사람들에게 물었습니다.

“너희는 무엇 하러 광야에 나갔더냐?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냐? 고운 옷을 입은 사람이냐? 화려한 옷을 입고 호화롭게 사는 자들은 왕궁에 있다.” 라고 말씀하신 예수님께서 오늘 우리 모두에게 묻습니다.


“너희는 무엇 하러 성당에 왔느냐? 구유에 누워있는 예수님을 보기 위해서냐? 휘황찬란하게 빛나는 성탄 추리냐? 만약 그렇다면, 이는 굳이 성당이 아니라도, 다른 곳에 더 크고 화려하고 찬란하게 장식된 구유와 추리가 있다. 많은 곳에 상업주의가 만연하기 때문이다. 성탄의 참된 의미보다도, 크리스마스라는 축제를 통해 한 몫 잡으려는 풍조가 더 크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만약 아니라면, 왜 왔느냐? 아기 예수님을 맞이하기 위해서냐? 그렇다면, 어떻게 어디에 맞이하겠느냐?”


말씀이 사람이 되시어 우리와 함께 살아가십니다.

때문에, 내가 바라고 원하는 방법, 모습은 아니더라도, 분명 아기 예수님께서는 우리 가운데 함께 하십니다.

네 도움을 필요로 하는 그러한 모습에... 우리의 따스한 손길과 사랑을 기다라는 그 마음에 함께 하십니다.


아기 예수님의 탄생을 기뻐하는 이 시간, 그저 막연하게 기뻐하고 년 중 행사처럼 되풀이 되는 경축 행사가 되어 버리면 안 될 것입니다.

과연 나에게 오신 아기 예수님은 어떤 모습으로 다가오시는지... 그런 예수님을 어떻게 맞이하고, 어디에 모셔야 하는지를 곰곰이 생각해 보았으면 합니다. 아멘.

 

                                  ▒ 이찬홍 야고보 신부님 ▒ 



♬  고요한 밤 거룩한 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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