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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봉사자
작성자이인옥 쪽지 캡슐 작성일2005-12-26 조회수952 추천수6 반대(0) 신고



독서: 사도 6,8-10; 7,54-59
복음: 마태 10,17-22

예루살렘 공동체는 유다의 자리를 대신해 마티아를 사도로 선발했다.
그 선발 기준은 이러하다.

"예수님께서 우리와 함께 지내시는 동안 줄곧 우리와 동행한 이들 가운데에서,  
곧 요한이 세례를 주던 때부터 시작하여 예수님께서 우리를 떠나 승천하신 날까지 
그렇게 한 이들 가운데에서 한 사람이 우리와 함께 예수님 부활의 증인이 되어야 합니다"

즉 12 핵심 사도의 가장 큰 조건은 예수님의 공생활 초기부터 승천까지의 목격자이다.
그들의 사명은 바로 예수님의 말씀과 행적에 대한 "증언자"여야 하기 때문이다.

사도의 자리를 다시 채우고 모든 것을 자발적으로 함께 나누며 
열심히 선교를 하던 사랑의 공동체 예루살렘 교회에 큰 문제가 닥쳤다.
신자들이 늘어남에 따라 밖으로는 유대교의 박해가 거세어지고, 
안으로는 식사 배급 문제에 있어 갈등과 불평이 심화되었던 것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도들은 일곱명의 봉사자들을 뽑는다.
그러면 이들 봉사자를 뽑는 기준은 또 무엇이었을까?
"우리가 하느님의 말씀을 제쳐 놓고 식탁 봉사를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그러니 형제 여러분, 여러분 가운데에서 평판이 좋고 
성령과 지혜가 충만한 사람 일곱을 찾아내십시오. 
그들에게 이 직무를 맡기고, 우리는 기도와 말씀 봉사에만 전념하겠습니다.”  

많은 신자들을 관리하고 재정을 책임질 봉사자의 기준은, 
첫째가 사람들 안에서 평판이 좋아야했다.
둘째로 성령과 지혜가 충만한 사람이다.

사람들에게 평판이 좋다는 것은 신뢰와 존경을 받는 사람이라는 말이다. 
즉 그의 언행이 일치하여 표리부동하지 않고
매사에 솔선수법하며 약속에 신의를 지키는 사람일 것이다.
이렇게 교회에서의 통솔력과 관리 능력은 맨 먼저 그의 인격에서 나온다.
한마디로 인간 됨됨이가 훌륭한, 성숙한 인격의 소유자가 첫 조건이었다는 말이다.

그 다음에 성령과 지혜가 충만한 사람이다.
신앙의 정도가 성숙한 상태에 있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그 둘이 따로따로가 아니지만,
그 둘이 늘 정비례로 일치하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예루살렘 교회가 뽑은 일곱 봉사자들은 
성숙한 인격 위에 성숙한 신앙을 두루 겸비한 사람들을 뽑았다는 말이 된다.

이렇게 보면 스테파노는 돌에 맞아 죽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께서 마지막에 하셨던 똑같은 기도를 바침으로써, 
그리스도의 죽음과 합치하며 주님의 죽음을 상기시키며 그분의 영광을 드러내는 
성실하고 충실한 신앙인임을 드러내고 있다.
“주 예수님, 제 영을 받아 주십시오.”


얼마전, 한 성당에서 대림특강을 하게 되었다.
강의를 하러 왔는데 강의를 하기가 싫어지는 이상한 감정에 사로잡혔다. 

미사 중에도 자꾸만 그동안의 준비가 소홀했던 것 같고, 
준비해온 말은 그 성당에 맞지 않는 듯했으며,
말씀 식탁의 높이와 음향 상태에 신경이 쓰이는 등
이런 저런 걱정과 근심이 떠나질 않았다. 

시간이 되어서 그 자리에 섰지만, 강의를 끝내고 아무도 만나고 싶지 않았다.
너무나 마음에 안드는 강의였기 때문에 사람들을 보기가 민망했기 때문이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얼마나 우울했던지, 
몇일이 지나가도록 그 기분에서 헤어나기 힘들었다.

그런 적은 처음이었다. 
가만히 상태를 점검해보니
준비가 소홀하고 다른 것이 어떻고 하는 것은 모두 핑계였고,
사실은 과거의 아팠던 기억과 체험들을 자꾸 사람들에게 꺼내놓는 것이 
너무나 자존심 상했고, 지금도 여전히 막막한 현실에 부딪칠 때마다 
두려움과 불안에 떨고 있는 나의 상태가 너무나 싫었기 때문이었다.

고해 성사를 하며, 또 아기 예수님의 오심을 준비하며,
하느님의 영광을 위한 증언이라면, 
그 잘난 자존심이나 감정보다는 과거나 현재나 간에.
말하기 싫은 아픔도 고통도 불안도 두려움도 있는 그대로 내어놓는 것이 
주님의 도구요 봉사자의 직분일 것이라는 마음이 생겨났다.

그러는 동안, 그 성당에서 소식이 들려왔다.
반모임에 모인 구역 사람들은 사순 시기에도 와서 특강을 해달라고 건의를 했다 한다. 

의외의 일이었다. 
하느님의 하시는 일은 늘 놀랍기만 하다.
"어떻게 말할까, 무엇을 말할까 걱정하지 마라. 희가 무엇을 말해야 할지, 그때에 너희에게 일러 주실 것이다. "
이제야 깨닫는다. 
수시로 나를 박해하고 돌로 친 것은 바로 나 자신이었음을.--;;
모두가 가진 것을 내어놓고
모두가 필요한만큼 가져가게 했던 
예루살렘 초기 공동체의 봉사자들의 모습처럼.

내게 있는 것, 주님이 주신 것, 
슬픔도 기쁨도, 아픔도 영광도, 
필요한 사람들이 필요한 만큼 가져갈 수 있도록 
모두 내어놓을 수 있는 용기를 청하며 또 다짐해본다.

아직도 성숙한 인간이 될 길이 멀다.
아직도 성숙한 신앙인이 될 길이 멀다.
아직도 충실한 봉사자가 될 길이 멀다.

이번 성탄에 아기 예수님이 내게 주신 선물.
"너도 아기로 돌아가 천진한 마음으로, 겸손하게 나의 뒤를 따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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