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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그리스도께 대한 사랑"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 신부님 강론 말씀)
작성자김명준 쪽지 캡슐 작성일2005-12-27 조회수649 추천수1 반대(0) 신고

2005.12.27 화요일 성 요한 사도 복음사가 축일
                                     
1요한1,1-4 요한20,1-8

 

 

 

요즘 가끔 겪는 일이지만 지난 밤, 수녀원에서 강의하고 오는 도중
버스 안에서 또 같은 경험을 했습니다.
 
빈자리가 나는 순간 옆에 서있던 젊은이가 힐끗 저를 보더니 
정중히 앉으라고 권하는 것이었습니다.

 

아마 밤이라

깍은 머리에 쓴 빵 모자의 모습이 할아버지처럼 보였는지 모르겠습니다.

‘고맙다’ 인사하며 앉았습니다만
‘내가 벌써 이렇게 됐나?’ 하는 허허로운 생각에 웃음뿐이 안 나왔습니다.

마음은 여전히 열정과 순수로 가득 찬 젊은이라 자부하고 있었는데 말입니다.

 

오늘 사도 요한 축일에 흰 제의를 입으면서 순간
‘아, 사랑의 색깔은 두 가지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제 첫 순교자 스테파노 축일의 붉은 제의를 통해 붉은 열정의 사랑,
그리고 오늘 사도 요한의 흰 제의를 통해 하얀 순수의 사랑을 연상했습니다.

 

그렇습니다. 열정과 순수로 표현되는 사랑입니다.
열정 있을 때 순수요, 순수에서 솟아나는 열정의 사랑이니
결국 열정과 순수는 둘이자 하나임을 깨닫습니다.

 

“아무것도 그리스도께 대한 사랑보다 더 낫게 여기지 말라(RB4,21).”
이번 피정 주제인데 저는 이 글귀를 여기 문간에서,
또 사제관에서 두 번 보았습니다.

 

베네딕도 성인은 물론 모든 성인들의 공통점은
두말할 것이 그리스도께 대한 열렬한 사랑이었고,
이 그리스도께 대한 열정과 순수의 사랑은
성덕의 잣대이자 우리 성소의 관건이기도 합니다.

 

그리스도께 대한 열렬한 사랑,
식어버리거나 퇴색해 버리면 곧장 성소의 위기를 초래하게 됩니다.

 

얼마 전, 새벽 동터오기 직전
붉게 물든 아름다운 동녘 하늘을 보며 떠오른 글이 생각납니다.

 

“황홀한 사랑
태양
떠오를 때마다
붉게 물드는 하늘이듯

당신
생각할 때 마다
기쁨으로 붉게 물드는
이 마음 하늘입니다.”

 

예로부터 ‘하느님의 사람들’인 수도승들, 새벽을 사랑했으니

동터오는 태양을 통해
죽으시고 부활하신 ‘그리스도 태양’을 연상했기 때문입니다.

 

매일 떠오르는 태양이 동녘하늘 붉게 물들이듯,
미사 중에 주님을 모실 때 마다,
또 주님을 자주 생각할 때 마다
기쁨으로 붉게 물드는 마음이면 참 좋겠습니다.

 

주님의 애제자, 사도 요한 누구보다 주님이신 그리스도를 사랑했습니다.
사랑은 함께하는 것입니다.

늘 우리와 함께 계신 임마누엘 하느님 예수님처럼, 사도 요한은

‘하느님의 보이는 사랑’이신 그리스도 예수님과 늘 함께 했습니다.

 

주님의 거룩한 변모 때,
게세마니 동산에서 기도할 때,
그리스도의 십자가 밑에서는 성모님과 함께,
오늘 복음의 빈 무덤 확인 시는 베드로와 함께

그 자리에 있었습니다(요한20,3).

 

베드로보다 빨리 달려 무덤에 도착했고,
무덤 안에서는 가지런히 정돈된 주님의 옷을 보는 순간
직감적으로 주님의 부활을 믿었으니(요한20,4-8),
이 모두들 사도 요한의 주님 향한 극진한 사랑의 표현들입니다.

 

이런 사랑은 추상적이 아니라 구체적이요 실천적인 실감의 사랑입니다.
몸으로 확인하는 사랑입니다.

 

사도 요한,
‘처음부터 있어온,
들은 것,
눈으로 본 것,
살펴보며 손으로 만져본 것,
생명의 말씀(1요한1,1)’이신 주님을 증언하며 ‘영원한 생명’을 선포합니다.

 

아버지와 함께 계시다가
우리에게 나타난 영원한 생명(1요한1,2)이신

주 예수 그리스도께 대해 증언합니다.

 

그러나 일방적 사랑은 없습니다.
생명의 말씀이시며 영원한 생명이신 그리스도께 대한 열렬한 사랑 있어
그리스도의 지극한 사랑을 받습니다.

 

참으로 영원한 기쁨과 행복의 샘, 그리스도와의 사랑입니다.
이 사랑을 통해 우리들은 아버지와 그 아드님의 친교에 참여함으로
충만한 기쁨 중에 살 수 있습니다.

 

매일의 성체성사를 통해 생명의 말씀을 모시므로
그리스도와 깊어가는 사랑 중에 영원한 생명을 누리는 우리들입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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