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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431) 아~~! 까먹을 걸 까먹어야쥐~!
작성자이순의 쪽지 캡슐 작성일2005-12-28 조회수836 추천수8 반대(0) 신고

2005년12월28일 수요일 무죄한 어린이들의 순교 축일 ㅡ요한1서1,5-2,2;마태오2,13-18ㅡ

 

    아~~! 까먹을 걸 까먹어야쥐~!

                                          이순의

 

 

어제 밤에서야 생각이 났습니다. 제가 상당히 여러해 동안 해 오던 사랑을 까 먹어버린! 아이들이 기다렸을 생각을 하니 지금도 가슴이 떨려 옵니다. 그렇게 해 맑게 웃으실 그 엄마의 가슴으로 시렸을 생각을 하니 제 가슴이 더욱 시려옵니다. 사실 아들의 진로문제로 겉으로 표현은 못해도 가슴이 몹시 복잡한 날들을 보내고 있습니다. 저만이 아니라 모든 자식의 어머니들이 겪었고 또 겪으실 일이지만 현재 진행형의 모든 엄마들이 다 함께 겪고 있으니 뭐 할 말도 없습니다.

 

아무리 그렇다고 잊을 걸 잊어야지요.

 

초등부에서 너어무 멀어지긴 멀어졌나봅니다. 초등부 은총잔치에서 선물을 타다가 산타가 되어 배달을 해 드렸는데 몇 해 전 부터는 초등부의 눈치가 보여서 개인적으로 작은 선물을 마련해서 배달을 했었습니다. 그런데 올 해는 까맣게 잊어버렸으니...... 어떡한답니까?! 장애를 가져서 성당에 오지 못하는 그 아이 엄마를 위로하는 길은 그것 뿐이라고 생각했는데 올 해는 그만 제 정신에 초등부 은총잔치를 까맣게 까 먹었습니다. 그러니 그 선물을 배달할 생각도 못하고!

 

성당의 선물과 똑같은 모양으로 선물을 마련해 왔으므로 늘 성당에서 가져다 주는 줄로 아는데 지나버렸으니 다시 마련한다해도 성당에서 가져 온 것이 아니라는 것을 눈치 챌 것이고, 부담감을 주지 않고 마음의 짐도 지우지 않고 산타가 되고 싶었는데 그만 이렇게 잊어버리다니! 이제서야 무엇을 어찌한다는 말입니까? 아이고 어쩐당가요?? 분명히 아이들은 성탄날에 매년 빠지지 않고 오시던 아줌마 산타의 선물을 잊지 않았을텐데 이 죄송한 면구를 어찌께 만회를 한당가요?

 

제 자식 걱정 때문에 가슴앓이를 하느라고 남의 생각을 미처하지 못하고, 그 작은 선물을 기다리다가 속으로 섭섭하였을 그 엄마의 마음을 어떻게 위로한당가요? 거리에서 만났을 적에는 그 아이도 말아톤의 주인공처럼 멋지게 자랐던데요. 어찌나 미남으로 잘 생겼든지요. 불쑥 알아보고 말을 걸었을 때는 말아톤의 주인공처럼 말을하고 무표정한 얼굴로 휑하니 달아나버린! 그래도 그만큼 자란 모습을 보면서 그 엄마의 수고와 사랑을 짐작이나마 할 수 있었습니다.

 

모성은 강하고 정성된 것이지요. 온전하고 잘나고 바른 쪽 보다는 좀 모자라고 못나고 부족한 쪽으로 기울도록 신의 섭리께서 마련하셨지요. 그 엄마도 그런엄마입니다. 엄마이기 때문에 엄마만이 키울 수 있었던 그 엄마의 그 아이! 제가 그들을 도울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었습니다. 오히려 도우려고 하면 뒤죽박죽 짐이 되어버리는....... 그래서 그냥 우연히 만나면 따수운 말이나 몇 마디 해 드리고, 손이라도 한 번 따숩게 잡아주고, 그리고 1년에 한 번 성탄에 은총잔치의 선물을 성당이 아닌 슈퍼에서 똑같이 두 봉지를 마련하여 산타가 되어주는 게 고작이었는데.....

 

이제라도 마련을 하면 성당에서 타 온 것이 아닌 줄을 알아버릴텐데 어떻게 한답니까? 작년에는 그 아빠도 기다리고 계시면서 면목도 없는 저에게 깍듯한 인사를 해 주셨는데..... 그래서 내년에는 더욱 꼭 찾아와야지 라고 다짐을 했는데 워찐당가요?! 26일만 되도 좋겠는데요. 오늘! 28일까지가 대학입학원서 제출 마감 날이라서요. 앉으나 서나 대학생각! 자나깨나 대학생각! 그런데요. 이놈의 심정이 얼마나 요사를 부렸는지 아십니까?! 그러니 진짜 중요한 일을 까 먹은 게지요.

 

어미의 심정이라는 것이 소방관련 학과를 원해서 보면 꼭 자식을 불구덩에 집어 넣는 어미 같아서 대답을 못하고 눈물이 나고요. 군대를 원해서 학과고 학교고 상관없이 ROTC만 가능한 대학으로 무조건 간다고 하면 그것도 어미 생각에는 타당하지를 못해서 눈물이 나고요. 좀 마음에 들고 나은 생각이 들면 점수가 부족하고요. 그렇다고 저놈이 신학교를 간다고 하면 제 가슴이 안심이것는가 물어보면 그것은 더 가심이 씨리고 허허해서 못 견딜 일이드라구유! 그냥 제벌이 되어서 자식놈이 죽는 날 꺼정 편히 먹고 살다가 죽게 냉겨 주고, 걱정도 없이 품에 안고 살면 을매나 좋것시유?! 그란디유. 하늘의 질서가 그것이 아니니께 고것이 문제로다. 안합니까!

 

그거있잖아요?! 비가 오시면 짚신장사 아들을 걱정하고, 해가 뜨시면 나막신 장사 아들을 걱정했다는 그 엄니! 워째 엄니들은 걱정만 하라고 만들어졌을까요? 비가 오시면 나막신이 많이 팔려서 좋다고 춤추고, 해가 뜨시면 짚신이 많이 팔려서 좋다고 춤을 추는 엄니로 왜 만들어 놓지 않았을까요????? 그게 다 불우한 쪽에 서라는 하느님의 사랑 아니것시유? 세상은 잘된 쪽으로다가 춤추는 곳이니께 어멈이라도 못된 쪽으로다가 마음을 쓰라구유! 그러다가 보니께 저두 제 자식 걱정에 그만 잊어서는 안될 것을 잊어뿌렀습니다. 워찐당가요?

 

이제라도 슈퍼에서 성당하고 똑 같은 봉지를 만들어서 그날에 어디를 가느라고 못 가져왔노라고 선의의 거짓말을 할까요? 아니면 솔직히 제 아이의 진로문제로 마음의 경황이 없었노라고 알리고 예쁜 케익이라도 하나 사서 댕겨 올까유? 그 아이들이 벌써 여러 해를 받아 온 선물이라서 기다렸을텐데 그 실망감을 어떻게 보상을 해 준데요? 그 엄마의 쓸쓸한 소외감은 어떻게 위로를 한데요? 내 손톱 밑에 비접든 것이 남의 염통에 시 슬은 것 보다 아프고 크다더니 그런 꼴이 되었습니다. 죄송합니다. 참말로 죄송합니다. 죄를 지으려고 한 것은 아니었지만 죄송합니다.

 

어떤 방법으로라도 댕겨는 올 것이구만이유!

 

ㅡ나의 자녀 여러분, 내가 여러분에게 이 글을 쓰는 까닭은 여러분이 죄를 짓지 않게 하려는 것입니다. 그러나 누가 죄를 짓더라도 하느님 앞에서 우리를 변호해 주시는 분이 계십니다. 곧 의로우신 예수 그리스도이십니다. 그분은 우리를 위한 속죄 제물이십니다. 우리 죄만이 아니라 온 세상의 죄를 위한 속죄 제물이십니다. 요한1서2,1-2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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