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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평범한 삶"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 신부님 강론 말씀)
작성자김명준 쪽지 캡슐 작성일2005-12-29 조회수886 추천수6 반대(0) 신고

 

2005.12.29 목요일 성탄 팔일 축제 내 제5일

 

1요한2,1-11 루가2,22-35

                                                            


   "평범한 삶"

 

저는 요즘 수녀원 피정 지도로 출퇴근 시,
걷기도 하고 버스와 지하철의 대중교통을 이용하면서
마음의 여유를 만끽하고 있습니다.

 

시류를 거슬러
편리보다는 불편을,
빠름보다는 느림을,
쉬움보다는 어려움을 택하니
몸은 좀 피곤해도 마음 넉넉한 부자처럼 느낍니다.

돈 많아 부자가 아니라 마음 자유로워 부자입니다.

도시 한 복판에 ‘도시 사막’의 오아시스와 같은
여기 수녀원 동산의 겨울나무들이 참 정답게 느껴졌습니다.

마치 도시 속의 이 무공해 나무들이
꼭 세상 속의 무공해 수도자들처럼 생각되었습니다.


곧 이어 흘러나온 글입니다.

“흔적 없이 사는 게 잘사는 거다.
쓰레기 적게 내고 사는 게 잘 사는 거다.
있는 듯 없는 듯, 보일 듯 말듯, 사는 게 잘사는 거다.
무공해 나무들처럼 사는 게 잘사는 거다.”

 

평범한 삶이 제일입니다.
평범한 삶이 역설적으로 비범한 삶입니다.
평범한 삶이 무욕의 지혜로운 삶입니다.
평범한 삶이 거룩한 삶입니다.
평범한 삶이 깊이 있는 삶입니다.
평범한 삶이 영성의 최고봉입니다.

평범한 제자리의 삶에 항구히 충실 하는 것이
바로 베네딕도회 수도자의 ‘정주의 영성’입니다.

 

예전 저희 수도회 황 다미아노 신부님의 말씀이 생각납니다.
“어떻게 살아야 잘 사는 것이냐?”
는 수녀님들의 질문 때마다 신부님은 이렇게 대답하셨다 합니다.

 

“규칙대로 사는 게 잘 사는 거다.”
아주 정곡을 찌르는 정답입니다.
아주 쉬운 듯해도 어려운 삶, 그대로 규칙대로의 평범한 삶입니다.

 

하느님 계신 곳 찾아 밖으로 나갈 게 아니라,
지금 여기 제자리에서 규칙대로, 계명대로, 말씀대로 살면
하느님 만나고 내적 평화를 누립니다.

 

규칙과 말씀을 지키며 내 삶의 궤도에 충실하면,
떠났던 마음도 때 되면 되돌아옵니다.

 

오늘 1독서의 말씀도 같은 맥락입니다.
“누구든지 그분의 말씀을 지키면,
그 사람 안에서는 참으로 하느님의 사랑이 완성됩니다. 
그것으로 우리가 그분 안에 있음을 알게 됩니다(1요한2,6).”

 

얼마나 위로가 되는 말씀입니까?
말씀과 계명을, 규칙을 지키며 내 삶의 궤도에 충실할 때,
내 안에 하느님의 사랑이 완성되고, 그분 안에 살게 된다는 것입니다.

저절로 빛 속에 머물러 형제들을 사랑하게 될 것입니다(1요한2,10).

사실 형제 사랑은 유별나거나 거창한 것이 아닙니다.
형제들에게 무엇을 주어서가 아니라,
말씀과 규칙에 충실한 모범적 삶 자체로
이웃 형제들에게 희망과 힘이 되어 줌이 실제적인 형제 사랑입니다.

 

오늘 복음의 예수님의 부모나 시메온 역시 말씀과 율법을 충실히 지켰던
평범한 분들이셨습니다.

 

‘태를 열고 나온 사내아이는
모두 주님께 봉헌해야 한다(루가2,23).’는 주님의 율법에 따라
아기 예수님을 주님께 봉헌한 요셉, 마리아 부부였습니다.

 

예루살렘의 시메온은 의롭고 독실하게 살면서
이스라엘에 위로받을 때를 기다리다가(룩2,25),
마침내 감격스럽게도 주님의 구원을 체험합니다.

 

의롭고 독실한 삶은 율법을 충실히 지키는 삶이라 합니다.
매일 우리 수도자들이 끝기도 때마다 잠자기 전 바치는 시메온의 기도입니다.

“주님, 이제야 말씀하신 대로,
당신 종을 평화로이 떠나게 해 주셨습니다(루가2,29-30).
제 눈이 당신의 구원을 본 것입니다.
다른 민족들에게는 계시의 빛이며,
당신 백성 이스라엘에게는 영광입니다(루가2,32).”

 

이런 주님의 구원 체험,
시메온처럼 말씀과 규칙을 충실히 지키며
일상의 평범한 삶에 충실한 이들에게 하느님 주시는 선물입니다.

 

이 복된 미사시간,
시메온처럼 우리 모두 주님의 구원을 눈으로 보고 마음에 새기는 시간입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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