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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아내 사랑, 적어도 이 정도는 되어야지요.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05-12-30 조회수982 추천수4 반대(0) 신고

 

 

             아내 사랑, 적어도 이 정도는 되어야지요.

 

 

 

오늘을 성가정 축일 입니다.

교회는 이 주간에 특별히 가정 성화 주간으로 정하고 모든 가정이 사랑과 웃음, 행복이 꽃피어나는 가운데, 예수 마리아 요셉의 성가정을 본받기를 권고하고 가르칩니다.

나자렛 성가정을 본받는 것은 단순히 자녀들이 부모님에게 순종하고, 아무 문제없이 부모님들이 바라고 원하는 대로 자라주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언제가 이런 내용의 예화를 읽은 적이 있습니다.

천국과 지옥의 차이는, 기다란 젓가락으로 음식을 집고 서로 상대방의 입에 넣어주는 곳이 천국이요, 자기 입으로만 가져가려고 애쓰지만, 정작 원하는 음식을 먹지 못하는 곳이 지옥이듯이, 나자렛 성가정을 본받는 것 역시, 서로서로 존경하는 마음으로 자신이 바라고 원하는 것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해주는 모습 속에서 조금씩 맛보게 되지 않을까 합니다.


친한 신학교 동기 수녀님이 계십니다.

신학교에서 헤어진지가 어느덧 6년이 다되어가는데, 그리고 같이 지내다가도 헤어지면, ‘무소식이 희소식이다.’는 마음으로 살아가는데, 가끔 연락을 드리고, 만나서 인사 나누는 것을 보면, ‘내가 그 수녀님께 너무 버릇없게 굴며, 참 많은 잘못을 했구나.’는 생각이 듭니다.


또한 저의 잘못 속에서 남자의 배려 깊고, 남을 존중하고, 늘 섬세한 마음으로 남을 대해주려 노력하는 제주 남자들의 이미지를 그릇되게 전달해 버려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신학교 동기 중 유일한 수녀님이라, 농담과 장난을 자주 했습니다.

그런데, 그 수녀님 역시 여간해서는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는 분이십니다.

처음엔 장난으로 시작했다가, 몇 마디 오가게 되면서 흥분하게 되고, 또한 ‘이 번엔 내가졌다.’는 생각이 들면, 저는 화를 내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아니, 여자가 밥상 들고 고개 숙이고 다니던 때가 언제데, 어디 그렇게 남자에게 꼬박꼬박 말 대구 합니까?’(저 이렇게 말하는 놈 아닙니다. 아니,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오해하지 말아주세요.^^)


그러면 수녀님께서는 어이가 없는 듯,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학사님, 곰곰이 생각해 봤는데, 학사님께서 그렇게 말하는 것은 아마도 제주 남자의 특유한(?) 성격인 것 같네요. 어디 가서 그런 이야기 해 보세요. 사회에서 매장됩니다.’


맞습니다. 요즘 이런 생각과 말을 한다면... 저 또한 실제로 그렇게 생각하며 살아간다면, 공동체에서 매장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제가 수녀님께 그런 지나친 농담을 한 이유는 아마도 그 수녀님이 편해서 그런 것이 아닐까 합니다.

저의 농담을 받아주고, 이해해 주실 것이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에 그러한 것입니다.

그러면서 제가 그런 농담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어렸을 적에 집에서 종종 보았기 때문에, 동네에서 쉽게 보와 왔기 때문에 그렇게 말한 것이 아닐까 합니다.

물론, 이제는 그릇된 모습이 사라져 남자들의 의식이 변하였습니다.

저의 동네에서도 더 이상 이런 모습을 볼 수 없습니다.

진작 없어져야 할 인습입니다.


오마이 뉴스에서 성가정을 이루기 위해 도움이 되는... 특히 저를 비롯한 제주의 모든 남성들에게 도움이 되는 좋은 글을 보게 되어 조금 길지만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그가 내가 사는 동네로 이사 온 것은 지난 4월입니다. 그동안 성당에 함께 다니는 관계로 안면은 있었지만 이렇게 가까운 곳에서 서로 얼굴을 맞대고 생활하니 느낌이 새로웠습니다.


지난 6월 어느 날의 일입니다.

그 날 그의 부부를 비롯해서 세 부부가 모여 생맥주를 마신 적이 있었습니다. 각자 아내들을 데리고 나와 술집에서 여러 이야기를 나누며 술을 마시니 기분이 참 좋았습니다.


밤 11시가 되어 술자리에서 일어날 무렵에 그의 아내가 “노래방에는 안 가요?”하고 아쉬워하는 표정으로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자 주위에 있던 우리는 한바탕 웃었지만 몸이 피곤해서 가는 분위기는 아니었습니다.


그때입니다.

그가 걸어 나오면서 “그럼 우리 둘만 갈까요?”하고 아내에게 다정하게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나는 그 말을 듣고 놀랐습니다. 서운해 하는 아내를 위해 둘이 노래방에 가자고 권유하는 그의 마음이 나에겐 너무나 신선하게 다가왔습니다. 그날 그 부부는 노래방에 가지 않고 우리와 함께 집으로 돌아왔지만 나의 마음 한가운데에 그의 말이 인상 깊었습니다.


한가위, 부부가 각자 자기 고향으로


지난 한가위 때입니다.

그는 전라도가 고향이고 아내는 경상도가 고향인데 그의 의견에 따라 그 부부는 따로따로 각자의 고향으로 내려갔습니다. 아들과 딸 두 자녀를 두고 있는데, 올해 한가위 때는 아내가 데리고 갔습니다.


설날과 한가위 명절 때에 그 부부는 그렇게 각자의 고향으로 내려가곤 한답니다. 그래야 아내도 친정에 편하게 갔다 올 수 있다고 그가 말했습니다. 나는 그의 말을 듣고 처음에는 이상했습니다. 보통 부부는 대개 그런 날이면 남편 집에 가서 차례를 지내고 시간이 되면 아내 집에 가는 법인데 처음부터 따로따로 각자의 집으로 가는 것을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지금도 그것을 나는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거기에는 아내가 그날만이라도 친정에 가서 부모님을 뵙고 따뜻한 정을 나누고 오라는 남편의 깊은 뜻이 담겨 있는 것이기에 그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가위가 끝나고 우리 세 부부는 내가 또 바람을 잡아 지난 25일 밤에 생맥주집에서 모였습니다. 이번에는 맥주를 마신 다음에 다른 한 교우가 노래방에 가자고 분위기를 띄워 밤 11시 반 경에 노래방으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40대 후반인 남편 세 사람은 주로 흘러간 옛 노래를 불렀습니다. 그러자 40대 초반과 중반인 아내들은 그것이 시시한지 제법 요즘 신세대 노래를 몇 곡 불렀습니다. 우리는 굳은 몸이지만 제법 앞뒤로 흔들며 흥겨운 시간을 보내는데, 내 눈에 믿어지지 않는 놀라운 광경이 보였습니다.


그가 아내를 바라보며 “당신이 좋아하는 노래 신청합니다.”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더니 앞으로 나가서 번호를 꾹꾹 누르는 것이었습니다. 노래방에 있는 책을 보고 찾은 다음에 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머릿속에 외운 것을 누르는 것이었습니다.


놀랐습니다. 그동안 이런 저런 일로 노래방에 수없이 다녀봤지만 이렇게 남편이 아내의 애창곡 번호를 외워서 눌러주는 경우는 처음 봤습니다. 그의 아내는 그러는 남편을 보고 빙그레 행복한 미소를 띠우며 마이크를 잡고 노래를 불렀습니다.


드디어 마지만 2분이 남았습니다.

그러자 그가 나섰습니다. 아내가 좋아하는 노래라며 또 한 곡의 번호를 누르고 그의 아내에게 마이크를 갖다 주었습니다.


아내의 애창곡 <민들레 홀씨 되어>

 


그 노래는 “민들레 홀씨 되어”였습니다.

그의 부인이 마이크를 잡고 노래를 부르고 우리 여섯은 모두가 약속이나 한 듯이 한 줄로 어깨동무를 한 채 여러 개의 노래방 화면을 보고 따라 불렀습니다. 신났습니다. 모두가 만족한 듯한 표정을 지으며 땀을 닦았습니다.


거의 1시가 되어 집으로 돌아오며 나는 그를 쳐다봤습니다. 그의 아내도 바라봤습니다. 그들이 그렇게 행복하게 보일 수가 없었습니다. 아내의 애창곡 번호를 몇 개 외우고 노래방에 가서 눌러주는 남편의 모습이 정말로 부러웠습니다. 그런 남편의 사랑과 배려를 받으며 살아가는 그 아내는 얼마나 행복할까 하고 생각하니 내 아내에게 미안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도 아내가 좋아하는 노래가 무엇인지는 알고 있습니다.

노래방에 가면 몇 개의 곡은 꼭 부릅니다. 하지만 내가 그 노래의 번호를 외운다거나 그것을 노래방에 가서 내가 아내를 위해 눌러준다는 것은 생각도 못했습니다.


그를 보며 나도 아내가 좋아하는 노래의 번호를 하나라도 꼭 외워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그래서 앞으로 함께 노래방에 갈 기회가 있으면 아내를 위해 “당신이 좋아하는 ‘선녀와 나무꾼’이야. 빨리 일어나 불러봐”하며 마이크를 손에다 쥐어주어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이것은 남편에게만 해당되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아내들도 남편들이 좋아하는 곡의 번호를 외워서 신청해준다면 부부의 정이 지금보다 훨씬 더 깊어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더 나가 자식들이 좋아하는 노래, 부모님이 좋아하시는 노래, 친구들이 좋아하는 노래 등 가까운 사람들의 애창곡을 알아서 노래를 신청해준다면 우리가 살아가는 이 사회가 더욱 훈훈한 정이 감도는 곳으로 바뀔 것입니다.


자, 지금부터 우리 결심하고 행동으로 옮기면 어떨까요?

아내의 애창곡, 남편의 애창곡 번호를 외워 노래방에 가서 먼저 신청하면 좋지 않을까요?”


이렇게 살려고 노력하면 어떨까 합니다.

행복, 가정의 평화, 즐거운 우리 집이란 노래가 늘 부르며 살게 되는 것은 거창한 모습, 계획 속에 있는 것 보다는, 조그마한 배려, 소박한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모습에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 계획의 일환으로 한 번 가정에서 아내와 아이들을 위한 음식을 준비해 보면 어떨까요?

아니, 매번 본당 행사를 할 때마다, 음식 준비하는 것은 성모회니, 데레사회니, 여성단체 입니다.

다가오는 부활 대축일 행사 때는 남성 단체에서 음식을 준비하고, 설거지 및 뒤처리까지 깨끗하게 해 보는 것이 어떨까 합니다.

아니, 말만 하지 말고, 꼭 합시다.


그리고 제가 결혼을 하지 안 해서, 결혼 생활의 그 진한 맛을 알지 못해서 감히 이런 말을 하는 것 같습니다만, 저 결혼 했더라면, 예화의 남자처럼 살았을 것입니다.

거짓말 같습니까? 네 거짓말 맞습니다. 전 여러분들보다 더 했을 것입니다.

“어디!~^^”

 

                                         ▒ 이찬홍 야고보 신부님 ▒ 

 

                             

                                          민들레 홀씨되어/박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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