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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에큐메니컬 마리아론
작성자이인옥 쪽지 캡슐 작성일2006-01-01 조회수866 추천수8 반대(0) 신고


 

에큐메니컬 마리아론의 기본 입장

 

(전략)

16세기에 서방 그리스도교계가 양분된 이래 450여년이라는 오랜 세월 동안 가톨릭과 개신교, 즉 프로테스탄트측은 신학적으로 피조물이자 죄인인 인간이 어떻게 하느님 앞에서 의롭게 되어 구원될 수 있는가 하는 소위 ''의화론(義化論)''을 둘러싸고 상대방을 서로 이단시하고 자신의 정통성을 주장하면서 팽팽히 맞서 왔다.

 

신앙의 핵심 사안을 둘러싸고 전개되는 대결의식의 지평 안에서 두 교계의 전통적 신학은 서방 그리스도교계 풍토 안에서 교파신학의 성격을 드러내며 거의 사사건건 대립하면서 자기 입장의 정당성을 주장하고 상대방 입장의 이단성 내지 비정통성을 제시하는데 주력했다는 인상을 쉽게 지울 수 없다.

 

오랜 세월에 걸쳐 두 교단 사이에서 부분적으로 격렬하게 진행된 교파신학적 논쟁 안에서 마리아론과 마리아 신심은 상당히 커다란 쟁점의 한 축을 형성하고 있다. 신학적 마리아론과 신심적 마리아 공경은 그분의 아들 나자렛 예수를 인류의 구세주 그리스도로 공통적으로 믿고 고백하는 사람들로 이루어진 그리스도교계를 분열시키는 주된 쟁점 사안 중 하나로 머물러 있다.

 

특히 대부분의 한국 개신교단의 교회활동 내지 신심생활에서 마리아가 거의 철저히 외면되고 있는 데 비해서, 한국 가톨릭 교회의 마리아 신심은 순교자 신심과 함께 신자들의 신앙 의식을 결정적으로 각인시킬 정도로 강력하다. 그래서 한국 사회 안에서 개신교회는 일반적으로 ''예수교'' 내지 ''기독교''로 호칭되면서 교리상 예수 내지 그리스도(基督)를 믿고 숭상하는 종교로 각인되어 있는 데 비해, 전통적으로 ''천주교''로 호칭되어 온 가톨릭 교회는 일부 개신교도들에 의해 ''마리아교''로까지 불리면서 상당수 국외자들에게는 개신교와 가톨릭 두 교회가 중심 교리를 판이하게 달리하는 별개의 두 종교처럼 비쳐지는 현상이 이 땅에서 아직 존속하고 있다. 그래서 다른 어느 쟁점보다도 마리아를 둘러싸고 벌어진 한국 개신교와 가톨릭교계 사이의 소원함은 매우 심각한 수준이라고 볼 수 있다.

 

차제에 한국천주교주교회의 내 교회 일치와 종교간 대화 위원회가 주관하는 교회 일치 워크숍에 참가하시는 개신교 관계자들이 가톨릭 교회가 공식적으로 개진하는 마리아론의 실상을 정확히 인지하여 두 교단간에 화해와 일치를 도모하기 위한 계기로 삼으려 한다는 소식은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온다.

 

논자는 평소에 한국 그리스도교계는 제삼천년기를 맞아 교회 일치 회복을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교회 일치적 성격의 마리아론 정립을 위해 노력해야할 절박한 과업이 부과되어 있다고 생각하면서 에큐메니칼 마리아론의 기본 성격에 관한 글도 단편적으로 발표한 바 있다.[사목 244(1999.5) 참조] 우리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에서 피력된 마리아론이 교회 일치의 관점에서 작성된 사실에 유의하면서, 그 정신에 따라 마리아론의 기본 입장을 정립하고 마리아 공경의 의미를 밝히고자 한다. 여기서도 공의회의 교회 일치 정신이나 자세가 엄격하게 견지되도록 노력할 것이다. 그래서 ''말이나 행동으로 갈라진 형제나 다른 누구든 교회의 참된 교리에 대하여 오해를 품게 하는 것이라면'' 무엇이나 회피하고자 노력할 것이다.

 

(본론 생략)

 

마리아론의 의미-맺는말을 대신하여

 

1. 한국 교회 안에서 마리아 신심이 지극한 만큼 마리아 공경이 올바른 자세로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마리아 신심이 신자들의 시선을 그리스도의 중심 진리로부터 멀어지지 않도록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신약성경을 주의깊게 읽으면서 만나게 되는 마리아의 모습은 마치 하느님 같은 초인간의 자태가 아니라, 하느님의 뜻에 자신을 전적으로 의탁한 한 여인이자 어머니로서의 참 인간이다.

 

개신교회 측이 가톨릭의 마리아 공경에 대해 일반적으로 회의적이고 비판적 자세를 여전히 견지하는 것은 전통적 마리아 공경이 그리스도교 신앙의 원천으로서의 성경적 복음진리에 입각하여 가능하게 되는 자유로운 형제-자매적 제자공동체의 생활양식을 실질적으로 약화시켜서 결과적으로 신앙인들을 가부장적 제도 교회에 지속적으로 의존하게 만들어 미숙한 상태에 머물게 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신앙을 통한 구원이 종교적 신심행위로서의 실적을 통해서가 아니라 신앙인 누구에게나 무상으로 베풀어지는 그리스도의 은총을 통해서 이루어지는 선물의 성격을 지니는 한에서, 교회 일치를 지향하는 마리아론은 신앙인들이 그리스도를 통한 하느님의 구원 은총 안에서 마리아처럼 하느님의 자녀로서 성숙하고 자유롭게 살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할 것이다.

 

2.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래 가톨릭 교회가 마리아론을 성경적, 전례적, 교회적, 인간학적 통찰에 입각하여 정립하고자 하는 한에서, 마리아론과 마리아 공경은 그리스도인들의 정체성 확립에 기여할 수 있다고 본다.      (중략)

 

마리아론과 마리아 공경은 오늘날에도 불가피하게 제기되는 인간 존재의 의미에 대한 그리스도교적 해답을 제시하는 가운데, 의미있는 삶의 성취에 이바지하는 것으로 나타날 수 있겠다. 그리스도를 통한 인간의 구원이 전 구세사의 목표이다. 인간을 그리스도를 통하여 삼위일체이신 하느님께 이르게 하는데 복음생활의 목표가 있다. 인간이 이 하느님에 의해서 구원되고 자신의 목표에 이르기 때문이다. 이 구세사 안에 획기적 의미를 지니는 존재,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인간이 되신 하느님 아들에 관한 진술이 그리스도 신앙의 기초진술이다. "하느님의 독생 성자께서 우리 인간을 위하고 우리 구원을 위해서 이 세상에 오셨다."

 

인간의 구원자인 그리스도에 관해서 언급할 때 그분의 어머니 마리아에 대해서 침묵할 수가 없다. 그러나 마리아가 예수의 존재로부터 떨어질 수 없는 존재라는 이유만으로 마리아에 관해 말해야 한다는 것만은 아니다. 마리아가 예수 그리스도와 맺은 생물학적. 혈연적 관계보다도 그의 구세사적 의미가 더욱 중요한 때문이다.

 

마리아는 앞에서 강조한 바와 같이(먼저 올린 성모님에 대한 글을 참조) 하느님의 구원계획에 ''이루어지소서'', ''피앗''을 발하면서 자신을 ''주님의 시녀(Ancilla Domini)''로서 스스로를 아무것도 아닌 존재로 낮추지만, 은총으로 충만한 분이 되어 하느님의 어머니가 된 분이다. 마리아는 인류의 구세주 그리스도을 출산한 어머니이면서, 동시에 그리스도께서 이 세계에 가져온 하느님의 구원에 의해 온전히 구속(救贖)된 복된 분이다. 그리고 마리아는 신약 최초의 신앙인이시자 구원된 새로움 인간이신 분이다.

 

비구원 상태에서 고통당하는 소외된 현실 세계 안에서 인간은 구원을 갈구하며 살아가고 있다. 오늘날 우리 역시 고대 그리스 철인 디오게네스처럼 한 사람의 참 인간을 만나기 위하여 대낮에 등불을 켜들고 사람들로 붐비는 도시의 광장을 헤멘다. 인간으 부조리한 현실 안에서 더욱더 진정한 참 인간을 찾아 방황한다. 그런데 마리아에게서 시련과 역경으로 점철된 일생동안 이해할 수 없는 어두움 속에서도 발해진 하느님의 말씀이 실현될 것을 신뢰하면서 그분의 뜻에 따라 생활하는 한 사람의 참 인간을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인간은 스스로를 보다 잘 이해하기 위해서라도 구속된 인간으로서, 은총이 충만한 분으로서의 마리아를 올바로 이해해야할 필요가 있다. 은총으로 제공된 구원실재가 마리아에게서 지순한 형태로 실현되고 있기 때문에 마리아는 구원되는 모든 인간의 전형으로 간주될 수 있으며, 그분의 신앙은 그리스도 안에서 계시되고 구원을 실현하게 하는 성경적 신앙의 전형적 성격을 지닌다. 그리스도인 누구나 필요로 하는 신앙의 올바른 기준 내지 척도를 마리아에게서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마리아께 관한 신학적이고 영신적 묵상은 신앙인을 하느님께 인도하는 목표 도달에 기여할 수 있다. 그리스도인이 자신의 구원을 성취하는 데 있어서 마리아가 신앙의 전형이자 교회의 원형으로서 도움이 되어 줄 것이다.

 

마리아에 관해 묵상하고 그분을 공경하는 것은 그분에게서 하느님의 구원행업이 완전하게 실현되었기 때문이다. 그리스도인들이 마리아가 소외된 어두운 현실 속에서 걸었던 신앙의 도정을 신뢰와 인내를 지니고 항구하게 걸을 때, 마리아에게서 실현된 바아 같이 하느님의 은총에 의한 구원을 선사받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마리아 신심과 공경은 교회 일치와 사회 복음과, 그리고 인류 구원에도 분명 기여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심상태 몬시뇰의 논문 "에큐메니컬 마리아론의 기본 입장"을
서론에서 일정 부분과 결론에서 일정 부분을 발췌하였음-
예전에 올렸던 마리아에 대한 기본 교리는 이 논문의 본론 중 한 부분이었음.

 

천주의 모친 마리아 대축일이 '세계 평화의 날'임을 감안할 때,

그리스도교계의 일치와 평화를 위해 이 논문의 중요부분을 읽어보시는 것도 뜻깊을 듯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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