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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소리꾼
작성자이인옥 쪽지 캡슐 작성일2006-01-02 조회수687 추천수5 반대(0) 신고

 

복음: 요한 1,19-28

옛날 로마제국 때의 일이다.
다른 나라와의 전쟁에서 승전한 개선장군들이 로마로 입성하면
백성들이 모두 몰려나와 연도에 늘어서서 환호성을 지르며 맞이했다.
그때 로마로 입성하는 장군들은 노예 한명을 마차의 뒤에 숨겨 들어왔다.

그 노예는 백성들이 환호할 때마다 장군의 뒤에서
"너는 신이 아니다! 신이 아니다!"라고 외치는 역할을 하게 했다는 것이다.

실제 있었던 일인지 어쩐지는 모르지만
어제 한 FM 음악 방송 프로에서 들은 말이다

백성들의 환호성을 들으며 신이 된 듯한 착각에 빠져 잠시 도취되어있는 사이
환호를 지르며 박수를 치던 대중은 언제라도 변하여 돌을 던질 수 있고
개선장군의 공로를 치하하던 황제도
바로 그를 경계 1호의 대상으로 삼는다는 사실을 그들은 깨달았기 때문이다.

오늘 복음에서는 예루살렘에서 사제들과 레위인들이 요한을 찾아온다.
요한에게 백성들이 몰려가는 현상이 범상치 않았기 때문이다.  

"나는 ....아니다."
"나는 ....아니다."
"나는 ....아니다."

이 세 번의 부정 "나는 ......아니다"는 요한복음에서 아주 중요한 의미를 드러낸다.
요한복음에서 예수께서는 "나는 ....이다"라고 여러번 당신을 계시하신다.

"나는 세상의 빛이다."
"나는 살아있는 생명의 빵이다."
"나는 포도나무이다."
"나는 문이다."
"나는 목자이다."
"나는 생명이요 부활이다."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
"나는 생명의 물이다."....

"나는 ....이다"라는 말은 원래 구약성경에서
야훼 하느님께서 당신을 계시하실 때 사용하시던 정식 문구이다.
그러므로 예수께서 "나는 ...이다"라고 말씀하실 때,
바로 당신이 그 하느님과 똑같은 분이라는 말씀을 하시는 것이다.

그러기에 요한 세례자가 말하는 "나는 .... 아니다"는 말은
단순한 겸손의 의미만 들어있는 것은 아닌 것이다.
그는 자신의 정체성을 분명히 인식하고 있었다는 말이다.

요한 세례자는 그 자신이 '그리스도'가 아님을 알고 있었다.
또한 모세와 같은 '그 예언자'(신명 18,18)도 아니라고 확신한다.
그는 '엘리야'도 아니라고 말한다.

공관복음에서는 요한 세례자가 '엘리야'였다고 분명히 말하고 있다.(마태 11,13-14)
그런데 여기서 '엘리야'가 아니라고 하니 어떻게 된 일인가?
복음서끼리 모순된 주장을 하고 있는 듯 보이지만 그렇지는 않다.

요한은 분명 엘리야는 아니었지만, 엘리야의 역할을 하고 있다.
즉 주님의 날이 오기전,
백성들을 회개시키러 올 엘리야(말라 3,23-24)가 해야할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뒤에 올 더 훌륭하신 분을 맞이하기 위해
백성들에게 회개의 세례를 베풀고 있다고 고백하는 것이다.

그는 곧 '주님의 길을 곧게 내는' 광야에서 외치는 이의 '소리'의 역할을 하고 있을 뿐.
그는 '말씀'이신 분이 아니었다.

누가 뭐래도 자신의 신원을 명확히 알고 있었던 요한 세례자.
무슨 일이 있어도 자신의 역할을 분명히 하고 있었던 요한 세례자.

수레 뒤에 노예를 숨겨두고 외치게 한 로마의 장군들처럼.
백성을 향해 광야에서 외치는 이의 소리인 그도
자신만을 위해 외쳐주는 내면의 소리꾼을 늘 곁에 두고 있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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