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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당신 종이 여기 듣고 있습니다
작성자조경희 쪽지 캡슐 작성일2006-01-05 조회수771 추천수6 반대(0) 신고

누군가에게 자문을 구할 일이 생기면,

관련일에 지식이 있거나, 조금이라도 전문화된 사람을 찾게 됩니다.

예를 들면, 차가 고장나서 시동이 걸리지 않을때,

주변에서 정비쪽에 재주가 있는 친구나 이웃을 먼저 찾게 될 것입니다.

도와줄 사람이 없어서 당황하고 있을때 함께 있던 누군가가 뜬금없이,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은 사람에게 연락해보라며 이름을 거론한다면,

아마 다급한 상황에서 말이 곱게 나올리 없을 것 같습니다.

저 같았으면 아마, "그사람 에게 뭘바래..." 라고 말 할 것 같네요 ^^

 

그런데 오늘 복음서에서 나타나엘도 저와 비슷한 말을 해버렸습니다.

 

"우리는 모세가 율법에 기록하고 예언자들도 기록한 분을 만났소.

 나자렛 출신으로 요셉의 아들 예수라는 분이시오." 나타나엘은 필립보에게,

"나자렛에서 무슨 좋은 것이 나올 수 있겠소?" 하였다. (요한 1:45)

 

아마도 나타나엘은 나자렛이라는 곳이, 모세와 예언자들이,

기록한 매시아가 오시기에는 적당치 않은 곳이라고 판단했었나 봅니다.

어쩌면 저와같이, "나자렛에서 뭘바래?" 라며,

무시하는 발언으로 뱉어버린 말일 수도 있다고 생각해 보았는데요,

그러기에 나타나엘은 우리 예수님께 칭찬을 한몸에 받는 몸인걸요~ ^^

 

제눈에도 나타나엘은 이미 주님을 따를 준비가 된 사람으로 보입니다.

나자렛이라는 곳에서 매시아가 나셨다는 것에 의구심을 품은 나타나엘을,

필립보는 "와서 보시오." 라는 한마디로, 나타나엘을 따라나서게 합니다.

예수님과 나타나엘의 첫만남에서, 예수님이 먼저 아는체 하십니다.

거짓이 없이 준비가 되어있는 나타나엘은 바로 주님을 알아보며, 찬미드립니다.

"스승님, 스승님은 하느님의 아드님이십니다. 이스라엘의 임금님이십니다."

그러자 예수님께서도 바로 나타나엘에게 더 큰 상을 내리십니다.

"네가 무화과나무 아래에 있는 것을 보았다고 해서 나를 믿느냐?

 앞으로 그보다 더 큰 일을 보게 될 것이다."

 

저는 오늘 예수님의 작은 아는체에 큰 감동을 받아 바로 보답해드리는,

나타나엘의 모습에서 제가 살아가야 할 삶의 모습과 나아가야 할 방향을 봅니다.

지난 날들을 돌아다 보면, 제 생활은 모두 불만 투성이였습니다.

날씨가 추우면 추워서 불만, 또 더우면 너무 덥다고 불만,

배가 불러서 불만 또 배가 고프면, 고프다고 불만,

일이 많으면 많다고 불만, 적으면 적다고 불만...

따지고 보면 모든 것이 다 불만 이었습니다.

 

그때는 그런 저의 모습에 스스로 염증을 느끼면서도,

고치려는 엄두 조차도 내지 못한채 살았었습니다.

그래도 막연히 중간중간 주님께서 날 봐주시겠지...

하는 제가 가진 희망중 가장 작고,

가느다란 희망이 있었기때문에 그래도 나는 행복한 사람이지,

라고 스스로 위로하며 살았던 것 같습니다.

 

이제는  그작고, 가느다랬던 제 희망이,

가장 큰 희망 아니 누가 뭐래도 이젠 제가 가진 유일한,

단하나의 가장 굵고 소중한 희망으로 변해버렸습니다.

어쩌면 주님께서, 나타나엘이 믿은 작은 일을 보시고,

이제는 훨신 더 큰 일을 보여주시겠다 약속하신 것 처럼,

제 가느다랗고 보잘것 없던 희망을 보시고,

이렇게 가장크고 유일한 희망으로 바꾸어 주셨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요, 저도 그때는 몰랐습니다.

태어나기를 천주교인으로 태어나서,

아득하기만한 하느님이란 분을 믿는 사람,

그 이상도 그이하도 아니였던 저 였습니다.

뜨겁게 믿자니, 확신도 안생기고, 믿음도 부족했습니다.

그분의 길을 따르고 싶어도,

그분의 뜻을 알길 없어 두드리지도 않고 포기해 버렸습니다.

알고싶어도, 몰라서 못했던 일들... 너무 많았습니다.

적당히 세상과 타협하며, 세상과 하느님의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며,

이리 재보고, 저리 재보고...

그냥 재보기만 했다면, 지금 제마음 이렇게 쓰리고 아프진 않을 것 입니다.

우리 주님을 저 어둡고 외로운 뒷방에 꽁꽁가두어 두고,

애타게 나를 부르시는 그 목소리, 들어도 못들은척...

그 목소리 들리는 것이 나를 자꾸만 붙든다고, 내 발목을 잡는다고,

세상이라는 크고 무서운 음악 틀어놓고 애써 듣지 않으려고 했던 나의모습...

그랬던 제게 무슨 미련이 남으셔서, 이렇게 다시 살게하셨는지...

내가 사는 날동안 그저 눈물로 엎드려 회개하고 뉘우쳐도 모자랄 저를,

"내가 너를 사랑한다, 내가 너와 함께있다.

 내 눈에넣어도 아프지 않은 내 귀염둥이... 내 사랑하는 딸..."

쉴새없이 귓전에 대고 속삭이시는 우리 주님...

 

이제는 제가 듣고 있습니다.

당신 종이 여기 듣고 있습니다.

당신의 소중한 말씀 한마디 한마디가,

제 가슴을 움직이고,

제 영혼을 울립니다.

가장 귀한 그릇 준비하여 당신의 말씀을 담습니다.

어서 말씀하소서,

당신 종이 여기 듣고 있나이다...

사랑하는 내 님, 나의 사랑, 나의 하느님...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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