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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몸을 굽혀
작성자이인옥 쪽지 캡슐 작성일2006-01-05 조회수687 추천수8 반대(0) 신고




 

복음: 마르 1,7-11

어제는 너무 기분좋은 점심 초대를 받았다.
얼마전 세례를 받은 신영세자 한 분이 
자신이 경영하는 음식점에서 한턱을 내신 것이다.

본당 신부님과 부제님, 사무장님, 관리장님.
그리고 선교분과에서 봉사하시는 분 모두를 초대했다.

신설된 지 얼마 되지 않은 본당에서
새로운 신자들이 하나 둘씩 늘어나고
그 신자들이 열심히 일하는 것을 보면 왜 그렇게 기쁜지.
그 일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었다는 것이 고맙기만 하다.

세례를 받고도 아직도 교리에 대해 잘 모르겠다고 
다시 들으시는 성실하신 분도 있다.

중풍에 걸린 불편한 몸을 가지고도 개근을 하시고
왼팔로 네 복음서를 다 필사 하신 분도 있다. 

교리를 받는 동안 숙제로 내준, 네 복음서 필사를 다 마치고도,
영세 받은 지 일년도 안되어 성경을 완필한 분도 있다.

세례를 받기도 전에, 성서 공부 반에까지 나와서 개근을 한 자매도 있다.
세례를 받고 나선 바로 빈첸시오와 청년회에 들어가 봉사를 한다.

교리 삼수생이었던 한 형제님은 지방출장 때문에 결석을 한번 하는 바람에
개근을 놓쳤다고 아쉬워하시더니, 세례를 받자마자 성당 활동에 열심이시다. 
이젠 주일이 기다려진다며 고맙다는 인사까지 하신다. 

연세 지긋하신 어떤 형제님은 서점을 경영하시는데, 
내가 보겠다는 책은 얼마든지 제공하시겠다는 말씀을 주신다. ^^*

새로 영세한 분들이 성서 공부 반에까지 나오고 
여러 단체에서 열심히 활동하는 모습을 보면 
마치 그 모두가 내 공로인 양, 
어찌나 뿌듯하고 기쁘고 들뜨는지 모른다.

교리 교사가 이렇게 좋은 것인지 예전엔 미처 몰랐다.
세 번의 교리 반에서 배출된 인원이 90여명.
그 많은 사람들이 만나기만 하면 반가와 하시며 인사를 한다. 

신부님이 적극적으로 후원해주시고
모든 봉사자들이 열심히 일한 결과인데도
마이크 잡고 매일 눈에 띄는 자리에 서다 보니 
인사 받는 일은 안팎으로 내 차지다.

교리 봉사한다는 구실로 선교 분과의 모든 행사에서 대접을 받는다.
말씀 봉사한다는 구실로 교육 분과의 모든 행사에서 초대를 받는다.

이렇게 매일 인사 받고 초대받고 기분이 붕붕 떠서
삼천포로 빠지지 않을까 조심스럽다.

이럴 때일수록 더욱 몸을 굽혀
신발 끈을 바짝 조여야 한다.
정신을 차려야 한다.

인사 받기 좋아하고 대접받기 좋아하고
윗자리에 앉기 좋아하고 칭찬 받기 좋아하다가는 
어떻게 될지 뻔한 노릇이다.

앞에서 일하는 내가 몸을 많이 굽힐수록
뒤에서 내게 일을 맡기신 분에게
뒤에서 돌보아주시는 분들에게
더 크게 그 기쁨이 되돌려질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함께 거둔 
성공이 아무리 크다 해도,
사람들의 칭찬과 인정이 아무리 기쁘다해도,
하느님의 마음에 드는 그 기쁨과 맞바꿀 수 있으랴?

"너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다.”
"너는 내가 사랑하는 딸, 내 마음에 드는 딸이다."
.
.
.

죄없는 예수님도 몸을 굽혀 세례를 받으셨다.
죄인들 틈에 끼어 요르단 강가에 몸을 눕히셨다.

오로지 하늘에서 들려오는 소리에만 귀를 기울이셨다.
"너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다." 

예수께서 몸을 일으키셨을 때.
성령께서 비둘기처럼 그 위에 내려오셨다.

예수님의 굽힘을 통해
성부와 성자와 성령이 함께 기뻐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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