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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5. 놓아버리기에 대하여
작성자이인옥 쪽지 캡슐 작성일2006-01-06 조회수829 추천수6 반대(0) 신고

 

놓아버리기에 대하여

 

한 수도승이

압바 모세에게 물었다.

"저는 제 앞에 있는 일을 보고 있는데

그 일을 해낼 수가 없습니다."

그러자 그 노인은 말했다.

"자네가 무덤에 누워 있는

시체들처럼 되지 않으면

그 일을 완수하지 못할 것이네."

 

(금언집 505)

 

압바 모세는 이상한 충고를 한다. 중요한 일을 앞두고 있는 사람은 우선 자신이 죽어서 무덤에 누워 있다고 상상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만일 당신이 이 수련을 해보면 그것이 얼마나 좋은지 깨닫게 될 것이다. 왜냐하면 만일 당신이 자신을 일과 완전히 동일시하면 정말로 그 일을 해낼 수 있을지 아니면 못해 낼지 우려하게 되고 두려움을 갖게 되기 때문이다. 당신은 그 일에 묶이게 되고 그 일을 완수하기 위해서 배워야 할 온갖 일만 골똘히 생각하게 될 것이다. 그러다 그 일이 당신에게 주어지면 당신은 대게 일에 갇혀버리게 만다.

 

그러나 이미 죽어서 무덤 속에 누워 있다고 상상한다면, 당신은 도대체 자신이 진실로 누구인지 인식하게 될 것이다. 무덤 속에서는 모든 하찮은 것들이 사라져 버린다. 당신이 하느님 앞에 있는 그런 것처럼 당신은 당신 자신과 마주 서게 된다. 다른 모든 것은 용해된다. 그래서 결국 당신은 일과 자신을 동일시 하고 있음을 드러내게 되고, 그럼으로써 일에 고정되는 것으로부터 벗어나게 된다. 그리고 이런 내적 자유는 당신에게 주어진 일을 잘해 낼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준다.

 

사부 모세가 여기서 제안하는 것은 초개인적 심리학에서 '탈- 동화 脫同化(Dis -Identifikation)라고 부르는 것과 부합된다. 우리는 일과 자신을 동일시해서는 안된다.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우리의 정체성을 하느님 안에서 발견해야 한다. 우리는 우리의 일이 무엇인지 안다. 그러나 우리는 자신에게 '내가 할 일은 있다. 그러나 내가 내 일은 아니다. 내가 해결할 문제는 있다. 그러나 내가 문제는 아니다'라고 말한다.

 

내 안에서 내게 주어진 일을 완수하는 데 대한 두려움이 접근하지 못하며, 문제나 두려움이 관통할 수도 없는 그런 공간이 있다. 그것은 결국 예수께서 요한 복음에서 하신 말씀과 일맥상통한다. 즉 우리는 이 세상에 있지만 이 세상에 속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이다(참조 요한 17,16).

 

하느님 안에서 나의 가장 심오한 정체성을 발견했을 때, 나는 완전히 자유로운 가운데 주어진 일에 종사할 수 있다. 나는 그 일을 절대적으로 올바르게 해내야 한다는 압박을 받지 않는다. 설혹 내가 실수할지라도 그 실수가 하느님 안에 있는 내 정체성을 드러내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그것이 내가 일을 열심히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뜻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그 자유는 내가 일에 열심히 종사할 수 있게 하는 여건이 된다.

 

 

 

-사막을 통한 생명의 길/ 안젤름 그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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