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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감히 떼먹지 않고, 부지런히 갚아드리렵니다
작성자조경희 쪽지 캡슐 작성일2006-01-06 조회수929 추천수6 반대(0) 신고

사람의 마음은 어쩔수 없는 한계가 있는 것 같습니다.

내가 속해 있는 곳 어디에서나, 인정받고, 주목받고 싶은 욕구가 있고,

자의가 되었든, 타의가 되었든 인정받고 대접받았을때 우쭐해지는 마음...

 

저는, 결혼을 하기 전까지 세자매의 둘째딸로 살아왔습니다.

둘째다 보니, 언니와 동생에게 양보해야 할 일들도 많았고,

그것에 불만과 서러움을 품었던 적도 많이 있었습니다.

누군가에게, 무엇인가에 보상받고 싶었던 마음이 늘 저를 압박해 왔습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저희 부모님은 우리 둘째가 제일 착하다는 칭찬을 하셨었지요,

그칭찬에 우쭐해져서, 저는 제가 세상에서 제일 착하다는,

위험한 과대망상에 빠지기도 했었답니다 ^^

 

사회생활에 있어서도, 내가 어느정도 위치에 올랐을때,

이제는 내가 할 필요 없는 일들이 생기곤합니다.

집에서도, 내가 하지 않아도 될 일들은 손을 놓아버리곤 하지요.

 

하지만, 우리예수님은 다르셨습니다.

하느님이심에도 피조물인 우리 인간의 모습으로 낮추어 오셨습니다.

그것도 가장 낮은 곳을 찾으시어, 구지 가장 낮은 신분으로 오셨습니다.

예수님의 일생은 오직 스스로를 낮추시는 겸손과 순명으로 다하셨습니다.

그 겸손과 순명은, 오직 성부하느님의 뜻을 이루시기 위한 길이셨고,

우리 모두를 사랑하시는 당신만의 방법이셨습니다.

 

오늘 복음말씀에서,

겸손에대해서는 둘째가라면 서러운 우리 세례자 요한이 말씀하십니다.

"나보다 더 큰 능력을 지니신 분이 내 뒤에 오신다.

 나는 몸을 굽혀 그분의 신발 끈을 풀어 드릴 자격조차 없다." (마르코 1:7)

그리고 그무렵, 요한이 감히 신발끈 조차 풀어 드릴 자격도 없는 그분이 오십니다.

 

겸손에 대해서는 누구 못지 않은 요한에게,

더욱 큰 겸손으로 우리 주님께서는 찾아오십니다.

예수님께서 요한에게 물로 세례를 받으시어,

죄를 용서받고 다시 태어나실 필요가 있으셨을까요.

오직 하느님의 뜻을 그대로 따르신 예수님의 사랑이셨습니다.

우리를 위한 예수님의 지극히 겸손하신 사랑이셨습니다.

 

이미 너무 크신 두분께서, 마치 서로 내가 더 낮다며,

실갱이 하는 모습을 연상케 하는 오늘 복음말씀에,

주님께는 죄송스럽지만, 저는 혼자 피식 웃어버리고야 말았습니다 ^^

서로 더 착하다며, 서로 더 높다며, 서로 더 위대하다며,

내 것이 더 좋다며, 내 것이 더 중요하다며, 내 것이 더 크다며,

쉴새없이 실갱이 하며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의 모습과는 너무 다르시지요...

 

오늘 세례를 받으신 예수님을 생각하며,

제가 성령으로 세례받았던 때를 떠올려보려 했지만,

너무 어릴때여서 기억이 나지 않았습니다.

이런 저를 위해, 주님께서는 제 친구를 통해,

얼마전 성령으로 주신 세례의 힘을 다시 보여주셨습니다.

 

제 사랑하는 친구 요안나가 있습니다.

그친구가 두달동안의 인도 베낭여행을 마치고, 엊그제 돌아왔습니다.

인도에는 마더하우스 라는 곳이 있다고 합니다.

테레사 수녀님께서 세우신 곳인데, 그곳에는 오갈데 없는 이들이 머물수 있고,

임종을 앞둔 이들, 그리고 많은 고아들이 있는 곳이라고 합니다.

한국 신부님들, 수녀님 그리고 수사님,학사님들께서도 와 계신다고 합니다.

제 친구가 그곳에서 한달간 봉사를 하고,

계속 미루고 미루던, 첫영성체를 받고 왔습니다.

오래간만에 만난 그 친구의 얼굴에서는 빛이 나고 있었습니다.

그 빛이 바로 성령께서 임하시는 빛이심을 알 수 있었습니다.

요안나는 참으로 밝은 성격의 친구입니다.

그러나, 여행을 떠나기 전 그 친구의 얼굴은 늘 그늘져 있었습니다.

이 세상과 씨름을 하고 있던 중 이었거든요.

 

요안나는 자신이 이렇게 인도까지 가서 첫영성체를 받고 올수 있었던 것이,

그저 신기할 따름이라며, 활짝 웃으며, 행복해 했습니다.

언젠가는, 요안나도 가슴으로 알게 될 것입니다.

이 모든 것이 자신을 끔찍히 사랑하고 계시는 우리 주님의 사랑표현이셨음,

자신의 어둠속에 성령의 빛이 이미 드리워졌음을,

오갈 곳 없는 자신을 따스히 두팔벌려 맞아주신분은 바로 우리 주님이심을 말이죠.

 

"올곧은 이들에게는 어둠 속에서 빛이 솟으리라.

 주님께서는 너그럽고 자비하시며 의로우시도다." (시편 112:4)

 

비록 저는 제 세례와 첫영성체의 순간을 기억하지 못하지만,

우리 주님께서는 지금 이순간, 그때를 보고 계시겠지요.

어린 제게도 주님께선 성령의 빛을 심어 주셨을 것 이예요.

제가 이미 많은 것을 받아버렸으니,

주님께 감히 떼먹지 않고, 부지런히 갚아드리렵니다 ^^

 

"너는 내가 사랑하는 딸, 내 마음에 드는 딸이다 ^^"

 

당신께서는 내 사랑하는 하느님,

내 모든것을 만족시키시는 나의 보물,

내 사랑, 내 주님이십니다.

사랑합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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