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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거짓말을 선물로 드릴 수 있을까?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06-01-08 조회수874 추천수4 반대(0) 신고

 

나해 주님 공현 대축일 마태오 2, 1-12- 거짓말을 선물로 드릴 수 있을까?

 

 

 

오늘은 주님께서 당신 자신을 온 세상에 공적으로 드러내시는 것을 기념하는 주님 공현 대축일입니다.

동방박사들은 별의 인도를 받고 아기 예수님을 찾아와 경배를 드립니다.

우리가 아기가 막 태어나면 기저귀나 이유식 등을 선물 하듯이, 동방박사들 역시 예수님께 황금과 유향과 몰약을 드립니다.


해마다 말씀드리지만, 황금은 왕을 의미하고, 유향은 하느님(신)을 경배할 때 사용하는 것이며, 몰약은 사람이 죽으면 시체에 바르는 것입니다.

곧, 아기 예수님께서는 하느님 이시요, 온 우주 만물의 주인이요, 임금이심을 고백하고 그에 맞는 선물과 경배를 드리는 것입니다.

또한 이제는 우리가 동방박사가 되어 아기 예수님께 선물을 드려야할 때이기도 합니다.


아기 예수님께 축하 선물을 드렸습니까?

무슨 선물을 하셨습니까?

아직 드리지 못했다면, 어떤 선물을 하고 싶습니까?

설마, 돈이나 예물이라고 말하지는 않겠지요?

예물이라면 이미, 구유 경배를 통해 충분히 드렸습니다.

동방박사들이 드렸던 선물은, 다른 사람들이 아니라, 동방박사들만이 드릴 수 있었던 고유한 선물입니다.

때문에, 우리도 우리만 드릴 수 있는 그런 선물을 준비하여 드려야 할 것입니다.


자신만이 드릴 수 있는 선물이 무엇일까 생각해 봅니다.

오늘 당신이 하느님이심과 왕이심을 우리와 이 세상에 드러내시는 예수님께 드리려는 선물 역시, 돈이나 이러저러한 말이 아니라, 우리의 삶과 노력과 정성이 담긴 선물이어야 할 것입니다.

구유를 바라보며 하느님을 찬미하고, 기도가 필요한 사람을 위해 기도하며 예수님의 도움을 청하는 것 역시 자신의 시간과 노력, 마음이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남을 위해 봉사하는 선물 역시, 자신의 삶을 희생하는 측면이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이번 주님 공현 대축일에 주님께 드려야 할 선물은 우리 삶과 시간, 자유, 희생이라는 측면으로 묵상해 보고자 합니다.


지난 주 레지오 훈화 때, 이런 예화를 나눠드렸습니다.

‘어려서 부모를 잃고 고아가 된 소녀 앙리에뜨...

그녀에게는 나이 어린 동생이 셋이나 있었고... 그녀는 어린 동생들을 굶주리게 하지 않으려고 어린 몸으로는 감당하기 힘든 고된 생활을 해 왔답니다.


잘 먹지도 못한 상태에서 과로가 겹쳐 그녀는 결국 병으로 쓰러지게 되었고... 몸이 워낙 쇠약해진 상태에서 걸린 병이라 소생하지 못하고 죽음을 기다리는 처지가 되었답니다.


죽음이 가까워져 마지막 성사를 해 주기 위해 신부님께서 그녀의 병상을 찾자, “신부님! 저는 성사를 받을 자격이 없습니다. 동생들을 돌본다는 핑계로 그 동안 주일을 지키지 않았으며 기도 한번 제대로 드리지 못했습니다. 저는 하느님 앞으로 나아갈 수 없는 죄인입니다.”라고 말하며 눈물을 흘렸답니다.


측은한 마음으로 그녀를 지켜보던 신부님의 눈길이 문득 그녀의 손에 멈추었답니다. 그 손은 도저히 어린 소녀의 손이라고 볼 수 없을 정도로 망가져 있었답니다. 과도한 일로 인해 손마디는 울퉁불퉁 불거져 있었고 손 여기저기에 찢긴 상처들이 나 있었답니다.

신부님께선 소녀의 두 손을 감싸 쥐고서 눈물을 흘리시면서 말씀하셨답니다.


“걱정하지 말아라 앙리에뜨야! 하느님께서 너에게, ‘너는 세상에서 무엇을 하였느냐’고 물으시거든 아무 말도 하지 말고 그저 이 두 손을 하느님 앞에 내어 보이거라, 이 아름다운 손만을...”’ -김윤덕의 뒤주 속의 성자들 중에서-


그렇습니다.

예화의 아이는 자신만이 드릴 수 있는 소중한 선물을 예수님께 드렸습니다.

아 아이의 손을 선물로 받은 예수님의 마음은 어떠하겠습니까?

아마도, 그 어떤 선물보다도 더 흡족해 하실 것입니다.

그 어떤, 황금과 유향과 몰약 보다도 더 먼저 받으실 것이라 생각됩니다.


또한 지난 “부끄러운 고백” 이란 강론에서 알려 드렸듯이, 고해 성사를 드리던 내내, 자신의 삶의 무게에.. 답답함에 안쓰러워하고, 그 무게를 이겨내기 위해 하느님께 죄를 짓게 된다며... 하느님께 너무 죄송해하는 한 형제의 안쓰러운 그 마음 역시, 하느님께서 기쁘게 받으실 선물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고해 실에서 나눴던 대화는 고해 실을 나섬과 동시에 잊혀져 버리는데, 아직까지 그 기억이 남아있는 것을 보면, 제게도 너무나 큰 충경이었기에 그러한 것 같습니다.

아니, 저의 안일하고 나태한 삶을 날카롭게 바로 잡아주며 치열하고도 열정적으로 살아가게 해준 말이었습니다.


‘제가 다니는 회사가 이러저러한 사정으로 부도가 났습니다. 다른 직장에 다니지 않겠다는 조건으로 한달에 70만원을 받으며 살아갑니다. 그러나, 아이들이 둘이 있어 그 돈으로는 도저히 생계를 꾸려나가지 못합니다. 그래서 일당으로 막일을 합니다. 그런데, 월급을 타러 가면 종종, “지금 다른 곳에서 일하지 않습니까?” 라고 묻습니다. 그때마다, “안 다닙니다.”며 거짓말을 합니다. 그렇게 자주 거짓말을 하게 되어 하느님께 죄송합니다. 아니, 내가 하는 거짓말이 잘못임을 알면서도, 하느님의 마음을 아프게 해드리는 줄 알면서도... 가족을 위해 어쩔 수 없이, 먹고 살기 위해 매번 거짓말을 하게 되어 하느님께 너무 죄송합니다.’ 라고 말하는 그 모습이... 너무 답답하고 미안한 마음에 안절부절 못하고 손을 곰지락곰지락 거리는 그 모습이 그렇게 안쓰러울 수가 없었습니다.


순간, 그 모습을 보며 처음으로 ‘거짓말이 그토록 큰 죄인가?’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형제님, 그것을 거짓말이 아닙니다. 적어도 먹고살기 위해서... 기본적인 생활을 하기 위해서 한 거짓말이 죄라면, “하느님 앞에 갔을 때, 죄의 값을 치르겠습니다.” 라고 말씀드리며 계속 거짓말을 하십시오.’ 라고 말씀드리고 싶을 정도였습니다.


생각해 봅니다.

그 형제는 예수님께 드린 선물이 없습니다.

가족을 위해 늘 거짓말을 해야만 하는 그런 슬픈 처지요, 입장입니다.

그런데, 그 형제에게도 예수님께 드릴 선물이 없을까요?

자신의 삶 안에서.. 자신만이 드릴 수 있는 황금과 유향과 몰약이 없을까요?


당연히 있습니다.

우리의 성과나 결과물보다도 우리의 마음을 더 크게 보시는 하느님이십니다.

의로운 바리사아파의 기도보다 죄 많은 세리의 기도를 더 기쁘게 받아들이시는 하느님이십니다.

부러진 갈대를 꺾지 않고, 꺼져가는 심지를 끄지 않는 하느님이십니다.

때문에, 그 형제의 답답하고 암울한 현실과 삶이 바로 자신만이 드릴 수 있는 황금이 아니겠습니까?

하느님께 죄송한 마음에... 마음이 무너나고 째지면서도 어쩔 수 없이 거짓말을 해야 한다는 그 고백이 바로 하느님께 드리는 유향이요, 몰약이 아니겠습니까?


분명, 거짓말은 나쁜 것입니다.

그런 나쁜 것이 아기 예수님께 드릴 선물이 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강론을 준비하는 내내, ‘나도 그런 거짓말을 하는 사람인데...’는 생각이 떠나지 않았습니다. 아니, 다른 여러 가지 죄가 아니라, 그 형제와 같은 거짓말만 하며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느님 역시, 그 형제가 드리는 선물인 거짓말을... 진솔되고 아파하는 그 마음을 기쁘게 받으시리라 생각됩니다.


이제 우리가 대답해야할 차례입니다.

나는 예수님께 무엇을 드렸습니까?

아직 못 드렸다면, 그 무엇을 드리려 하고 있습니까?


우리는 ‘별 볼일 없다.’는 말을 합니다.

지나온 삶을 되돌아보거나, 어떠한 것을 볼 때나, 선물을 받을 때에 그러한 말을 합니다.

우리가 드리는 선물이 아기 예수님께 ‘별 볼일 없는 선물’이 되지 않기를 소망해 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 역시 사라져 버리는 선물이 아니라, 사라지지 않는 우리의 마음과 정성을 선물로 드려야 할 것입니다.

자신의 삶 안에서 가꾸고 만든 그 선물이... 눈물과 한숨 속에 이루어진 그 선물이 바로 우리가 드릴 수 있고, 드려야할 가장 소중하고도 값진 황금이요, 유향이요, 몰약입니다.

                                        ▒ 이찬홍 야고보 신부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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