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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별을 보는 사람들
작성자이인옥 쪽지 캡슐 작성일2006-01-08 조회수861 추천수7 반대(0) 신고



복음: 마태 2,1-12

고대 철학자들은 자연을 면밀하게 탐색하고 관찰하여
그 속에서 만물의 근원(아르케)을 밝혀내려 애를 썼다.

오늘 복음의 동방 박사들은 그렇게
우주 안에서 진리를 찾던 과학자며 철학자들이다. 

그들은 캄캄한 밤하늘 속에서 한 별에 주목하고 
그 별을 따라왔다. 

별은 갑자기 한 도시에서 사라져버린다.
왕궁의 화려한 불빛과 도시의 현란한 불빛 속에서 
신령한 빛을 잃고 있는 별.

동방 박사들은 왕궁을 찾아들어간다.
그곳엔 '별을 보지 못한 사람들'이 가득 있었다.

별을 보지 못한 사람들은 "그분의 별을 보고" 왔다는 
동방 박사들의 말을 듣고도 여전히 '별'에는 관심이 없다.

오직 "유다인의 임금으로 태어나신 분"이라는 말에만 
온 신경이 곤두서 있다. 

헤로데는 아버지 안티파텔이 암살당하자 왕위에 오른 사람으로서 
어머니와 형제들을 독살하면서까지 왕위에 집착을 보였던 사람이었다. 
그는 평생 왕위를 찬탈당할까 두려워 요새를 구축하고 
왕궁과 성전을 건축하는 것에만 골몰했던 사람이었다. 
그러니 "유다인의 임금이 태어났다"는 말에 얼마나 당황했을 것인가? 

급기야 헤로데는 수석사제들과 율법학자들을 모두 모아놓고 
메시아 왕이 날 곳이 어딘지 묻는다. 

학자들은 마침내 예언서에 기록된 대로(미가 5,1.3) 
다윗의 고을, '베들레헴'이라고 일러주었다. 

헤로데는 동방박사들에게 아기를 찾게 되거든 
자신에게 알려달라는 지시를 내려 베들레헴으로 보낸다. 

마침내 동방박사들은 그들 필생의 탐구의 결정인 우주의 근원을 만났다!
그러나 율법학자들의 안내 때문에 아기를 만나게 된 것이 아니라, 
다시 별을 만나 별의 인도 때문에 별의 주인을 만나게 된 것임을 
복음은 분명하게 언급하고 있다. 

그렇다.
별을 보는 사람은 캄캄한 밤하늘을 바라보아야 한다.
아기 예수의 별이 신기하게 컸던 것이 아닐 것이다.
아마도 그랬다면 헤로데의 왕궁에 모여있던 
'별에 관심 없던 사람들' 눈에도 모두 보였을 것이다.

캄캄함 속에서 겨우 빛을 발하고 있던 작고 미미한 별!
그것이 어린 아기 예수의 별일 것이다.

그렇다.
그들이 메시아로 알아보고 경배하며 귀한 예물을 바친 이는 
누가 봐도 임금으로 볼 수 없는 무력한 어린 아기였다. 

그 아기는 왕궁에 있지도 않았고 
왕의 신분에 어울리는 차림도 아니었고,
왕의 교육도 받지 못하고 자라나 
가난하고 소박한 한 사람으로 일생을 살아갈 분이었다. 
무기력하게 백성들에게 붙들려 못 박혀질 분이었다.

그 연약한 아기에게서 '유다인의 임금'을 알아본 이방인 점성가들은,
십자가 형틀에 매달린 '하느님의 아들'을 알아본 미래의 이방인들을 예표한다.

그러기에 그 작고 보잘 것 없던 '유다인의 임금'은 
이제 '만민의 임금'으로서 공현되었음을 복음은 선포하고 있다. 

캄캄한 어둠 속에서 미미한 별의 광채를 알아보는 사람들.
캄캄한 절망 속에서 희미한 희망을 발견해내는 사람들.

사라졌던 별을 포기하지 않고 다시 찾아내는 사람들.
그 사람들의 일생 가운데서 사라지지 않는 빛이 되어 주시는 분.

휘황찬란한 거짓 빛에 속지 않고 타협하지 않고
다시 캄캄한 어둠을 찾는 사람들.
그 사람들에게 다시 운명처럼 나타나주시는 분.

마침내 그들이 자신의 근원을 알아보고 경배할 때.
마침내 그들의 임금으로서 공현되어 나타나시는 분. 

오, 주님, 이 생명이 끝날 때까지 제 눈 밝혀주소서.
당신을 놓치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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