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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440) 안드레아입니다.
작성자이순의 쪽지 캡슐 작성일2006-01-10 조회수677 추천수6 반대(0) 신고

2006년1월10일 연중 제1주간 화요일 ㅡ사무엘기 상권1,9-20; 마르코1,21ㄴ-28ㅡ

 

       안드레아입니다.                               

                        이순의

 

 

그동안 못 했던 게임 삼매경에 빠진 아들녀석이 세운 목표라는 것이 있었다. 간장이 타고 녹아서 먼저 경험하신 엄마분들께 자문을 구해도 이 시기의 입시생들이 딱히 다르게 무엇을 하는 경우는 드물다는 것이다. 결국 무엇이라도 하라는 엄마의 성화에 못이겨서, 또 자기 자신의 의지로 해 보고 싶어서 선택한 것이 운전면허를 따는 일이요. 그렇게도 다니고 싶었던 태권도 학원이라는데를 생명존중에 관한 철학으로 기어이 보내주지 않은 엄마를 이기고 배우러 다니는 것이었다.

 

그래서 결국은 놈팽이 아들녀석이 하루에 두 시간은 외출을 할 일이 생긴 것이다. 고3이라는 스트레스성 살집도 그런대로 균형이 잡혀가고, 심리적으로도 편안해지고, 일상은 흐르게 되어있었다. 그런데 어제는 운전면허 학원의 셔틀버스를 타고가지 않고 태워다달라는 것이었다. 봄에 나에게 시내연수를 시켜주신 선생님을 만날 것 같아서 귤 몇 알을 봉지에 담아서 학원으로 갔다. 그런데 선생님은 손가락에 끼워져서 반짝반짝 빛나는 새 묵주반지를 보이시면서 지난 성탄에 안드레아라는 세례명으로 다시 났다고 자랑을 하셨다.

 

이야기인즉.......

 

나는 봄에 자동차 시내연수를 하면서 내가 잘 가는 곳으로 연수를 해 주시라고 요청했었다. 아들의 학교와 백화점, 수서성당과 시장 그리고 남한산성등. 그 중에서 유일하게 선생님과 차를 마신 곳이 수서성당이었다. 다른 곳은 길 위에서 연수시간을 보냈으나 수서성당 만큼은 내리시라고 하여 멋진 까페 분위기의 만남의 방에서 100원짜리 커피를 대접했던 것이다. 그래도 선생님은 교육중에 연수생과 사사로운 자리에서 시간을 보낸 걸 회사에서 알면 곤란해진다고 곧 자리에서 일어나셨다. 그래도 제가 마련한 시간이고 제가 허용한 범위내에서 잠시 100원짜리 커피 한 잔 마시는 것으로 지적을 받는다면 제가 사장님을 만나드리겠다고 농담을 한 적이 있었다.

 

그리고 새언니 차가 도착하는 바람에 한 번쯤 더 야간 연수를 받으려고 했던 계획은 중지되었고 반 년이 훌쩍지나버렸다. 다시 아들의 운전면허 시험을 위해 찾아갔을 때는 그 수서성당의 신자가 되어서 나에게 <안드레아>라고 자신을 소개하시는 것이었다. 너무나 반갑고 당황스러워서 질문을 드리고 말았다.

<저를 연수 시켜주실 때도 예비신자셨나요?>

<아니요. 그 후로 성당에 찾아가서 신자가 되었습니다. 대부님들도 잘 만났구요. 레지오도 들었습니다.>

 

우와~~! 자동차 운전 선생님께서 레지오도 아시고........

 

제가 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는데 그냥 마음이 좋아서 덥석 손을 잡았다. 그리고 약속을 했다. <제가 세례선물을 해 드려야지요.> 12월4일이 세례식이었다면 연락하시지 그러셨느냐고. 한걸음에 달려와서 축하를 몽땅몽땅 해 드렸을텐데 그렇게 감쪽 같이 큰 일을 이루셨느냐고. 나는 지금 행복한 고민을 하고 있다. 그 선생님의 세례 선물로 무엇을 골라야 할지를 몰라서이다. 근사한 선물을 해 드리고 싶은데 무엇을 해 드려야 할지를 모르겠다. 나는 그 선생님께 이런 말을 했었다.

 

<선생님이 저에게 중요한 이유는 선생님께서 가르쳐 주신 기술로 제 목숨을 담보하는 운전을 합니다. 제가 늙거나 차를 없애거나 해서 더 이상 못하게 될 때까지 운전을 하게 될 것입니다. 그냥 학원비 얼마의 가치로 계산할 수 없는 가치가 선생님께 있습니다. 그런 자부심을 가지고 연수에 임해 주십시오. 세상에는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이 수 없이 많은 차를 운전하지만 그 모든 운전자들에게는 선생님이 있을 것이고, 더구나 운전을 가르처 주신 선생님은 그 사람의 생명을 담보로하는 안전을 훈육하는 것이지요. 선생님의 가르침으로 제가 10년 또는 더 오래 하면 20년이상 운전을 하게 될텐데 생각해 보십시오. 선생님은 제 인생에서 학원비 보다 더 큰 의미가 있습니다. 언제까지나 안전운전을 할 수 있도록 잘 가르쳐 주시기를 부탁합니다.>

 

옴마야! 그런데 선생님께서 세례를 해 뿐지셔설라무네......

 

나는 한 일이 한가지도 없는데.... 잠시 내가 잘 가는 성당에서 100원짜리 커피를 마시느라고 규칙을 어기고 땡땡이 친 일 뿐인데 주님께서는 그렇게도 이루시는 구나! 하하하하하하하 하하하하하하하하! 그 100원짜리 커피 한 잔은 나의 접대가 아니라 주님의 초대였든가보다. 참~! 우리 주님은 등력도 좋으시다. 커피는 나랑 마셨는디 눈은 주님이랑 맞춰뿌리시고~~~!  진짜루 우리 주님은 능력이 출중허시당께롱~~~! 이렇게 기쁜 소식을 접하고 휴게실에서 아들녀석이 끝나기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옆에 의자에 앉아서 누군가를 기다리는 할머니가 계셨다. 사람 좋아하는 내가 그냥 멀뚱하게 시간 보낼 일이 아니었다. 그런데 그 할머니의 손가락에도 묵주 반지가 빛바랜 낡은 세월을 담고 있었다. 어제는 기냥 손 잡으라는 날인가 보다 하고 <우리 할머니도 교우시네요.>하며 덥석 손을 잡아드렸다. 통성명을 하고 본당을 밝히고..... 그런데 그 할머니도 수서성당이란다. 그리고 대치동에서 보좌를 허셨던 김승구 신부님께서 석촌 성당을 지으셨다고 확실하게 기억을 해 주셨다. 물론 안부도 잊지를 않으셨고 한동안 김승구 신부님 소식이 이어졌다.

 

그런데 그 할머니가 더 멋진 이유는 6년 전인 64세에 같은 면허 학원에서 공부를 하여 운전면허를 땄다는 것이다. 그리고 어제 밤에는 아이들을 키우느라고 면허 취득을 하지 못한 막내며느리를 태우고 오셔서 기다리는 중이셨다. 순간 손가락을 꼼지락거려서 할머니의 연세를 계산하려는데 오히려 내 머리가 회전이 안되는 것이었다.

고희의 연세에 며느리를 운전면허 학원에 태우고 오셔서 기다리시는 할머니의 모습이 얼마나 부럽기도 하고 고와보이든지...... 호기심에 질문을 드리고 말았다.

 

<그 연세에 면허를 취득한 이유는요?>

<사람은 늙을 수록에 뭐든지 해야되야. 늙은이가 버스를 기다리면 초라하지, 덜컹거려서 불편하고 넘어질까 위험해서 기사들도 싫어하지, 여름에는 덥고 겨울에는 춥지, 운전할 줄 아니까 너무 좋아. 어디든지 갈 수 있고 성당에도 얼마든지 활동할 수 있고.....>

참으로 지당하신 이유들이 줄줄 이어졌다.

<이렇게 어두워지려는 시간에 할머니랑 어멈이랑 같이 나와버리면 아그들은 어떻게 해요?>

<아범한테 우리 두 여자들은 해방된다고 뛰쳐 나왔지. 지금 제 아범이 아그들하고 있어.>

 

주님을 믿고 산다는 것이 행복으로 느껴지는 하루였다. 주님께서 하시고자 하시면 안되는 일이 없다고는 믿었지만 그동안 이렇게 이루고 계셨는지를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그저 자비하시고 사랑이신 주님께 감사할 뿐이다.  

참! 수서성당 교우님들! 저의 운전연수 선생님이 총각이거든요. 짝이 있는지 없는지 알아보셔설라무네.... 히~~! 참한 처자를 소개시켜 주시구랴. 혼인성사도 수서성당에서 이루면 을매나 멋지것시유?! 혼인성사 때는 제게도 연락 주시구랴. 부주금 가지고 달려 갈 것인께롱! 부탁합니다.

 

그런데 선생님의 세례선물로 뭘 드린답니까????? 추천들 해 보이소. 잉?

 

ㅡ그러자 사람들이 모두 놀라, "이게 어찌 된 일이냐? 새롭고 권위있는 가르침이다. 저이가 더러운 영들에게 명령하니 그것들도 복종하는구나."하며 서로 물어 보았다. 마르코1,27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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