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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마음이 짠해서...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06-01-12 조회수760 추천수6 반대(0) 신고

 

 

                                마음이 짠해서...

 

 

 

                                

 

 

 

예수님께서 지니신 마음 중에 저는 측은한 마음을 좋아합니다.

측은한 마음은 상대방이 느끼는 아픔, 고통을 똑같이 느끼게 하는 자세입니다.

그러한 자세에서 자신의 삶을 한 번 더 되돌아보게 하고, 회개로 이끄는 마음입니다.

때문에, 예수님께서는 늘 이런 측은한 마음으로 사람들에게 다가갔고, 우리들에게도 이런 마음으로 살아가라고 말씀하십니다.


우리 주변에도 우리에게 측은한 마음.. 짠한 마음을 느끼게 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우리에게 측은한 마음을 갖게 하는 것은 단순히, 지금 나보다 어렵다는 이유로... 고통과 아픔을 당한다는 그 이유만으로는 생기지 않습니다.

힘들고 아프지만.. 희망이 하나도 없어 막막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선을 다해 살아가려는 자세에서... 희망을 잃지 않고 이겨내려는 모습을 보며 우리는 측은한 마음이 생겨납니다.


측은한 마음은 단순한 동정이 아닙니다.

동정과는 분명하게 차이가 납니다.

동정은 ‘참 안 됐구나. 도와주어야겠다.’는 정도의 생각으로 그치지만, 측은한 마음은 무엇보다도,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게 합니다.


상대방은...‘저 사람도 저렇게 살아가려고 노력하는데, 나는 무엇인가?’ ‘내 삶이 이래도 되는가?’ 라는 반성을 하게 합니다.

늘 우리를 되돌아보게 하여, 잃어버린 첫 마음을.. 하느님의 부르심에 응답했던 그 시절로 되돌아가게 하는 것이 바로 측은한 마음입니다.


우리의 노력이... 다짐이 왜 지속되지 못하고 작심삼일 만에 그쳐버리는 것입니까?

왜, 회개가... 회개의 삶을 마음에 새기며 살아가지 못합니까?

바로, 쉽게 주어진 삶에... 환경에 안주해 버리기 때문입니다.

그리하여 자신이 갖고 있고.. 누리고 있는 것을 당연한 것으로 여겨 버리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도, 그런 모습 속에서 예수님의 마음은.. 예수님께 받은 측은한 마음을 잃어버리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측은한 마음을 간직하는 것은 바로, 예수님을 마음에 모시고 생활하는 것이요, 그 노력은 예수님께 함께 살아가는 노력입니다.


며칠 전에 오랜 만에 어렸을 적에 친구를 만났습니다.

자신이 아는 사람... 친하게 지냈던 사람이 잘되기를 바라듯이, 저 역시 함께 들과 바다에서 뛰놀았던 친구들이 잘되기는 바랍니다.

성공까지는 아니더라도... 그래도 힘들게, 어렵게 살아가는 것 보다는, 평범하고 소박하게 알콩달콩 그렇게 살아가기를 바랍니다.


그런데, 친구를 만나 술 한 잔 기울이다보니, 참 많이 답답했고 안쓰러웠습니다.

어렸을 때, 아버지께서 보증을 서준 것이 잘못되면서, 도망치듯이 모슬포를 떠나 제주시에 왔습니다.

도저히 감당이 안 되기에, 이제는 될 대로 대라는 마음으로 살아간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여기서 이렇게 주저앉을 수는 없다. 비록, 아버지 때문에, 집안이 이렇게 됐지만... 그 죄책감으로 술만 마시다가 쓰러져 이제는 교회에서 지내지만... 그 아버지께 따뜻한 아랫목, 밥 한 그릇 드릴 정도로 일어나리라. 부모가 된 지금에라도, 더 이상 천추의 한을 남기지 않으리라.’는 마음으로 생활하고 있었습니다.


물론, 그 모습이 객기 일수도 있겠지만.. 월급에 50% 가까이가 빚을 갚는데 소요되어 버리지만.. 그런 모습이 참 대견스럽고 기뻤습니다.

‘이 모습이 진정, 그렇게 고삐 풀린 망나니 같던, 내 친구의 모습이란 말인가?’ 라는 생각에 측은한 마음이 들었고, 너무 미안했습니다.


‘그 친구는 내가 사제라고... 사제이기 때문에, 오랜 만에 찾아와 자신의 아픔과 허물을 꺼내놓고 있는데... 희망이 하나도 없지만, 열심히 살아가려고 노력하는데... 나는, 나의 삶은 왜 이런가?’ 라는 반성이 들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삶은 치열하고, 간절해야 한다고 말을 잘 하면서도.. 실제 내 모습에는 간절함과 애절함이 없었습니다.

진정 주님의 사제로 살아가려는 노력이... 악습과 허물을 이겨내려는 노력이 없었던 것입니다.

그러기에, 그 친구에게 부끄러웠고, 하느님께 죄송스러웠습니다.


복음에 나병환자의 간절함을 보고 예수님께서는 치유해 주십니다.

하느님은 간절하게 바라고 원하는 것을 들어주시는 분입니다.

이는 우리의 고백입니다.

저의 안일하고, 나태한 모습을 되돌아보게 해준 친구와 복음에 나병환자에게 감사를 드리며, 저 역시 주님께 간절히 기도를 드립니다.

“주님, 주님께선 하고자만 하시면, 저의 삶에 중심이 되어 주실 수 있습니다. 그리해 주소서. 그리하면 제가 살 것입니다.” 아멘

 

                                     ▒ 이찬홍 야고보 신부님 ▒ 

 

                  

 

Wolfgang Amadeus Mozart (1756-1791)
    Violin Concerto No.3 in G major, K216 
    모짜르트 바이올린 협주곡 제3번 (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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